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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말로 ‘정치적 위장술’ 벗겨낸다[파워인터뷰] MBC 최명길 정치국제 선임기자
정은경 기자 | 승인 2007.11.12 14:07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자필서명이 담긴 하나은행 문건이 공개된 지난달 28일, MBC <뉴스데스크>는 “이 후보 본인의 해명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콕 찍어 보도했다. 최명길 정치국제 선임기자의 ‘주간 대선정국’을 통해서였다.

‘BBK 주가조작’ 의혹 보도는 그동안 공방 중심으로 다뤄져 왔기에, 해설과 함께 이 후보의 해명까지 촉구한 이 보도는 MBC 안팎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됐다. 

 

   
  ▲ 10월28일 MBC <뉴스데스크>.  
 

MBC 최명길 정치국제 선임기자는 “한나라당 입장에선 이런 식으로만 끌고 가면 그저 ‘복잡한 문제’로 끝낼 수 있다고 생각했을 텐데 지금까지와는 다른, 비교적 의미있는 자료가 나온 것”이라며 “한나라당 입장에선 그런 보도가 자꾸 나오면 불리하니까 초반에 쐐기를 박아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부터 주로 주말 <뉴스데스크>에서 ‘주간 대선정국’을 해설하고 있는 최 기자는 “기자의 말이 아닌 인간의 말, 사람의 말로 편하게 할 수 있는 정치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선택이 이뤄지기 전에 정치인들의 위장술을 벗겨내는 것이 정치담당 기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이다.

-주로 취재는 어떻게 하나.

"취재의 골간은 보도국 정치팀 기자들이 내부정보망에 올리는 취재보고를 기초로 잡는다. 이를 바탕으로 내가 만나야 될 사람들을 만나서 궁금한 포인트를 물어보고 확인하는 식이다. 주로 3선 이상의 시니어 정치인들이다. 대선후보 뒤에서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 이 순간에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들과 아침을 먹거나 아니면 전화로 취재를 한다. 대선주자들은 일부러 찾아다니기보다는 전화통화로 분위기를 파악한다."

-짧은 통화로도 취재가 가능한가.    

"느낌은 알 수 있다. 캠프 사람들이 할 수 없는 말, 본인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말 같은 것들이 있다. 손학규 전 지사가 한나라당 탈당을 고민할 때, 아무리 측근이라 해도 그런 고민을 직접 언급할 수는 없다. 본인만이 방향을 암시할 수 있는 태도 같은 것이 있다. (최 기자는 지난 3월18일 뉴스데스크에서 손 전 지사의 탈당을 예고한 바 있다. 손 전 지사는 바로 다음날 한나라당 탈당을 선언했다)

이회창 전 총재 출마 건의 경우에는 우연찮게 이회창씨 지지 모임에서 열성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을 만나 알게 됐다. 이회창씨 출마의 당위성과 앞으로의 계획들을 말하는데 이회창씨 본인과의 교감 하에 움직이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이쯤되면 본인이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겠구나 판단했다. 확인하겠다고 이회창씨 본인과 통화한다 한들 ‘대답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할 것은 뻔한 것이라 그냥 내보냈다. 사람들이 밥 먹고 편하게 하는 정치이야기로 노변정담처럼 하고 싶은 건데 본인 확인까지 할 거 있나."

 

   
  ▲ 3월18일 MBC <뉴스데스크>.  
 

