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새누리당이 당정 긴급민생경제현안 종합점검회의에서 정부에 '내년 2월 추경'을 요구했다. 새누리당의 제안에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적극 검토'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말부터 국가부채 증가로 인한 재정건전성 저해 우려 등 다양한 분석이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2017년 대선용 추경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홍종학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미디어스는 새누리당의 '2월 추경'의 성격과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홍종학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전화인터뷰 했다. 홍 전 의원은 19대 국회의원 임기 동안 기획재정위원회 활동을 한 '경제통'이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오늘 새누리당이 2월에 추경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가능하다고 본다. 추경을 빨리 진행해도 국회에서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으나, 한다면 3~4월에는 결정돼야 효과가 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문제는 이게 아니다. 지금 경제가 어려운 것은 결국 '불확실성' 때문이다. 추경을 2월에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새로운 정부를 만드는 것이다. 빨리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새 정부의 방향에 맞춰 추경을 짜는 것이 낫다.

이런 식으로 추경을 짜 놓으면 새 정부가 들어섰을 때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있을 것인데, 그러면 추경에 들어가는 돈이 효과가 없어진다. 그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여기저기 조금씩 쓰는 셈이 될 것이다."

-새누리당이 23일 정부에 1사분기에 30% 예산을 사용하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가시적 경제성과를 대선에 활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데…

"그런 것은 어려울 거다. 그렇게 해서 살아날 경제가 아니다. 단기적으로 볼 것이 아니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해서 살아날 경제 상태가 아니다.

굳이 생각을 해보면, 내년이 되면 가계부채 문제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급랭될 가능성이 있다. 가계부채 문제로 경제가 급격히 안 좋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으로 대선을 치르면 집권여당에 불리할 수는 있다. 그걸 방어하는 차원에서 추경을 말한다면 얘기가 될 수는 있겠다. 그러나 추경으로 공격적으로 경제를 어떻게 해보겠다는 건 신빙성이 떨어진다. 상황이 그런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상황의 심각성은 어느 정도인가, 또 정부가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

"일단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지금은 조선·해운 등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가지고 정리를 해줘야 하는 시기다. 그런데 정리도 안 되고, 다른 기업들도 허덕이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2월 추경 정도 가지고 살아날 상황이 아니다.

사실 금년도에 경기를 버텨온 건 건설이다. 올해 상반기 성장률의 절반 정도가 건설에서 왔다. 실제 성장률은 건설을 제외하고 나면 2%가 채 안 되는 수준이다. 그런데 내년에도 건설경기가 이렇게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은행은 금리인하가 어려우니,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려야 된다는 얘기를 했다. 올바른 방향으로 보나?

"재정지출을 늘리는 부분은 논리적으로 우리 당에서 주장했던 내용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재정이 이렇게 어려운 이유는 재정 적자가 1년데 30~40조 원씩 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재정을 늘릴 여유가 없는 것 아닌가?

"그래서 얘기하고 싶은 것이 '부자감세의 정상화'다. 부자감세를 정상화하면 재원이 생긴다. 예를 들어 국가부채를 늘리지 않고, 부자들에게 10조 원을 걷어서 10조 원 재정지출을 늘린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재정에는 변화가 없지만, 경제적으로는 플러스 효과가 있다. 이걸 균형재정송수라고 하는데, 기본적인 경제학 교과서의 얘기고, 계속적으로 주장해 온 얘기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부자들을 지원하면 경제가 살아난다고 했다. 2014년경에 경제를 어떻게 살릴 거냐고 했더니, 새누리당은 가계부채를 늘려서 경제를 살리겠다고 DTI(총부채상환비율),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를 풀었다. 당시 경제부총리가 최경환 의원이다. 저는 이게 굉장히 우리 경제를 망가뜨렸다고 생각한다."

-2014년의 오판이 우리 경제 상황을 이렇게 몰고 왔다는 것인가?

"그렇다. 지금 여러 금융기관에서 보더라도 가계부채 상황을 자신들이 버틸 수 없다고 생각하니, 서서히 다시 조이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재로선 방법은 재정지출 증가밖에 없다. 그런데 재정지출을 증가해도 이걸 재벌에게 퍼주면 효과가 없다. 새누리당이 추경하는 것이 못 미더운 부분이 이런 부분이다.

한 예로 2015년에 메르스 추경할 때 얘기를 해드리겠다. 당시 강기정 정책위 의장, 제가 정책위 수석부의장이었다. 강 의장이 메르스 추경 논의 때 2000억 원을 온누리 상품권으로 풀자고 했다. 온누리 상품권으로 2000억 원을 풀면 전통시장에 2000억 원이 풀리는 거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반대했다. 새누리당은 절대 이런 건 안 한다.

이런 것들을 봤을 때, 새누리당이 2월 추경을 만들면 이번 국회에서 삭감한 예산들이 줄줄이 올라올 가능성도 있다. 차라리 정권이 바뀌면 새 정부가 재정지출을 결정하는 것이 낫다. 궁극적으로는 중산층·서민층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재정지출을 늘리게 될 것이다. 재정지출 증가로 경제가 좋아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이후 조세 정상화를 하고, 다시 재정지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홍종학 전 의원은 ▲연세대학교 경제학 학사/석사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캠퍼스 경제학 박사 ▲가천대학교 교수 ▲공정거래위원회 경제정책자문위원 ▲산업자원부 산업발전심의위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장/경제정책연구소장 ▲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 ▲19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소통본부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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