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출근길. 지하철역에 배포된 무료신문 몇개를 집어들었다. 이 가운데 '데일리노컷뉴스' 1면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려있었다.

▲ 데일리 노컷뉴스 11월 13일 1면
<세계가 화들짝~ 대한민국 무료통화 국가되다>

이동통신사의 가격경쟁이 치열하고 특히 망내 요금할인이 첨예한 이슈인데 새로운 사안이라도 발생했나 궁금증이 일었다. '무료통화'라는 카피에 혹시라도 소비자를 위한 정책적 결단이 이뤄졌나 싶어 기사 첫 문단부터 단숨에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어제 오후 역삼동 LG 텔레콤 본사 빌딩에서는 역사의 환호성이 터졌다. (중략) 흡사 2002년의 환희와 벅찬 감동을 연상시켰던 이날의 이슈는 다름 아닌, LG텔레콤에 의한 '100% 전국민 무료통화 시대 개막'이었다. 업계가 놀라고 국민 스스로가 놀라고 세계가 놀란 이 기념비적인 사건은, 사실 탄탄하고 막강한 요금제 서비스에 기반한 예고된 신드롬이었다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서둘러 1면 전체를 샅샅이 훓어봤다. 기사(?) 말미에 <로이로 통신>이라고 돼 있다. <로이터 통신>의 웃지못할 변형? "역시 또 속았구나"라는 허탈감이 밀려온다. <로이로 통신> 옆엔 본문 글씨보다 작은 크기로 이렇게 써 있다.

"본 기사는, 이런 기분좋은 뉴스가 나왔으면 하는 바램에서 제작된 가상뉴스입니다."

그리고 '가상뉴스' 오른쪽 하단엔 'LG텔레콤 가입자간 20시간 100% 무료통화'라는 '진짜' 광고가 실려있다.

하지만 13일자 '데일리노컷뉴스' 1면 어디에도 '광고'라는 것을 명시하는 단어를 찾을 수 없었다. 광고가 분명한데도 '가상뉴스'라는 형식으로 1면에 버젓이 실으면서 '광고'라는 표기조차 하지 않는 뻔뻔함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다. 이날 '데일리노컷뉴스' 4면에는 이런 기사도 함께 실렸다.

"신문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켜온 '데일리 노컷뉴스'가 창간 1주년(29일)을 앞둔 12일 서울 프라자 호텔에서 광고주와 언론계 인사를 초청, 매체를 소개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홍원기 본보 대표이사 회장은 인사말에서 '지난 1년간 데일리노컷뉴스가 독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광고주들에게는 높은 광고효과를 줄 수 있었던 것은 신문의 기본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데일리노컷뉴스 창간1주년…광고주 등 초청 오찬>

▲ 데일리 노컷뉴스 11월 13일자
독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했는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광고주들에게 '높은 광고효과'를 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그것이 '신문의 기본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이라는 자화자찬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지만 말이다.

무료신문 1면이 광고로 뒤덮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주로 영화 홍보나 이동통신사 등 대기업 광고가 1면 제호 아래 '명당 자리'를 차지한지 오래다. 무료신문을 포함해 종합일간지와 잡지 등에 실리는 기사형 광고 역시 독자들에겐 익숙한 방식이다. 물론 면별 안내에 '광고' 표기가 없을 땐 몇초간 혼선을 겪기도 하고, 기사(?) 제목 옆에 깨알처럼 붙어있는 '광고'라는 단어를 겨우 발견하곤 씁쓸할 때도 있지만.

'신문의 얼굴'이라는 1면을 대기업 등 광고주에게 내어줄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모조리 언론사의 책임으로 돌릴 생각은 없다. 하지만 '광고'라는 표기도 하지 않고 기사인지 광고인지 혼선을 주며 독자들을 속이는 것이 과연 '신문의 기본역할'인지 묻고 싶다. 광고를 싣더라도 사회적으로 합의된 원칙과 규칙을 지키라는 것인데, 그것조차 어겨버린다면 스스로 어떻게 '언론'이라는 타이틀을 내걸 수 있단 말인가.

