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할 수는 없고, 해도 읽히지도 않고……"

정책보도에 임하는 현장기자들의 고민이다. 12일 오후 대선미디어연대 주최로 열린 '2007 대선보도 중간평가' 토론회에서는 정책보도를 둘러싼 딜레마가 집중 논의됐다. ( 토론회 발제문 파일받기 ) "공방만 있고 정책이 없다"는 발제자들의 지적에 대해 토론자들은 공감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시사인 고재열 기자 "자문위원 다양하지만 소프트웨어 부실"

▲ 시사인 고재열 기자. ⓒ언론노보 이기범
시사인 고재열 기자는 "언론들은 선거 때마다 다양한 자문위원단을 구성하지만 '우리도 했다'는 알리바이를 남기는 수준인 것 같다. 실제 내용도 독자나 시청자들이 후보를 정할 수 있도록 인도하지는 못한다. 하드웨어에 치중하느라 소프트웨어는 부실하다"고 꼬집었다.

금산분리 완화, 출자총액 제한, 신문방송 겸영 허용 등 우리 사회 현행 이슈에 대한 대선후보들의 답변을 받은 시사인 기획을 소개하면서 그는 "이런 정도의 정책 검증은 당연히 있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데 뒤늦게 창간한 시사주간지가 보도했다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고 기자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폴리널리스트'와 관련해선 "그 사람들은 정치권으로 들어가는 것이 차라리 낫다. 언론사에 남아서 엑스맨으로 활동한다면 그게 더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역설적이지만 차라리 정치권에 가서 노골적으로 일하는 게 낫다는 설명이다.

한겨레 안수찬 기자 "읽히지 않는 정책기사, 오히려 담론 폐쇄"

한겨레 안수찬 기자는 정책보도의 한계와 '유의사항'을 함께 정리했다.

▲ 한겨레 안수찬 기자. ⓒ언론노보 이기범

안 기자는 "대중 독자들이 정책담론을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정책보도를 하는 것인데 막상 그런 기사가 읽히지 않는다면 담론 자체를 폐쇄하는 결과를 나을 수 있다. 기자들에게 가독성 문제는 절박한 만큼 '올바른' 정책보도가 아니라 '좋은', '잘 읽히는' 정책보도를 해야 하는 딜레마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그는 "선거 국면에서 정책은 시간이 지날수록 프로파간다가 되고 정책 자체가 논쟁이 되면 참모들이 나서서라도 유권자 기준에 맞춰 정책을 바꿀 것"이라며 "일관성을 꿰뚫지 못하고 정치인의 프로파간다를 일방적으로 전하는 데 그친다면 안하는 것만 못하다"고 말했다.

안 기자는 "유권자들이 무식해서가 아니라 선거 전의 캠페인과 재임기간의 정책이 다르다는 것을 유권자들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며 "카리스마 리더십, 제왕적 대통령이 지배하는 정치 풍토 자체가 정책 보도를 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KBS 김현석 기자 "'왜'가 없다구요? 잘못 판단하면 문제 생길 수도"

KBS 기자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현석 기자는 '검증'의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 KBS 김현석 기자협회장. ⓒ언론노보 이기범
김 기자는 "방송이 중계 보도만 하고 '왜'에 대한 비판이 없다고들 하시는데 BBK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이미 알려진 사실을 정리한 기획보도는 9시 뉴스에 나가기 힘들다. 새로운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새 것을 찾다보니 발생기사 중심으로 가게 되고 그러다보니 정치권의 공방 중심으로 전달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력후보 중심'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KBS는 이명박, 정동영 후보는 똑같이 다루고 나머지 후보군은 그 안에서 똑같이 다루도록 원칙을 두고 있다"며 "기자협회 차원에서도 항의를 했는데 후보 동정을 제외하고 공약이나 정책 검증에 있어서는 군소후보들도 비슷하게 다루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기자는 "방송에서 평가를 내리기는 굉장히 어렵다. 잘못 판단하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애매모호한 것은 전달만 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그는 후보 자질검증에 대해서도 "팀을 만든 지 넉 달이 다 돼 가는데 기본적인 데이터를 찾는 것도 어렵다"고 호소했다.

뉴시스 우은식 기자 "지지율 5% 기준 불합리…토론회 진입장벽 낮춰야"

뉴시스 정치팀장을 맡고 있는 우은식 기자는 현행 선거법이 TV토론 출연 자격을 지지율 5%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는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좌파 정당의 한 뿌리인 한국사회당은 높은 진입장벽 때문에 TV 토론에 나갈 수도 없게 돼있다"며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 12일 열린 <2007 대선보도 중간평가> 토론회. ⓒ정은경
우 기자는 "일부 언론을 제외하고는 민주노동당 전담 기자는 없는데 오늘 시작된 이회창 후보의 충청권 순회에는 버스 두 대, 40명의 기자들이 따라가더라"며 "바로 이것이 지금의 정치보도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신문 "정책토론회조차 설전과 공방 중심 보도"
방송 "유력후보 중심 보도…군소후보는 발언모음집 수준"

지난 12일 열린 '2007 대선보도 중간평가' 토론회에서 한국PD연합회 김동준 정책국장은 발제를 통해 "2007 대선 보도의 가장 큰 특징은 과거와 동일하게 정책과 공약에 대한 검증보도가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검증은 차치하더라도 각 후보의 정책이나 공약에 대한 설명도 많지 않다. 심지어 후보자간 정책토론회가 개최되더라도 이에 대한 보도는 정책은 뒷전이고 후보자간 설전과 공방을 중계식으로 보도하거나 동정을 전달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문보도의 문제점을 분석한 김 국장은 이밖에도 △소수정당 후보에 대한 무관심 △정치공방화 △기본적인 진실확인 부재 △특정후보에 대한 편향성 등의 문제를 사례와 함께 짚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윤익한 방송팀장은 '방송의 쟁점별 보도 분석'에서 "방송 3사 가운데 단지 정책소개가 아닌 후보간 정책비교를 정책검증 차원에서 기획보도한 뉴스는 거의 없었다. 그나마 KBS가 3일에 걸쳐 분야별 정책비교를 했는데 보도시간이나 내용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윤 팀장의 발제는 지난 9월17일부터 11월3일까지의 보도를 분석한 것이다.

그는 또 "유력후보의 정책만 비교되고 군소후보의 공약은 '발언모음집' 수준"이라며 "일상적인 후보 동정 보도에서는 양적 차이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공약과 정책을 소개하고 비교 분석하는 데에도 후보간 차별을 두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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