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은 대체로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는데, <삼시세끼>에서 벌어지는 종종 마법 같은 기운은 그 부정의 의미도 바꿔 버리는 듯하다. 그 주인공 귱턴 윤균상은 혼잣말로 ‘운수 좋은 날’을 떠올렸다. 비록 원작 소설은 새드엔딩인 것이 함정이지만, 이 말을 하지 않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 행운이 찾아온 삼시세끼 형제들이었다.

행운의 조짐은 더 있었다. 아침 식사를 위한 좀 특별한 반찬을 준비하기 시작한 에릭은 무말랭이와 고춧잎으로 무침을 만들었고, 동시에 검은콩자반을 준비했다. 이상하게도 간이 딱딱 맞는 것이 이상하다며 혼자만이 느끼는 불안감을 드러냈다. 에릭은 아직도 자신의 타고 난 손맛을 알지도, 인정하지도 못하는 것 같다. 그것은 전무후무한 행운의 조짐이었다고 말할 수밖에는 없지 않은가.

tvN <삼시세끼 어촌편3>

물론 에릭만 그랬겠는가. 불안인지 막연한 기대감인지가 어떤 깜짝 놀랄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그럴 이유가 전혀 없었다. 본래 생각지도 못한 행운이 찾아왔을 때 더 기쁜 법이니 이제 운수 좋은 <삼시세끼>에는 놀랄 일만 남은 것이었다. 그 행운은 다름 아닌 낚시였다.

득량도 최고의 낚시 포인트를 찾은 삼형제였지만 그간 낚시는 최고 초보 윤균상의 독무대였다. 비록 회로 먹기에는 너무도 작은 보리멸이 고작이었지만 그래도 그나마 낚은 것은 낚시라고는 생전 처음인 윤균상뿐이었다. 자칭 낚시광인 에릭은 그럼에도 의욕을 보였지만 초보도 마니아도 아닌 이서진은 애초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그저 낚시터에서 점심으로 라면이나 끓여 먹고 유자청을 만들 재료를 구하기 위해 유자밭으로 마실 갈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삼시세끼> 통틀어 최고의 수확, 최고의 밥상을 만든 드라마의 발단은 바로 그 이서진으로부터 시작됐다. 이서진이 낚시를 드리우려고 할 때 그의 시야에 한무리의 고기떼가 무리 져 이동하는 모습이 들어왔다.

tvN <삼시세끼 어촌편3>

보지만 말고 잡으라는 나 피디의 핀잔을 들으며 찌를 던진 이서진은 자신도 믿지 못할 일을 경험하고 말았다. 처음에는 미끼를 반쯤 먹고 놓친 그 물고기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반만 남은 미끼를 그냥 다시 던진 이서진은 잠시 후 낚싯대에 팽팽한 긴장감이 당겨지는 것을 느꼈다. 바늘을 물고기 입에 단단히 꿰기 위해서 한두 번 낚싯대를 당긴 후에 낚싯줄을 감기 시작했다.

이윽고 낮은 바닷물 속으로 하연 것이 달려왔다. 물고기였다. 어디서도 잡지 못해 취미를 잃어버린 이서진에게 바다를, 낚시를 포기하지 말라고 그것도 큼지막한 농어가 그의 낚싯바늘에 걸린 것이다.

그렇게 아주 거창하게 시작했지만 이후 두 번째 소식은 없었다. 삼형제는 그럼 그렇지 하는 심정으로 낚시를 잠시 멈추고 라면을 먹으러 자리를 이동했다. 그러나 에릭과 윤균상은 다시 낚시를 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그대로 낚싯대를 두고 가기로 했다. 그렇게 낚시는 다 잊고 가장 맛있다는 야외에서의 라면으로 포식한 그들에게 나피디의 다급하고 흥분된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목소리만 들어봐도 달려오면서 외치는 중이었다.

tvN <삼시세끼 어촌편3>

윤균상이 두고 간 낚싯대에 카메라를 설치하기 위해서 들었더니 거기에 큼지막한 농어가 또 걸려 있었다는 것이다. 그 소식에 다시 기운을 차린 에릭과 윤균상은 급히 낚시터로 귀환하고, 그때부터 <삼시세끼> 사상 없었던 엄청난 수확의 낚시가 시작된 것이다. 의심 많은 이서진은 어디 근처 양식장에서 풀린 농어들이 아니냐고 할 정도로 많이 잡았다.

당연히 이날 저녁은 전무후무 밥상이 차려졌다. 에피타이저로는 자연산 농어회 그리고 메인으로 매운탕과 1인 1농어의 넉넉한 구이까지 유명한 씨푸드 레스토랑 부럽지 않은, 아니 그보다 더 훌륭한 저녁상을 맞았다. 그간 푸짐한 밥상이 <삼시세끼>에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읍내 마트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급자족으로 꾸민 최고, 최대의 밥상이었다. 이쯤 되면 시청자에게는 식탐 폭력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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