기사형 광고란 말 그대로 '기사와 같은 형식'으로 만들어진 광고를 뜻한다. '기사형 광고'를 심의하는 신문발전위원회는 "신문사의 광고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사 형식을 빌은 광고가 많이 등장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며 "기사형 광고를 독자가 기사로 잘못 인식해 발생하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신문과 잡지의 건전한 발전과 신뢰성 제고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신문법) 제11조(광고) 2항은 '정기간행물의 편집인은 독자가 기사와 광고를 혼동하지 않도록 명확하게 구분해 편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신문법 제43조(과태료)에 따라 11조 2항을 위반해 편집을 한 신문에 대해서는 2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을 수 있게 돼 있다.

신문발전위원회는 지난해 기사형 광고 시범 심의를 진행한데 이어 올해 1월부터 '기사형광고심의위원회'를 설치해 2월부터 본격적인 심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무료신문을 포함한 신문과 잡지 등 등록된 정기간행물이 심의 대상이며 지금까지 매달 심의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광고 표시' 위반, '오인 유도 표현 금지' 위반 등으로 '경고' '주의' '권고' 조치가 내려진 사례는 물론 적지 않다.

신문발전위원회 홈페이지에 가면 독자들이 '기사형 광고' 편집위반 사례를 직접 신고해 심의를 요청할 수 있는 코너도 마련돼 있다. 우편이나 전화 접수도 받는다.

"소비자들은 대중 미디어가 지닌 사회적 공신력을 그 미디어에 실린 광고와 결부시켜보는 경향이 있다. TV나 신문에 광고가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상품이나 기업의 신뢰도가 높아지기도 한다. 영향력이 큰 매체에 실린 광고는 독자들로부터 매체의 영향력에 상응하는 신뢰를 획득하는 것이다. 이런 점을 노린 소비자 우롱행위와 피해가 가끔씩 등장한다. 그래서 미디어가 광고에 대해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미디어가 광고에 대해 법적, 윤리적 책임을 지는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건전해 질 것 같다."

위의 글은 고승우 미디어오늘 논설실장이 지난 2005년 6월 <미디어오늘>에 연재한 '고승우의 미디어강좌-미디어의 광고에 대한 법적 윤리적 책임' 가운데 일부다. 언론사 경영진과 광고 담당자, 신문 편집과 관련된 책임자들이 다시 한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는 취지에서 옮겨왔다. 먹고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디어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역사적 소명까지 저버려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 기사형 광고 가이드라인이란?
기사형 광고 가이드라인은 독자가 광고를 기사로 혼동하지 않도록 준수해야 하는 편집에 관한 지침을 말한다.

* 기사형 광고 가이드라인
신문법 제11조에 근거한 기사형 광고 가이드라인(심의기준)
- 제1조(광고의 명시)
기사형 광고에는 "광고", "기획광고", "전면광고", "광고특집" 등과 같이 "광고"임을 명시하여야 하며, "특집", "PR", "기획", "애드버토리얼", "Promotion", "신상품소개", "협찬", "소비자 정보", "스폰서 특집", "스폰서 섹션" 등과 같이 기사로 오인할 수 있는 한글 또는 영문 표시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 제2조(매체 및 광고 크기에 따른 표시)
① 전면 크기의 광고는 해당 매체의 면별 안내와 동일한 크기의 글자체로 동일한 위치에, 면별 안내가 없는매체일 경우 13포인트 이상의 글자체로 지면 '상단'에 "광고"의 표시를 해야 한다.
② 타블로이드배판의 신문에서 광고 크기가 지면의 1/2 이상일 경우에는 12포인트, 지면의 1/4 이상일 경우에는 11포인트, 그 미만의 크기일 경우에는 광고 본문의 글자 크기보다 더 큰 글씨체로 광고 외곽선 또는 광고란 '상단'에 "광고"의 표시를 하여야 한다.
③ 타블로이드판 이하의 정기간행물에서 광고 크기가 지면의 1/2 이상일 경우에는 11포인트, 그 미만의 크기일 경우에는 광고 본문의 글자 크기보다 더 큰 글씨체로 광고 외곽선 또는 광고란 '상단'에 "광고"의 표시를 하여야 한다.

- 제3조(오인 유도 표현 금지)
기사형 광고에 "취재", "편집자 주", "독점인터뷰", "글(또는 취재) ○○기자, 사진 ○○기자", "전문기자", "칼럼니스트" 등의 용어를 사용하거나 문의 등의 용도를 명시하지 않고 단순히 이메일 주소를 넣는 등 기사로 오인하게 유도하는 표현을 해서는 아니된다.

출처 : 신문발전위원회 홈페이지 http://www.kcf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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