-정치란 게 워낙 가변성이 큰 만큼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기자들이 늘 배우는 것이 ‘기사의 객관화’다. 각종 송사에 대비하기 위한 측면이 있는 건데 이러다보니 기자들의 말이 인간의 말, 사람의 말과는 거리감이 있다. 기자들이 기자들 스타일로 말해도 듣는 사람들은 자기들 스타일로 이해한다. 소송을 피해가기 위해서 ‘~로 알려졌다’는 식으로 보도해도 시청자들은 ‘이러하다’는 것으로 간명하게 이해한다. 결과적으로는 달라질 게 없는 것이다. A와 B가 70대 30으로 기울어진 상황을 놓고 A와 B의 가능성이 공존한다고 말해선 안되는 것이다. 혹 결과적으로 30 쪽으로 가더라도 그렇게 되는 과정에 대해서는 또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불리한 보도에 대해선 정치인들의 반응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그게 문제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는데 출발점은 현재 한국 언론이 정치권력으로부터 응당 받아야할 존중심을 받지 못하는 데 있다. 특히 정치 보도에 있어서 언론의 권위에 대한 최소한의 존경이 없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언론을 객관적이라고 보지 않고 ‘나한테 유리한지, 저쪽 후보에 유리한지’ 당파적으로 해석한다. 물론 언론도 반성을 해야 하지만 풍토 자체에 문제가 있다. 정치 언론의 위기가 어떻게 초래됐는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세미나가 필요할 것이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BBK 주가조작’ 의혹 보도는 국감에서도 논란이 됐는데.

"한나라당에서 뜨악하게 느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지금까지의 방송보도는 한나라당과 신당이 공방을 벌이는 얘기로 끝났다. 그러다보니 사안이 복잡하고 사람들은 뭐가 뭔지 모르게 됐다. 한나라당 입장에선 이런 식으로만 끌고가면 그저 ‘복잡한 문제’로 끝낼 수 있다고 생각했을 텐데 지금까지와는 다른, 비교적 의미있는 자료(이명박 후보 자필서명이 담긴 하나은행 문서)가 나온 것이다.

한나라당은 ‘방송이 왜 대통합민주신당 편을 드느냐’는 식으로 받아들이고 싶었겠지. 그런 보도가 자꾸 나오면 불리하니까 초반에 자기들이 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위중하게 생각하는지 쐐기를 박아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마침 국감도 있었으니 활용한 것 아니겠느냐."

-어떤 종류의 어필이 있나.

"통화도 하고 만나기도 하면서 ‘섭섭하다’고 한다. ‘결과적으로는 다른 누구를 도와주게 된 것 아니냐’고 유감 표명을 하기도 하고. 애교 있는 어필은 ‘나한테 불리하게 하셨으니 이러이러한 측면을 보도해서 보상을 해달라’ 그런 정도의 피드백이 있다. 하지만 그런 정도의 어필은 어차피 초년병 때부터 받아온 것이니 만큼 자연스러운 피드백 과정이라고 본다."

-‘압박’으로 느껴지진 않나.

"말이 좋아 피드백이고 유감 표명이지 실제 받아들이기로는 ‘압박’이다. 힘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이 점잖게 표현하는 것이지만 본질은 힘을 가진 자가 우회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다만 벌거벗은 행태로 압박을 가하지 않을 뿐이다.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늘 그런 환경에 노출돼 있다. 기자 본인이 실제로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있거나 반발쯤 담가놓은 사람이라면 꺼림칙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이 그렇지 않다면 시청자들이 좋은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정치인들의 ‘위장술’을 어떻게 벗겨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위장술은 결국 드러나게 돼 있지만 그 위장술이 드러나기 전에 정치적 선택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위장술을 쓰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반감이 있을 수 있지만 언론은 그 위장술을 벗겨낼 의무가 있다. 사실 보통 사람들도 다 아는 이야기인데 반신반의하는 부분에 대해서 미디어가 확인시켜 주면 시청자 입장에선 확신을 갖게 되면서 정치적 선택이 뚜렷해지는 것이다."

-이러다가 본인이 직접 현실 정치에 뛰어드는 것 아닌가.

"나는 정치와는 안맞는 사람이다. 나 같은 품성과 한계를 가진 사람도 받아준다면 모르겠지만 지금 정치가 나 같은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나는 선거와는 맞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얘기는 할 가치도 없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탁월한 사람들이다. 신당 경선 과정에서 20~30년 친구로 지내던 사람들끼리 서로 삿대질하는 것을 보면 내가 저런 환경에 노출되면 나 스스로 질려서 나가떨어질 것 같더라."

정은경 기자  pensidr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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