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은 그들이 마지막까지 감추고 싶은 비밀이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이 망해도 밝힐 수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국가 기밀로 분류해 최소 15년이 지난 후에나 그날의 기록을 볼 수 있도록 감추겠다는 청와대의 행동은 국민에 대한 폭력이다.

박근혜 4월 16일 7시간의 비밀,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한 비밀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오랜 시간 준비해왔던 그 방송을 내보냈다. 90분 동안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대통령의 시크릿>은 물론 그 비밀이 무엇인지 알아내지 못했다. 그리고 <JTBC 뉴스룸>을 통해 매일 새로운 속보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신선함도 떨어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의 보도 내용이 무의미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들이 제기한 내용은 큰 울림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 미스터리한 7시간 안에 숨진 304명과 그 가족들, 그리고 엄청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국민들의 상처가 모두 담겨 있다.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대통령의 시크릿’ 편

정윤회 십상시 문건 유출로 인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던 최 경위의 죽음으로부터 <그것이 알고 싶다- 대통령의 시크릿>은 시작되었다.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은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었고, 당시 나온 말이 현재의 사태를 그대로 예언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대한민국 권력 서열 1위는 최순실, 2위는 정윤회, 그리고 3위가 바로 박근혜다"라는 박관천 경정의 발언이 당시에는 말도 안 된다고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박근혜 게이트'가 열리자 박 경정의 발언이 사실이었음이 드러났다.

문서에 담겨 있던 엄청난 진실은 외면한 채 박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분노한 청와대 문건 유출에 대한 질책은 명확한 수사 방향 지시로 이어졌다. 그렇게 최종적으로 문서를 받은 최 경정은 경찰 간부의 "너가 안고 가라"는 가증스러운 요구를 받고 자살을 선택했다.

정윤회의 십상시 사건은 그렇게 묻혀버렸다. 그리고 이야기는 다시 세월호 참사로 돌아간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세월호가 갑작스럽게 침몰하기 시작했다. 그 배에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는 안산 단원고 학생들과 일반인들이 탑승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침몰로 인해 300명이 넘는 이가 숨지고 말았다. 그동안 공권력은 그 어떤 적극적인 구조 활동을 하지 않았다.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대통령의 시크릿’ 편

선장을 시작으로 세월호 승무원들은 "가만히 있으라"고 방송을 한 후 도주하기에만 바빴다. 구조에 나서야 할 해경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고 근처에 사는 어부들이 나서 아이들을 구하기에 바쁜 그 시간 청와대에 있는 대통령은 사라졌다. 가장 중요한 순간 컨트롤타워가 사라진 대한민국은 그렇게 처참하게 무너졌다.

보고를 받은 후 7시간이 지난 5시가 넘어 대책본부에 나타난 박 대통령은 눈이 풀려 있었고, 말도 어눌했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하는지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듯 횡설수설했다. "아이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는데 그렇게 찾기가 힘든가요?"라는 말도 안 되는 질문이나 하고 있는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으로서 가치를 상실했다.

2014년 6월 <JTBC 뉴스룸>에서 발굴해 보도한 당시 그들의 대책 방안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대처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대통령의 지지율만 존재할 뿐이었다. 이를 위해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진실을 밝히려 노력하는 이들을 '종북 좌파'로 몰아갔고, 수구세력을 동원해 말도 안 되는 인신공격을 하도록 지시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차병원의 줄기세포와 박근혜의 만남을 <그것이 알고 싶다- 대통령의 시크릿>은 중요하게 다뤘다.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부터 줄기세포 치료를 받아왔다는 증언은 충격이었다. 제작진은 세월호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이 무엇을 했는지 직접 문의를 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돌아오지 않았다.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대통령의 시크릿’ 편

'4차 촛불집회'가 열린 날, <그것이 알고 싶다- 대통령의 시크릿>이 방송되기 직전 청와대 홈페이지를 박 대통령 비호 페이지로 바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서면과 유선 통화만으로 '세월호 참사' 보고를 받았다고 하지만 유선 보고 내용은 자료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들이 무슨 대화를 했는지조차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당시 김기춘 비서실장이 국회에 나와 자신도 대통령이 어디 있었는지 모른다고 증언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청와대 페이지를 박근혜 살리기 변명 페이지로 바꿔버린 이 한심한 행태는 결국 '박근혜 게이트'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2016년에는 세월호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겠다던 정부는 그 말도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모두가 반대하는 중국 업체를 섭외한 정부의 이 황당한 행동에 모든 퍼즐을 맞추는 마법 조커인 '최순실'이 개입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기만 하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란 노래가 흘러나오는 순간 울컥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 아픔이 과거의 일이 아닌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차가운 물속에 있는 아이들을 찾고자 하는 유가족들의 눈물, 세월호 탑승객 중 가장 어린 7살 권혁규 어린이도 차가운 물속에서 2년이 넘게 나오지 못하고 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윤민석이 작사 작곡한 '세월호 참사' 추모곡에 담겨 있는 단순한, 하지만 그래서 더욱 강렬하게 다가오는 이 가사는 <그것이 알고 싶다- 대통령의 시크릿>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었다.

19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에서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당시 광주시민들이 독재 정권에 항거하며 도청 앞 분수대에 횃불을 켜고 열었던 '민주성회'가 재현되고 있다. Ⓒ연합뉴스

11월 19일 수많은 국민들이 다시 광장으로 나섰다. 26일 대규모 촛불 집회를 앞두고 숨고르기를 할 것이라는 예측과는 다르게 차가운 가을비가 내리는 상황에서도 국민은 결코 꺼지지 않는 촛불을 밝히며 청와대를 향해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범죄자가 버티고 있는 청와대를 향한 국민의 외침은 그렇게 더욱 강력한 힘으로 세상을 밝힐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탱크 앞에서도 자유를 외쳤다. 대한민국 국민은 그렇게 나약하지 않다. 독재자들의 총칼 앞에서도 숨지 않았던 국민이 이 엄중한 현실에서 침묵으로 일관할 것이라는 예측은 처음부터 틀렸다. 박정희, 전두환 독재 정권에서도 국민은 자신의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았다. 광장에 나서 민주주의를 외쳤고, 독재자들의 서슬 퍼런 칼날에 그렇게 죽어가야만 했지만 그래도 국민의 분노는 꺼지지 않았다.

야당은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그저 이런 상황에 자신들의 권력 탐하기에만 집착해서 모든 것을 망치는 짓을 해서는 안 된다. 국민을 섬기는 정치인이 되려면 스스로 사욕을 내려놓고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질 사즉생의 정신으로 나서야만 할 것이다. 국민의 피를 밟고 얻은 권력으로 마치 자신들이 대단한 가치들을 만들었다고 기고만장한다면 국민의 엄중한 분노를 야당들도 피해갈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모든 것이 드러난 상황에서도 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약속마저 아무렇지도 않게 어기고 있다. 검찰 조사를 성실하게 받겠다던 대통령은 언제 그랬냐는 듯 거부했다. 박 대통령은 더는 숨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비호 세력 역시 거대한 국민의 분노를 거역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둠은 언제나 빛을 이길 수는 없었으니 말이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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