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친박계 인사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이 탈박으로 선회, 비박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촛불 민심이 그를 대표적인 친박에서 결국엔 비박으로 변신하도록 만들었다는 판단이다.

그는 2012년 박 대통령 대선후보 시절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진박 윤상현 의원 등과 더불어 인천지역의 대표 친박으로 꼽혀왔다. 그의 지역구는 인천광역시 서구다. 그의 변신에는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서구의 촛불 민심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4일 새누리당 비박계는 비상시국회의를 열어, 오는 9일 야3당이 추진하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이학재 의원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김무성 전 대표 등 비박계 의원들 28명과 이름을 나란히 올렸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등이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상시국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앞서 국정농단 사태로 촛불 집회가 본격화는 시점에서도 그의 친박 선언은 거침없었다. 그는 지난 10월 31일 언론에 보낸 문자를 통해 “요즘 언론보도를 보면 간혹 저를 탈박(탈 친박)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며 “저는 예전대로 친박으로 분류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여당 내에서 ‘대통령과 거리두기’가 본격화 되는 시점에 나온 “친박 선언”으로 관심을 끌었다.

그의 친박 선언은 ‘박근혜·최순실’게이트 특별검사법 국회 처리 과정에 이르기까지 유지됐다. 그는 야당의 특별검사 추천을 문제 삼아 반대표를 던졌다. 11월 17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특별검사법안을 재석 의원 220명 중 찬성 196명, 반대 10명, 기권 14명으로 가결했다. 이학재 의원을 포함해 이날 반대표를 던진 의원은 친박 좌장 최경환, 김진태, 전희경 의원 등 10명이다.

당시 이학재 의원은 반대표를 던진 이유에 대해 “야권에서만 특검을 추천하게 한 것은 향후 정치적으로 중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는 것”이라며 “특검은 중립적 위치에서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가 반대표를 던진 게 알려지자 지역 민심은 촛불로 항의에 나섰다.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11월 21일 인천 서구 지역 주민들이 최순실 게이트 특검법에 반대표를 던진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 사무실 앞에서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지역 국회의원이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데 국민의 대다수가 찬성하는 특검법에 반대표를 던져 지역 주민 입장에서 항의하기 위해 1인 시위를 벌였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 Ⓒ연합뉴스

이후 이 의원은 불과 며칠 만에 탈박으로서의 행보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의 중간 수사 발표가 불공정하다며 수사 거부 의사를 밝히자 ‘검찰 수사를 성실하게 받는 게 순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11월 23일 “변호인은 검찰 수사 결과가 너무 편파적이기 때문에 중립적인 특검에서 수사를 받겠다고 했으나, 특검 수사도 편파적이라 생각되면 그땐 어떻게 하겠느냐”며 “그때 가서 또 특검이 중립적이지 않으니 특검 조사도 받지 않겠다고 할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앞서 11월 19일 전국에서 100만 명의 촛불이 검찰 수사를 거부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

‘박 대통령 즉각 퇴진’이라는 232만의 촛불 민심을 확인한 그는 탄핵소추안 표결 참여에 이르렀다. 하지만 촛불 민심은 의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4일 기준으로 박근핵닷컴을 통해 이학재 의원에게 제기된 박 대통령 탄핵 청원은 3천 400여건에 이른다고 한다. 적다고 볼 수 없는 수치다. ‘진박’의 윤상현 의원이 받은 청원은 4천 건이다.

'박근혜·최순실'게이트 특검법을 반대한 이 의원이 탄핵안 찬성으로 돌아섰다. 일관성을 찾기 힘들지만 결국엔 민심을 따르고 있다. 촛불 민심이 돌부처도 돌아앉게 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의원의 변신은 민심을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로선 무죄로 볼 소지가 적지 않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