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가 시작되면서 <썰전>은 어느 때보다 강렬했고 또 명확했다. 그러면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었고, 울분을 어느 정도는 달래주는 역할도 했다. 그런 이유로 뉴스보다 한참 늦지만 <썰전>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게 됐다. 무엇보다 <썰전>만 보면 수많은 뉴스들을 모두 묶어서 하나의 해답으로 끌어내는 공식을 제시해준다는 느낌을 준다.

이번에도 그랬다. 이번 주 <썰전>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세 가지 정도였다. 하나는 KD코퍼레이션에 대한 언급, 그리고 벙커와 심부름센터라는 단어들이었다. <썰전>의 유시민은 누리꾼들로부터 책임총리 추천을 받을 정도로 <썰전>을 통해 시원한 사이다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번 주도 다르지 않았다.

공감이라는 말로는 조금 부족한, 마치 내가 대본을 쓰는 것 같은 기분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이슈를 정확히 분석하고 있다는 것이겠지만 동시에 민심에 대한 모니터링이 충분하기 때문일 것이라 짐작하게 된다.

JTBC <썰전>

사실 워낙 큰 이슈들이 많아서 묻힌 경향이 있지만 KD코퍼레이션 건은 정말 일국의 대통령이 개입하기에는 너무도 작은 것이었다. “왜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인가”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사건이었다. 분노하기에도 너무 자잘해 수치스럽게 만든 사건이었다. 유시민은 처참하다는 말을 했지만 참 많이 순화시킨 표현이었을 것이다.

유시민은 이어 검찰의 공소장을 거론하면서 대통령이 주범이 아니라 최순실의 심부름센터 같다는 말을 했다. 디스도 이런 디스가 없다.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의 냉소가 담겼지만 KD코퍼레이션 건을 생각한다면 이 정도 디스는 해줘야 국민들 마음이 좀 풀리지 않겠는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이제 정국은 하야에서 탄핵으로 넘어갔고, 탄핵의 시계는 시작되었다. 그런 와중에 그 뉴스의 핵심으로 떠오른 것은 과연 탄핵이 될 것이냐는 것과 이상하게도 대통령이 탄핵을 유도(?)한다는 의심스러운 행보를 한다는 것이다. 정말 그 결과가 궁금하고 또 조바심을 낳게 하는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JTBC <썰전>

이에 앞서 유시민은 벙커라면서 청와대가 국정운영의 중심이 아니라 대통령의 농성장이라고 일갈했다. 그 말은 대통령의 계산이 틀렸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먼저 유시민은 탄핵이 되도 좋고, 되지 않더라도 나쁠 것이 없다고 전망했다. 탄핵이 실패해서 대통령이 그대로 직을 유지하게 되면 다음 대선에서 박근혜 심판론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유시민의 생각이 백퍼센트 옳은 것은 아닐 것이다. 설혹 옳다고 하더라도 정치가 옳은 길로 결과가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 시점에서 유시민이 탄핵의 결과에 대해서 가부를 떠난 낙관론을 견지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안심을 시키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국회와 헌법재판소 두 곳 모두에서 탄핵은 결코 단정할 수 없는 변수가 존재한다. 때문에 탄핵의 결과에 올인하는 것은 이미 장기화로 접어든 시국에서 위험하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썰전>은 이번 주에도 답답한 속을 풀어주는 사이다 발언으로 기다린 보람을 얻게 해주었다. 정치가 병을 주면 방송이라도 이렇게 약이 되기도 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