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편입학 관련한 10일 오전까지의 상황은 이렇게 정리된다.

정창영 전 연세대총장의 부인 최윤희씨가 9일 검찰에 출석, 편입학 관련 비리를 사실상 시인했다. 학부모 김모씨(여)로부터 김씨 자녀에 대한 연세대 치의학과 편입학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사실을 시인했고, 최씨가 2억원을 빌린 뒤 치과대학장을 찾아가 ‘잘 봐줄 것’을 직접 부탁한 사실 또한 확인됐다.

서울 서부지검은 조만간 정창영 전 총장을 상대로 편입학 관련 비리 공모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정전총장을 직접 소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검찰은 또 치의학과 외의 다른 학과의 편입학비리 의혹에 대한 첩보를 입수, 내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한국일보 11월10일자 10면.
연세대 편입학 비리 계속해서 '단신'으로 보도하는 조선일보

하지만 조선일보는 이 사안을 계속해서 단신으로만 보도하고 있다. 정창영 연세대 총장의 부인 최윤희씨가 편입학과 관련해 2억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은 지난달 29일. 한겨레가 이날 1면에서 관련 내용을 보도한 이후 조선일보는 다음날인 30일자 12면 머리기사로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하지만 그것 뿐이다. 그 이후 조선은 이 문제를 '철저히' 단신으로만 보도하고 있다.

오늘자(10일) 보도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왔던 최윤희씨가 검찰에서 편입학과 관련해 청탁을 받은 사실을 시인한 것 그리고 검찰이 정 전총장의 공모 여부와 다른 학과의 편입학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할 방침을 내비친 것 모두 '상당한' 뉴스거리가 된다.

▲ 조선일보 11월10일자 10면.
하지만 조선은 여전히 '1단'을 고수하고 있다. 오늘자(10일) 10면에서 이 소식을 1단으로 전한 조선일보는 11면에선 페리스 힐튼의 서울 '방문 소식'을 큼지막한 사진과 함께 기사만 4단으로 전하고 있다. 페리스 힐튼과 사학비리 가운데 조선일보의 비중은 전자 쪽에 기울어져 있다. 이게 대한민국 1등 신문의 수준이다.

▲ 조선일보 11월10일자 11면.
조선일보의 이 같은 보도태도는 연세대 편입학 관련 비리 의혹이 불거진 초반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정 총장은 지난달 30일 연세대 재단 정기 이사회에 앞서 이번 사태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고, 이사회는 이를 수리했다. 연세대에서 총장이 비리와 관련해 불명예 퇴진한 첫 사례라는 점 그리고 편입학 관련 비리가 연세대 뿐만 아니라 사학 전체들에게 해당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다.

다음날인 10월31일자 대다수 신문이 1면에서 정 총장의 ‘낙마’ 사실을 전한 것도 이 같은 심각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의 행방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사안 자체가 대학 사회 전반으로 확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방우영 조선일보 회장이 재단 이사장이기 때문인가

하지만 이날 조선일보는 10면에서 단신으로 정 총장 사퇴소식을 전했다. 방우영 이사장(조선일보 회장)이 연세대 이사회가 끝난 뒤 “원칙대로 다 잘 해결됐다”는 입장을 내놓은 이후의 일이다. '원칙대로 해결됐다'는 것은 방우영 이사장의 '입장'일 뿐 대다수 언론은 '해결'보다는 편입학 수사 확대 쪽에 무게중심을 뒀다. 검찰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조선일보는 방우영 이사장의 '판단'은 따랐던 것 같다.

▲ 동아일보 11월3일자 12면.
지난 2일 서울서부지검이 연세대 총장 공관을 압수수색한 것 역시 조선일보는 축소보도했다. 총장 공관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라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지만 조선은 이 역시 지난 3일자에서 1단으로 보도했다. 같은 날짜 동아일보는 12면에서 3단으로 '큼지막하게' 보도했다.

그리고는 오늘자(10일) 역시 조선일보는 1단이다. 그동안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는 순간에도 조선일보는 이 사안을 단신으로만 전하고 있다. 대다수 신문이 주요하게 보도하고 있는 이 와중에 조선일보는 사실상 '침묵'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 조선일보 11월3일자 12면.
방우영 조선일보 회장이 연세대 재단 이사장이기 때문인가. 아니라도 부인해도 연관성은 그것밖에 없는 것 같다. 허긴 조선일보 입장에선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보다 더 어려운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일개 사학비리' 하나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면서 '정권을 비판한다' 한들 그 비판이 제대로 진정성을 가질 수 있을까. 1단으로 처리한 조선일보 기사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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