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에서 학생이 죽었다. 자살이라고 정리가 되었지만 누군가가 타살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전국 최고를 자처하는 고교에서 발생한 죽음 앞에 학교는 서둘러 사건을 정리하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갑자기 날아든 '고발장'이 모든 것을 뒤틀기 시작했다.

고발장이 날아왔다;
왜 어른이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나서야 했을까?

언제나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서연은 고민이라고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그저 공부만 열심히 해서 대학에 가는 것이 할 일의 전부다. 손에 마비가 올 정도로 공부만 하는 서연과 그런 그를 지켜보는 반 친구 소우. 그런 소우가 갑자기 숨진 채 발견되었다.

평범해 보이는 이 학교에서 일어난 갑작스러운 사고사는 모든 것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 아이는 왜 죽어야 했을까? 모두가 의아해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서둘러 자살로 정리하고, 모두의 기억에서도 그렇게 사라져 가는 듯했다.

JTBC 금토드라마 <솔로몬의 위증>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갑작스럽게 '고발장'이 날아들었다. 왜? 누가? 무슨 이유로 '고발장'을 보냈을까? 고발장은 동급생이 보낸 것이다. 자신을 목격자라고 말하며 자살이 아닌 살인이라고 이야기했다. 그 일은 언론과 경찰까지 알게 되며 큰 논란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이소우는 자살이 아니라 최우혁에 의해 살해당했다는 주장이었다. 최우혁은 무성산업 최 사장의 아들로 정국고의 폭군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학내에서 논란만 만들고 다니는 최우혁은 이소우가 죽기 얼마 전에도 교실에서 싸움을 하는 것을 많은 학생들이 목격하기도 했다.

문제의 '고발장'을 작성해서 교장과 서연에게 보낸 것은 주리였다. 주리는 자신을 벌레 보듯 하며 괴롭히는 최우혁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다. 주리가 실제 목격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주리는 자신을 따르는 친구 초롱과 함께 '고발장'을 작성했다.

주리의 복수심은 언론을 통해 공론화되도록 이끌었다. 서연의 아버지가 형사라는 사실을 알고 '고발장'을 보냈음에도 조용한 상황이 주리를 분노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언론이 개입하며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 불안을 느낀 초롱은 주리에게 경찰에게 가서 사실을 밝히자고 하지만 오히려 교통사고를 당하는 처지가 되고 만다.

JTBC 금토드라마 <솔로몬의 위증>

착한 초롱을 이용하기만 했던 주리에게 그녀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친구라고 믿었던 주리에게 자신이 농락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정신없이 달리던 초롱은 트럭에 치여 병원에 실려 가고 말았다. 오직 복수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주리의 '고발장'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소문 너무 믿지마. 그러다 중요한 현실을 놓친다. 내가 방송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소우가 왜 죽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솔로몬의 위증>에서 가장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다가온 부분은 박 기자와 서연의 대화였다. 찢겨진 '고발장'을 받고 언론에 공론화시킨 박 기자가 서연과 이야기하면서 던진 이 화두는 흥미롭다. 소문에 집착하다 보면 중요한 현실을 놓친다고 지적했다.

이소우가 왜 죽었는가가 본질이다. 왜 이소우가 왜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중요하다. 이 드라마의 시작이자 핵심이고 결말을 만들어내는 결정적인 가치가 바로 이소우의 죽음에 담겨 있다.

"왜 우리한테만 가만히 있으라고 하느냐. 우리 반에 빈 책상만 네 개에요. 그게 어른들의 보호고 도움이에요?"

"우리도 할 수 있어요. 이소우가 왜 죽었는지 우리가 밝혀내면 되잖아요"

JTBC 금토드라마 <솔로몬의 위증>

가만히 있는 게 너희에게는 유리하다는 박 기자. '좋아요'나 누르는 것이 전부인 너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어른 도움 없이 뭘 할 수 있느냐는 질책에 서연은 분노했다. 서연의 분노는 당연하게도 학내에서 법정이 열리는 계기가 된다. 이 부분이 중요한 가치로 다가온다. 어른이 아닌 아이들이 중심이 되어 자체적으로 학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매력적이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수백만의 국민이 광장에 나섰다. 이 촛불 집회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학생들의 참여이다. 그동안 광장에서 보이지 않았던 학생들이 나섰다. 정치에서 외면당해왔고, 스스로도 정치를 멀리해왔던 그들이 자발적으로 광장에 나왔다.

어른들은 언제나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공부만 한다고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더욱 불평등이 극대화되면서 공부를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없음을 청소년들은 정유라 사태로 인해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이는 어른들의 '가만히 있으라'에 대한 반발이자 그들 스스로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솔로몬의 위증> 속 어른들은 여전히 가만히 있으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어른들의 부당함에 맞서 스스로 진실을 찾겠다는 아이들의 움직임은 현실과 너무 맞닿아 있다. 어른을 더는 믿지 못하고 아이들이 직접 나서 진실을 찾겠다는 그 결의는 그래서 반갑다. 스스로 나서지 않는 한 누구도 그들을 도울 수는 없으니 말이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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