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연결고리로 의심을 받고 있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입을 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차은택 전 창조경제기획단장을 만났다는 것이다. 27일 구속 기속된 차은택 씨의 변호인이 차 씨가 최순실 씨 소개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만났다고 폭로하자, 김 전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지시로 차 씨를 만났다고 해명했다.

JTBC 뉴스화면 캡처

김 전 비서실장의 이 같은 해명은 박 대통령에게 제기되는 공범 혐의를 사실상 뒷받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이날 차 씨를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검찰은 차은택 씨와 최순실 씨가 측근을 KT에 채용되도록 하고 광고 일감을 몰아주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공모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지시로 차은택 씨는 만났다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해명은, 사실여부를 떠나 최순실 씨를 몰랐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도 인지하지 못했다는 기존의 해명과 연장선상 위에 있다. 물론 그는 차 씨 사업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의 지시로 차 씨를 청와대 비서실장 공관으로 불러 만났다는 것을 인정했다. 방점은 박 대통령 지시다.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고 인정한 셈이다.

구속 기소된 안종범 전 수석은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직권남용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구속되자 대통령의 지시를 인정했고 이와 관련된 수첩 등 증거물이 나왔다. 이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도 마찬가지다.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27일 검찰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 대한 소환 조사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이번 국정농단 사태의 연결 고리라는 정황이 제기된 바 있다. 앞서 검찰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에게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통해 최순실 씨를 알게 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에 착수한 이후 김 전 비서실장과 최 씨의 직접적인 관계에 대한 진술을 확보한 것이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16일 김종 전 차관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소환해 조사하던 중 최순실 씨를 알게 된 경위를 추궁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소개로 최순실 씨를 처음 알게 됐고, 그 전에는 최 씨를 몰랐다"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최순실 씨를 몰랐고 그의 국정농단도 몰랐다고 한다. 하지만 정황상 그의 해명은 거짓말로 의심된다. 더구나 세상에는 몰랐어도 문제가 되고 알았어도 문제가 되는 게 있다. 그는 그것을 박근혜 대통령 지시로 돌리려고 한다. 어쨌든 그는 최악의 대통령과 함께한 최악의 비서실장으로 기록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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