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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끄고 차라리 ‘썰전’을 보자![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6.12.02 10:50

<썰전>이 다시 방송 전날 패널들을 긴급 소집해 추가 녹화를 했다고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한동안 잠잠하던 대통령 담화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담화가 발표된 직후의 언론 반응은 ‘동어반복’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그나마 주목했던 퇴진 문제의 교묘한 함정을 바로 발견하지 못했다. 혹은 드러내지 않았거나.

언론도 야당도 모두 대통령 담화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하거나, 알더라도 대처할 방안을 찾지 못한 채 애초에 예고됐던 탄핵 발의일인 12월 1일을 맞았다. 참 신기한 것이 수요일 자정 가까이 녹화한 <썰전>의 내용이 마치 다음날 기사들을 본 것처럼 딱딱 들어맞았다는 사실이다.

JTBC <썰전>

<썰전>을 통해서 전스트라다무스라는 별명을 갖게 된 전원책 변호사는 담화를 보자마자 탄핵은 물 건너갔다는 것을 직감했다는 말을 했는데 단 하루 만에 그의 예언은 거의 적중을 할 분위기다. 유시민과 전원책 두 패널은 이번 대통령 담화가 노린 것은 새누리당 비박계와 탄핵으로 가담하려는 친박계라고 했다.

다시 말해서 예고된 탄핵의결을 불과 며칠 앞두고 진퇴라는 단어가 들어간 담화를 급하게 발표한 이유는 비박, 친박을 막론하고 결국엔 새누리당인 그들의 운신을 묶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야3당만으로는 탄핵 정족수인 200명을 채우지 못하기 때문에 부족한 29표를 새누리당에서 보충해야 하는 문제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은 비박이 포함된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의 4월말 퇴진, 6월말 대선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또한 그에 대한 영향으로 야3당의 탄핵 시계도 멈춰서고 말았다. 국민의 당의 반대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발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탄핵통과가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국민의 당 입장이었다.

JTBC <썰전>

그러나 이미 탄핵의 캐스팅보트를 쥔 비박계가 돌아선 상황에서 국민의 당의 이탈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곧바로 시민들의 반발에 직면한 국민의 당이 입장을 바꿔 5일로 디데이를 제안했지만 어쨌든 하루 전날 <썰전>에서 전망한 대로 되고 만 것이다. 언론은 분열 양상을 보인 야당의 무능을 탓하는 태도를 보였다.

<썰전>의 유시민과 전원책은 대통령 담화가 비박을 노린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야당이 그 화살에 맞은 격이 된 것처럼 보인다. 야당으로서는 탄핵도 놓치고, 언론으로부터 무능하다고 꾸중을 듣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썰전>은 언론보다 좀 더 차분했다.

전원책은 미국학자 에리카 체노워스의 책을 설명하면서 인구의 3.5% 이상이 비폭력 시위를 계속할 경우 통계상 정권은 필연적으로 무너진다는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두세 번만 더 주말집회가 유지된다면 대통령과 새누리당으로서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JTBC <썰전>

그런가 하면 방송 말미에 유시민이 할 말도 현 정국에서 깊이 새겨볼 만했다. 유시민은 JTBC가 최순실 태블릿을 공개한 후 5주 정도에 탄핵안을 마련한 정도면 대단히 빠른 전개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미덥지 못한 검찰 수사가 막을 내리고 특검이 시작된 것도 유의미하다. 탄핵정족수의 캐스팅보트를 쥔 비박계나 새누리당의 셈법이 통하지 않을 상황이 올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것으로 해석이 된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험준한 산을 넘기 위한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의도가 역력했다.

사실 매주말 광화문으로 나갔던 사람이나 그러지 못하고 중계를 보는 사람이나 비밀처럼 갖고 있는 걱정거리가 하나 있었다. 과연 언제까지 이 촛불이 켜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것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런 불안을 노린 것이 이번 대통령 담화이고, 그에 즉각 반응한 새누리당의 기대일 것이다.

JTBC <썰전>

그러나 유시민의 말처럼 지금의 국민은 영리하기 때문에 그 불안을 극복할 인내와 열정을 유지할 것이다. 일단 야당이 분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화가 나기는 하지만 처음부터 야당 좋으라고 광장에 나선 것이 아닌 이상 본래의 목적이 흔들릴 이유는 아니다.

언론은 쉽게 냉소하고 있다. 언제부터 그렇게 한국의 민주주의를 걱정하고 노력했다고 말이다. 얼마 전 유시민은 이 시국의 원인으로 부역과 맹신을 꼽았다. 한국 언론이 이 평가에 자유롭지 못함은 자명한데 마치 아닌 척 광장을 활보하고 있다. 그 전력을 숨기기 위해서 지금 냉소하는 것이 아닌지 모를 일이다. 그에 비하면 예능인 <썰전>이 뉴스보다 더 낫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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