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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은 사라지고 ‘뇌물검사’만 남았다[오늘의 핫이슈] 삼성과 특수 관계에 있는 중앙의 ‘일탈’
민임동기 기자 | 승인 2007.11.13 08:27

“검찰 핵심 간부들이 기업에서 정기적으로 돈을 받았다면 그것은 최고 사정기관의 붕괴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이 폭로가 사실인데도 검찰의 팔이 안으로 굽어 사실이 아닌 듯이 덮는다고 될 일도 아니다. 그러면 검찰의 재기조차 불가능하게 된다. 이제는 모든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파헤쳐 국민 앞에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검찰로선 차기 총수까지 수사해야 돼 수사의 공정성·객관성 시비가 부담이 된다면 시작부터 특별검사에게 수사를 맡기는 것도 방법이다. 여하튼 검찰은 중대 국면을 맞았다.”

오늘자(13일) 조선일보 사설 <검찰총장 내정자 이름까지 나온 ‘삼성 로비’ 의혹> 가운데 일부다. 1면과 6면에서 다소 ‘삐딱하게’ 기사를 실은 조선일보가 보기에도 지금 현재의 검찰이 이 사건을 수사하기에는 다소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조선이 사설에서 특별검사를 거론한 점을 일단 주목하자.

   
  ▲ 조선일보 11월13일자 사설.  
 
‘뇌물 검사’ 보도를 가르는 몇 가지 분류법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삼성 뇌물검사’ 3명의 실명과 이재용으로의 지배권 승계가 삼성그룹 차원에서 진행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13일자 아침신문들이 주요하게 이 내용을 보도하고 있는데 몇 가지 분류법이 있다. 우선 머리기사로 실은 곳과 그렇지 않는 곳.

국민일보와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가 1면 머리기사로 이 내용을 전했다. 나머지 신문은 1면에 이 기사를 배치했다. 사설을 게재한 곳과 게재하지 않는 곳도 있다. 국민 동아 중앙 한국일보가 사설을 게재하지 않았다. 나머지는 모두 사설을 게재했는데 ‘삼성 뇌물 의혹’에 대한 검찰의 진실규명을 일제히 요구한 것이 특징이다.

   
  ▲ 경향신문 11월13일자 1면.  
 
제목 분류법도 있다. 대다수 신문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기자회견 내용을 1면 제목으로 뽑거나 아니면 ‘실명 공개 파문’ 혹은 ‘실명 공개 논란’으로 다뤘다. 여기서 예외가 있다. 동아 중앙 한국일보다. 다음과 같다.

<김용철 변호사 “임채진씨 등 3명 떡값 받아” / 삼성-거명3인 “흠집내기 음해…법적대응> (동아일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임채진 이종백 이귀남 삼성서 관리” / 임채진 검찰총장 후보자 “어떤 청탁이나 금품 받은 사실 없다”> (중앙일보)

<사제단 ‘삼성 떡값검사’ 3명 실명 공개 / 임채진씨등 “사실 무근” 법적 대응 시사> (한국일보)  

   
  ▲ 중앙일보 11월13일자 1면.  
 
여기서 동아 중앙과 한국일보를 동급으로 놓을 수는 없다. 한국일보의 경우 관련기사(3-4면)를 통해 ‘나름대로’ 이 문제와 관련한 쟁점을 ‘정리’한 반면 동아 중앙은 관련기사(각각 10면과 8면)에서 ‘정리’가 아니라 ‘공정을 가장한 김용철 변호사 흠집내기’에 나섰다.

마지막 분류법은 삼성의 ‘경영권 승계’가 그룹차원에서 진행됐다는 내용이 ‘주요하게’ 보도된 곳과 그렇지 않는 곳이다. 이건 경향과 한겨레 정도만이 비중 있게 전했다. 나머지 신문은 대부분 ‘떡값 검사’의 실명공개 여부에 따른 파장에만 치중하면서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서는 삼성 쪽의 입장과 해명일 싣는 데 ‘주력’했다. 사제단이 우려한 것처럼 현재 정국이 삼성에서 검찰로 넘어가고 있는 것 같다.

   
  ▲ 한겨레 11월13일자 4면.  
 
삼성과 ‘특수한 관계’인 중앙의 충정(?) 

이 대목에서 중앙일보의 ‘일탈’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중앙은 이날 8면에서 김용철 변호사와 검찰, 삼성의 입장을 ‘균등하게’ 실은 것처럼 보도했지만 형식적으로만 그렇지 내용적으로는 김용철 변호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런데 이거 한마디로 ‘사기’에 가깝다. 검찰과 삼성의 입장을 충분히 실어주면서 유독 김용철 변호사 쪽 입장만 부정적으로 보도했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다.

   
  ▲ 중앙일보 11월13일자 8면.  
 
“김용철 변호사가 이른바 '떡값 검사'로 전.현직 검찰 최고위 간부 세 명을 지목했다. 하지만 김 변호사의 주장엔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 우선 그는 관련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이들에게 삼성 측이 돈을 줬다는 것인지, 관리 대상으로만 삼았다는 것인지도 불분명하게 얘기했다.

김 변호사는 자신이 직접 주장을 펴는 대신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를 폭로했다. 사제단은 ‘김 변호사의 고백 내용’이라며 그의 주장을 그대로 전달했다. 김 변호사가 왜 직접 나서지 않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 김 변호사는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뇌물공여죄로 처벌받는 것을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주장에는 자신이 특정인에게 돈을 건넸다는 내용은 없었다.”

삼성과 ‘특수한’ 관계인 동아일보 역시 1면과 10면에서 ‘철저한’ 공방위주의 보도태도를 보였지만 중앙일보처럼 노골적으로 김용철 변호사를 ‘비난’하지는 않았다. 중앙은 이를 문제제기라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검찰과 삼성에 대해서는 ‘공정하게’ 문제제기를 했어야 했다. 그렇지 않은가.

“검찰의 팔이 안으로 굽어 사실이 아닌 듯이 덮는다고 될 일도 아니다.” 조선일보 오늘자(1일) 사설 가운데 일부다. 검찰을 중앙일보로 바꾼다고 해도 크게 무리가 없지 않을까 싶다.

민임동기 기자  mediagom@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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