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진짜 사나이 2>가 종영을 맞았다. 제작진은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올 것을 약속했다. 보통 이 정도의 장기 프로그램이라면 종영에 따른 아쉬움을 많아야 하는데 대중의 반응은 영 뜨악하다. 이유인즉, 굳이 시즌3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샘 해밍턴부터 혜리 그리고 최근의 이시영까지 숱한 스타를 배출한 프로그램이라는 점은 감안한다면 의외의 반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마지막을 8%대로 마치긴 했어도 최고 시청률이 20% 가까이 치솟았던 인기 프로그램의 종영에 어울리지 않는 냉랭한 반응이다. 그것은 인기와 더불어 안티도 많았던 탓이다. 아이돌 연예인도 아닌 예능 프로그램에 팬과 안티가 동행한다는 것은 대단히 의외이다. 그 이유 또한 단순한 편이다.

MBC <일밤-진짜 사나이 시즌2>

<진짜 사나이>가 군대의 현실을 미화하고, 홍보에 치중됐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진짜 사나이>에서는 자주 군대 먹방이 화제가 됐었다. 어쨌든 <진짜 사나이> 속의 군대 먹방은 시중의 뷔폐가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SNS에는 방송과 너무도 초라한 실제 식판이 돌았다. 시청자로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는 없었다.

<진짜 사나이>의 군대 먹방의 열풍은 군대에서 사용되는 식재료들이 일반 마트나 편의점에 등장할 정도로 뜨거웠으나, 실제 현실과 괴리된 방송을 보면서 현역 병사들이 자괴감을 갖지는 않았을까 모를 일이었다. 어디 먹는 것뿐이겠는가. 기타 보급품도 실제와는 분명 거리가 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도 가능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진짜 사나이>가 안티를 만들게 된 동기는 천안함을 찾았을 때 소설가 이외수의 강연을 통편집한 사건이었을 것이다. 시청자들도 이 프로그램의 특성을 모르는 바 아니다. 국방부의 전적인 협조 속에서 가능한 프로그램이기에 군의 입장과 다른 모습을 취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이외수의 강연을 기다렸던 시청자들은 제작진의 입장을 알면서도 분노를 금치 못했다.

MBC <일밤-진짜 사나이 시즌2>

먹방과 혜리의 애교로 기억되는 <진짜 사나이>는 결국 애초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그저 군대홍보용으로 전락했다는 비판 앞에 서게 됐다. 시청자들에게 군대 두 번 가는 악몽까지 꾸게 할 정도로 한때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진짜 사나이>는 분명 종영 전의 <진짜 사나이>와는 다른 예능이었다.

<진짜 사나이>에 남자, 여자 성별을 가리지 않고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대단히 사적인 영역이었다. 남자에게는 추억을, 여자에게는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남자들의 이야기 1순위에 꼽혔던 군대이야기가 여자들끼리도 오갈 정도라면 이 예능의 여파가 얼마나 컸었는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MBC <일밤-진짜 사나이 시즌2>

다시 가라면 차라리 죽고 말겠다는 남자들의 엄살을 등에 업은 재입대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의 성공이었지만 언제부턴가 <진짜 사나이>는 그런 시청자들의 소소한 기대를 벗어나 전쟁영화의 부정적 요소들을 따라갔다. 점점 이 <진짜 사나이>는 시청자를 위한 것인지 군을 위한 것인지 진의를 알기 어려워졌고 급기야 ‘가짜사나이’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분명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때에 머리를 짧게 깎고 국방의 의무에 임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일반이 함께하는 것에는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선을 지키지 못한다면 그 감동은 가짜가 되고, 홍보로 전락하기 마련이다. 시즌3가 만약 제작된다면 그 선을 지키기 위한 모진 각오가 필요할 것이다. 지금의 MBC에서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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