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라는 수식어가 붙는 불행한 대한민국의 몇 달이 지속되고 있다. 그런 속에서 티비 프로그램들도 변화를 맞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JTBC의 <썰전>이다. <썰전>이 무한도전에 이어 ‘한국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 2위에 오른 것이다. 무한도전이야 원래 그렇다 치더라도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2위에 오른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지난 주말 방영된 <그것이 알고 싶다>는 ‘대통령의 시크릿’이란 제목으로 세월호 참사 당일의 대통령 행적을 추적한 내용이었다. 시청률은 전국 19%, 수도권 21.3%(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비록 이날 전체 1위는 주말드라마가 차지했지만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전체 시청률 2위를 차지한 것은 정말 주목해야 할 현상이다.

JTBC의 <썰전>

<썰전> 또한 지난 11월 3일 9%를 돌파한 이후 줄곧 8%가 넘는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시사와 탐사보도에 시청자의 관심이 폭발한 때는 그리 많지 않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경우 2004년 이후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 CP는 촛불민심을 느낀다고 했다.

또한 요즘은 티비 본방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시청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로 이들 프로그램을 본 사람을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모든 매체가 종일 최순실과 대통령에 관련된 뉴스를 쏟아내고 있는데도 누군가의 바람대로 금세 식지도 않고, 둔감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준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에는 소위 정치의 시기를 맞아 시청자들의 관심이 이슈에 쏠린 탓도 있겠지만 또 하나 아주 중요한 요인 하나는 이제 비로소 금지되었거나 스스로 포기했던 진실을 말하려고 했다는 사실이다. 또한 아직도 명확치 않은 사실들의 진실을 알고 싶다는 열망이 그만큼 크다는 것 역시 반영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대통령의 시크릿’ 편

대통령이 찌라시라고 치부했던 의혹들이 결국 모두 사실이 되어가고, 이제는 끝인가 싶을 때면 다시 어김없이 등장하는 또 새로운 의혹들. 도저히 뉴스에서 시선을 뗄 수 없는 상황일 수밖에 없다. 결국은 너무 오랫동안 진실을 차단해온 탓일 것이다.

그런 와중에 영화관은 작년과 비교해 관객이 절반가량 줄었다고 한다. <김제동의 톡투유>에 방청을 온 한 중2 여학생이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는 일들이 뉴스”에 있다고 한 상황이니 당연하지만, 그만큼 시민들은 당연히 누려야 할 여가를 포기하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럼에도 <썰전>과 <그것이 알고 싶다>에 이토록 뜨거운 관심을 갖는 것의 의미를 언론들은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왜 다른 시사, 탐사 프로그램들은 이렇지 못한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 시청률과 인기를 그저 부러워하고만 있는 것은 아닌지 혹시 모를 일이다.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 '워치독, 랩독, 가드독…그리고'

꽤 지났지만 다시 한 번 손석희 앵커브리핑 ‘워치독, 랩독, 가드독...그리고’를 떠올리고자 한다. 오죽하면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데도 불구하고 손석희는 이토록 신랄하게 자기비판을 해야 했을까.

그런 후 시간이 조금 흘렀고 여전한 워치독이었던 소수의 언론에 의해서 모든 거짓과 부정이 세상에 드러났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모두 워치독이었던 양 아무 반성 없이 뉴스를 생산해내고 있다. 극히 일부의 반성만 확인될 뿐이다. 그래서 경계하게 된다. 워치독처럼 굴지만 결국엔 가드독인 숨겨진 정체를 말이다. 지나고 보니 당시의 앵커브리핑은 그때의 경고이자 가까운 미래에 대한 경고였던 것 같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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