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와 유시민이 <JTBC 뉴스룸>에서 만났다. 과거 <100분 토론>을 진행했던 두 사람이 함께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였고, 기대한 만큼 강렬한 인상을 전해주었다. 탄핵은 압도적인 표 차이로 가결되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탄핵 가결 234:56;
손석희와 유시민의 마력, 김관홍 잠수사와 조대환 신임 민정수석 죽은 자와 산 자 사이

탄핵은 압도적으로 가결되었다. 그 현장에 있던 세월호 유가족 40명은 환호와 동시에 눈물을 흘렸다. 가결이 발표되는 순간 들린 환호는 이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소리 내지 못하고 흘린 눈물은 가슴에 묻어둔 아이들의 눈물이었을 것이다.

광장의 민주주의는 의회 민주주의를 움직였다. 좀처럼 변하지 않는 듯했던 그들은 광장에 나선 수백만 촛불에 놀랐다. 절대 변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엘리트 정치꾼들은 자신들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변하기 시작했다. 다수의 국민이 사실 자신들 위에 군림하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박 대통령 탄핵안' 표결이 이뤄지는 동안 국회는 조용했다. 두 번째 대통령 탄핵 표결 과정은 12년 전과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탄핵 투표를 마치고 환하게 웃던 박근혜는 12년이 지나 탄핵의 대상이 되었다. 이 지독한 아이러니 속에서 국회를 흔든 것은 바로 노란 점퍼를 입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었다. 탄핵이 가결된 순간 "감사합니다"라는 외침과 함께 환호성이 울렸다.

유가족들이 소리 없이 우는 모습은 아프게 다가왔다. 환호와 눈물, 그 지독한 괴리감을 우린 모두가 알고 있다. '세월호 7시간'은 탄핵 사유에서 빼달라는 비박계의 요구에도 원안대로 관철시킨 야당. 국회 탄핵 투표 방청이 가능한 민주당의 40석 모두를 '세월호 유가족'에게 배려했다. 그렇게 역사의 현장에서 진실을 향한 첫걸음을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유가족들은 감사해했다.

탄핵이 가결된 후 박근혜는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헌재에 맞서 준비를 하겠다고 했다. 자신은 잘못이 없는데 여전히 자신을 몰아붙이는 이들과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은 것은 '손석희와 유시민'이었다. 그런 기대만큼이나 그들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손석희 앞에만 서면 당황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유시민과는 달랐고, 그들의 이야기에는 묵직함과 여유가 있었다. 중간에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이 나온 상황에서는 손석희와 유시민이 진행자가 되어 새누리당의 향후 논란에 대한 이야기를 끌어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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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작가는 탄핵 가결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유 작가는 헌재 판결이 특검 수사보다 빨리 결정 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형사 재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현직에 머물 자격, 또는 가치가 있느냐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범죄 사실을 증명하는 것은 특검을 통해 이뤄지고, 대통령으로서 남은 임기를 마칠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만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의외로 빨리 모든 것이 결정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새누리당의 개혁이 가능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박근혜와 이정현의 태도에서 힘들 것이라는 진단을 했다. 둘 모두 쉽게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헌재 후 다시 돌아오겠다는 의지를 불태운 박근혜로 인해 새누리당의 개혁은 그만큼 힘들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황교안 권한대행에 대해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황교안을 믿는 것이 아니라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와 동일한 방식으로 권한대행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국민에 의해 헌재 판결까지 가게 된 박근혜와 같은 방식을 추구한다면 국민은 다시 광장에서 '황교안 퇴진'을 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차기 대권 후보 중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이 시장은 촛불 정국에서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여주었다고 했다. 그리고 새로운 정치인을 요구하는 국민의 바람에 부합했으며, 이제 본격적으로 이재명 성남시장의 도전은 시작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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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에 대해서는 안정적이고 확실한 상황이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 그가 대선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새누리당에 갈 수도 없는 상황이며, 짧은 기간에 대선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는 평가였다.

김무성이 앞장서듯 말했던 '개헌' 논의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현 상황에서는 나올 수 없는 대안이라 일갈했다. 친문과 친박만 아니면 모두 모여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는 김무성의 주장에 대해 과연 노련한 정치인이 맞는가 하는 의문을 품기도 했다. 국민 역시 김무성의 갈대 같은 행동을 모두 지켜봤다는 점에서 그의 정치적 존재감은 그만큼 무기력해지는 듯했다.

'손석희와 유시민'은 쉽지 않은 이야기들을 여유 있고 흥미롭게 풀어갔다. 하지만 '김관홍과 조대환'의 경우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서글프기만 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직무 정지를 당하기 직전 최재경 민정수석 사표를 수리하고, 조대환 변호사를 그 자리에 임명했다.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통치행위가 조대환이라는 사실에 모두가 경악했다.

조대환이라는 인물은 세월호 특조위 부위원장으로 나서 공개적으로 '특조위'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그만둔 자이기도 하다.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통치행위로 그런 자를 선택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나라가 엉망이 되어도 자신의 '세월호 7시간'은 결코 알려서는 안 된다는 집착이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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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앵커브리핑 역시 '세월호 참사'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 박근혜 게이트는 태블릿 PC가 모든 것의 시작이 아닌 '세월호 참사'에서부터 시작이라고 했다. '에어 포켓, 골든타임, 다이빙 벨' 등의 단어들이 나오는 상황에 의전과 카메라 앞에서 보여주기에 여념이 없던 야만의 시간에서부터 이번 사태가 시작되었다고 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세월호 유가족을 철저하게 외면했다. 박근혜는 참사 당일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대통령으로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은 박근혜는 수백 명의 국민이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담담하기만 했다. 머리를 하고 화장도 고친 후 중대본에 잠시 머문 후 돌아가 식사를 한 후 잠자리에 든 박근혜에게 '세월호 참사'는 귀찮은 사건일 뿐이었다.

김관홍 민간 잠수사가 남긴 "뒷일을 부탁합니다"는 그래서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인양해야 할 모든 진실들과 모든 비정상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여전히 먼 길을 걸어야 한다. 마지막 통치행위로 자신의 7시간을 지켜줄 변호사를 정무수석으로 임명한 박근혜는 시작부터 끝까지 대통령이라는 직책과 상관없는 형편없는 자였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밝히지 않겠다는 의지가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대로 전달되었다. 그럴수록 국민의 의구심과 분노는 커질 수밖에 없다. 약물 공화국이라는 오명과 함께 숨겨진 7시간은 단순히 20분 동안 머리를 손질했단 해명으로 끝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탄핵은 가결되었지만 끝나지 않은 이유는 그래서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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