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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권과 신대철의 ‘아름다운 강산’, 그것은 광화문 우드스탁이었다![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7.01.01 11:59

천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광장을 수놓았다. 무슨 경쟁을 하는 것도 아니고 사실 숫자는 의미 없다지만 막상 천만이라는 수를 넘어섰다는 소식에 뭔가 알 수 없는 뿌듯함과 보람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것도 다 사람의 일이니 말이다. 촛불집회가 시작된 지 63일 만의 일이었다. 

두 달이나 그것도 매서운 추위 속의 이 기록은 앞으로 깨질 일이 없어야 하겠지만 이런 일이 가능했던 많은 것들 중에서도 집회를 즐겁게 만든 가수들의 역할이 정말 컸다고 할 수 있다. 일일이 거론할 수 없는 많은 밴드와 가수들이 광장의 열기를 끌어올렸고, 지탱하게 도왔다.

10차 범국민행동의 날 송박영신 콘서트 중 전인권X신대철의 아름다운강산' [팩트TV] 영상 갈무리

어디까지 광장은 촛불이 주인이었고, 촛불의 목소리가 전부였기에 가수는, 노래는 늘 조금은 겸손하게 조력자의 역할에 머물러야 했다. 그렇지만 12월 31일, 지긋지긋한 2016년을 보내는 마지막 날에 열린 송박영신 콘서트는 조금 달랐다. 이례적으로 앞서 예고된 신대철과 전인권이 함께 해석한 록의 대부 신중현의 명곡 ‘아름다운 강산’은 여러모로 달랐다. 

이미 신대철에 의해서 이 노래 뒤에 숨겨진 유신시절의 일화와 의미는 널리 알려졌다. 독재자를 찬양하라는 요구에 록의 정신, 저항으로 탄생한 노래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이선희의 리메이크가 더 유명해지기는 했지만 이번 송박영신 콘서트에서는 좀 더 오리지널리티에 충실한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마침내 무대에 오른 전설들, 전인권과 신중현의 두 아들 신대철과 신윤철. 거기에 국악기들이 합류했다. 록밴드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풍물악기와 대금 거기다 태평소까지. 중간에 가요사의 블랙리스트 다시 말해서 금지곡의 대표격인 ‘미인’까지 삽입됐으니 오히려 원곡과는 상당히 달랐지만 오히려 금지의 시대에 모두 드러내지 못한 이 노래의 정수를 표출한 해석이었다고 이해해도 좋을 것이다.

10차 범국민행동의 날 송박영신 콘서트 중 전인권X신대철의 아름다운강산' [팩트TV] 영상 갈무리

그리고 거의 20분 가까이 되는 연주가 시작되었다. 뭐라고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감격과 흥분. 록밴드와 국악기가 주거니 받거니 선율이 화려하게 춤을 추는 모습에 넋을 일고, 무대를 바라보지만 자주 눈을 감고 이 황홀한 시간에 빠져들었다. 이건 직접 보지 못하고 글로나 전해 들었던 전설의 우드스탁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극락 같은 악기들의 향연이 절정으로 치달을 때 긴 침묵을 깨고 전인권 말했다. “이제 노래 세월호의 마음과 함께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노래, 여전히 ‘아름다운 강산’ 늘 듣던 그 노래였다. 그런데 달랐다. 가사 하나 달라진 것이 없었는데 달랐다.

“오늘도 너를 만나러 가야지 말해야지 먼 훗날에 너와 나 살고지고 
영원한 이곳에 우리의 새 꿈을 만들고 보고파“

10차 범국민행동의 날 송박영신 콘서트 중 전인권X신대철의 아름다운강산' [팩트TV] 영상 갈무리

그 순간 광장은 진도 팽목항이 되었다. 짧은 순간이었고 노래는 다시 광장으로 돌아왔지만 그 찰나의 감정, 신대철이 제대로 보여주겠다던 ‘아름다운 강산’의 진면목을 목격한 기분이었다. ‘아름다운 강산’에 세월호가 있었다. 

그렇게 놀라운 감정의 흐름 속에서 긴 연주가 끝이 났다. 4,5분의 노래에 오래 길들여졌지만 20분 가까운 연주는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고, 오히려 고조된 감정은 폭죽처럼 피부를 뚫을 기세마저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몽롱해지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조금 부적절한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그 순간만은 진짜로 온몸으로 겪고 싶었던 우드스탁의 느낌이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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