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7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5년 전 살인사건을 다뤘다. 좀 이상한 사건이었지만 당시에는 조속히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이 이상한 사건을 이상하다고 한 주진우 기자는 조폭들에게 살해위협을 받다가, 구속이 되어 재판정에 서게 됐다. 소위 악마기자로 불리는 주진우 기자도 이 사건은 정말 무서웠다고 했다.

도대체 악마도 공포에 떨게 한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사건의 내막은 간단하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 사건을 아는 사람들의 진술과 증거를 가능한 넓고, 복잡하게 나열했다. 그것은 말하지 않지만 말한다는 역설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건을 취재한 배정훈 피디 역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사건 하나 취재하는데, 몸조심하라는 얘기를 수도 없이 듣고 있다’고 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죽거나, 혹은 죽이거나 - 대통령 5촌 간 살인사건 미스터리’

사실 이 사건은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김어준의 파파이스>를 통해서 여러 차례 언급이 되었다. 그 사건은 이렇다. 2011년 9월 6일 사촌 지간인 박용철과 박용수가 북한산에서 죽음으로 발견되었다. 고 박용철 씨는 참혹하게 살해당한 모습이었고, 고 박용수 씨는 그곳에서 약 3km 떨어진 곳에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경찰은 박용수 씨가 박용철 씨를 살해하고 스스로 자살한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둘 사이의 금전관계로 인한 다툼으로 벌어진 사건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아니 애초에 주진우 기자, 김어준이 이 사건에 가졌던 의혹에 대한 대답은 아니었다. 이들의 죽음이 이상했던 이유를 간단히 정리해보자.

두 사람의 체내에서 똑같이 졸피뎀과 디아제팜이 검출되었다. 수면제 계통이었고, 상당히 높은 수치였다. 경찰의 발표는 박용수 씨가 사촌형 박용철 씨를 살해했다고 하지만 반대라면 몰라도 왜소한 박용수 씨가 박용철 씨를 살해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범행도구에서는 박용수 씨의 지문이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심지어 박용수 씨에게서는 사망하기 30분 전쯤에 먹었을 거라 추정되는 설사약도 검출되었다. 죽기 30분 전에 설사약을 먹는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행동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진짜 이상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들이 모두 박근혜 대통령의 5촌 조카들이었다는 사실이다.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해 사건에 대해 증언하는 신동욱 씨와 주진우 기자

그리고 육영재단을 둘러싼 의혹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었으며, 그 과정에서 박대통령의 동생 박근령의 남편 신동욱을 중국에서 살해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박용철은 박지만 육영재단 이사장을 협박하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결국 둘은 합의를 했고, <그것이 알고 싶다>에 제보한 사람은 그 액수가 천만 달러였다고 했다. 어마어마한 돈이긴 했다. 그렇다고 사람을 죽여도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던 차에 갑자기 박용철 씨는 살해를 당했다. 박용철 씨 유가족은 당시 담당형사가 휴대폰을 수사가 끝난 후에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나중에 가서 휴대폰이 없었다고 말을 바꿨다고 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데 <그것이 알고 싶다>는 방송 말미에 중국에서 왔다는 한 사람으로부터 그 휴대폰에 있던 녹음 파일을 갖고 있다는 중국여인의 존재를 언급했다. 아직 확인이 명확히 되지 않아 후속 취재가 필요하다는 전제를 두고 그 내용을 전했다. 그 녹취에 따르면 이 의혹투성이의 살인사건의 배후로 누군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박용철 씨는 살해당하기 전 서너 명의 경호원을 대동하고 다녔다고 한다. 그 중 한 사람은 갑자기 컵라면을 먹다가 돌연사를 했다. 원인은 천식이라고 했다. 지인들의 증언과는 동떨어진 사인이었다. 또 다른 한 명은 행방불명이 되었다.

박용수 씨가 자살했다는 지점으로 가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관문에는 카운터가 있었다

이 사건은 적지 않은 미해결사건의 하나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들이 대통령의 5촌 조카들이 아니고, 수 조원의 가치가 있다는 육영재단과 얽힌 인물이라는 사실들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리고 가장 의문이 남는 박용수 씨의 자살에 결정적 의혹을 더해주는 사실 하나를 <그알>이 발견했다.

박용수 씨가 사망한 지점에 접근하기 위해서 지나야 하는 통로에는 전자 카운터가 있었다. 사건 당일 5시에서 5시 59분 사이에 그곳을 지난 인원은 3명이었다. 새벽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 3명이 따로 다른 용무로 그곳을 지났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이쯤 되면 박용수 씨가 자살한 것이 아니라는 의혹은 당연해진다. 누가 그들을 죽였을까? 악마기자 주진우가 무섭다고 할 정도로 무겁고 어두운 존재가 있다.

이에 관련해 <그알>에서 다 못한 내용은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담겨 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