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9일 토요일에도 광장은 다시 열렸다. 서울 광화문에서, 광주 도청광장에서, 부산 서면에서 그렇게 70여 곳에서 사람들이 다시 모였다. 그리고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례적으로 90분 연장 편성으로 세월호 참사 당시 종적을 찾을 수 없었던 대통령의 7시간을 집중 보도했다.

그런 반면 <무한도전>은 지금 당장의 현안에서 잠시 시선을 돌려 역사에 천착했다. 이순신, 거북선도 모르는 래퍼들과 <무한도전> 멤버들은 설민석의 강의를 통해 우리 역사의 깊고도 쉬운 이야기들을 들었다. 절로 애국심이 넘쳐나게 되는 명강의였다. 비록 현대사를 외면한 것은 아쉽지만, 지금 이럴 때에 나라의 위기와 절망을 이겨낸 국민들의 힘을 역사를 통해 새삼 일깨워준 것은 훌륭한 지원사격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MBC <무한도전> ‘역사 X 힙합 프로젝트 - 위대한 유산’

한동안 우울했다. 대한민국이 더는 분노하지 않는다는 절망감에 억눌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반만년 동안 숱한 외침과 국란을 이겨내 온 우리 한국인의 근성을 제대로 보지 못한 소치였다. 세월호 참사, 국정교과서, 사드 그리고 9월부터 대한민국을 점령한 단군 이래 가장 쪽팔리는 게이트가 열렸다.

왜 무역수지 4위의 나라를 헬조선이라고 비하하냐던 그 사람들에게는 헬게이트가 열린 것이다. 얼마 전 발표된 세계 각국의 삶의 질 순위는 우리를 또 우울하게 했다. 맞다. 한국은 세계 무역수지 4위의 국가다. 동시에 1인당 노동시간 3위의 나라고, 출산율 166위의 나라고, 삶의 질이 47위의 나라다. 행복지수는 그보다 한참 더 아래다.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대통령의 시크릿’ 편

이 발표에 중국보단 낮다는 탄식들이 나왔지만 실제 그 땅, 헬조선이 된 나라에서 허덕이고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47위도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이야기다. 혹독한 현대사 속에서 독재도 오래 겪었지만 이번처럼 분노와 함께 모멸감을 느낀 적은 없었을 것이다. 광장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나중 우리 아이, 후배들에게 2016년 시대를 향해 소리쳤다 말하고 싶다고 말이다.

솔직히 이 정국이 어디로 흘러갈지는 알 수가 없다. 하야를 할지, 탄핵이 이뤄질지 아직은 미궁 속이다. 그러나 적어도 단 하나,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우리 국민들이 다시 광장을 되찾았다는 것이다. 그 힘을 통해 진실을 묻고, 외면했던 언론들이 앞 다퉈 보도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방송에서는 금기의 단어였던 대통령의 7시간이 방송된 것. 그리고 그 방송의 마무리에 진실에 둔감했던 미디어의 반성을 담았다. 세상을 바꾸려는 광장의 힘이 철옹성 같던 언론을 일깨우고 반성케 하고 있다.

그 광장에서 전인권이 애국가를 불렀다. 그리고 다음 곡으로 들국화 불후의 맹곡 ‘행진’을 이어갔다. 이럴 수가. 애국가가 심드렁해진 몇 년을 보냈는데, 광장에서 그것도 전인권의 애국가에 가슴이 다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살면서 그렇게 애국가를 절절하게 듣고 또 불러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행진, 또 다음 주도 행진이다. 그 행진의 끝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몰라도 행진하는 거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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