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국정농단·헌정유린의 실체가 하나씩 밝혀지면서 대한민국 전체가 혼란에 휩싸여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이라는 일개 사인에게 자신의 권한을 위임한 이번 사태에 대해 국민들은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연합뉴스)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본질은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전반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에서 기인한다. 대통령직은 선거를 통해 국민의 권한을 위임받아 국민의 뜻에 따라 국정을 운영하는 자리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마치 국민이 위임해 준 권한을 자신의 권능인 것으로 착각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권력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다 보니, 자연히 국정 전반 자체를 자신의 '소유물'로 판단해 국정사유화에 대한 문제의식도 느끼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인식이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자신과 가까운 사인인 최순실 씨에게 이양하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아시아경제 보도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을 최근 만났다는 사람의 증언이 등장한다. 단계적 퇴진이 명예롭다는 의견에 박근혜 대통령은 "내가 뭘 잘못했는데요?"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을 바라보는 시각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내 것을 내가 마음대로 한 것이 잘못이냐'는 식이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사유화에 대한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3년 12월 원혜영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사유화, 실패한 대통령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글을 남겼다.

원혜영 의원은 "국정을 의논하고 결정하는 제대로 된 프로세스가 어느 곳에도 없다"면서 "공식적인 시스템에 의한 국정운영은 보이질 않고 무질서한 상황을 국민들이 목도하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즉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자체가 공식 조직이 아닌 사조직인 비선라인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곧 국정사유화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원혜영 의원은 2013년 당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논란을 국정사유화의 한 예로 주목했다. 채 전 총장의 혼외자로 지목된 채 모 군의 개인정보 유출에 개입한 청와대 조 모 행정관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가 청와대 시설담당이라는 점이다.

굳이 검찰총장과 주변인의 신상정보가 필요했다면, 이는 민정수석실에서 처리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시설을 관리하는 총무비서관실에서 신상조사에 나선 것이다. 게다가 조 행정관의 직속 상사는 바로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이재만 비서관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4년 정윤회 비선실세 사건을 당시 청와대는 '비선실세'가 아닌 '문건유출' 사건으로 축소·은폐했다. 사건의 발단과 의혹 내용, 검찰 조사 방향, 그리고 사후 처리까지 시스템이 아닌 청와대의 '의중'대로 결정됐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역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사유화를 나타내고 있다. 대기업 강탈, 각종 인사·이권 개입 등의 배경에는 박 대통령의 국정사유화가 있었다는 얘기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만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언론에 손을 대기도 했다. 최근 공개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는 청와대 차원에서 공영방송 KBS 인사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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