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방송은 남자들에게 주부, 아줌마라는 별명을 붙이기 시작했다. 이런 호칭이 성평등의 관점에서 좋다 나쁘다 논란도 있지만, 그래도 여성들의 당연한 의무(?)라 여겨졌던 살림의 영역에 남성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것은 작더라도 긍정적 효과로 봐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KBS 예능은 <살림하는 남자들>를 론칭했다. 김승우, 김정태, 봉태규, 김일중, 문세윤 등 다섯 명의 남자들의 집안 살림하는 모습을 그린 예능이다. 밥과 육아는 이미 예능에서 마르고 닳도록 파고들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이라면 집안청소, 빨래, 분리수거 등이다. 소위 해도 표가 나지 않는 것으로 보통의 여성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영역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집안일이니 밥하고 반찬 만드는 것도 포함이다.

KBS2 예능프로그램 <살림하는 남자들>

그런데 지금까지 밥과 육아 예능의 반응과 달리 <살림하는 남자들>에 대한 반응은 영 시원찮다. 첫 방송 시청률이 고작 2%대에 머물렀다. 홍보가 다소 부족하고, 멤버들 중에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면서 논란으로 불명예스럽게 하차했던 김정태가 포함된 등의 상황이 있다고 하더라도 예능 첫 방송치고는 너무 저조한 반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예능은 여전히 공익적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기혼가정은 물론이고 이제 다인 가구수를 능가하고 있는 나홀로 가구를 위해서도 중요한 살림의 팁들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비록 아이의 치명적 귀여움이라든지, 요리하는 남자의 묘하게 섹시한 모습은 없을지 몰라도 분명 이 예능이 추구하는 것은 이 시대 아니 앞으로 다가오는 시대에 필요한 정보를 가급적이면 즐겁게 제공한다는 취지는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멤버들에게는 공공의 적이 돼버린 만능살림꾼 봉태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통은 프로그램에 맞게, 그 안의 캐릭터에 맞게 연예인들은 얼마든지 변신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요리가 그렇듯이 절대로 단시간에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딱 꼬집어 뭐라고 하기는 곤란하지만 해본 사람에게서만 느껴지는 그 무엇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KBS2 예능프로그램 <살림하는 남자들>

봉태규가 그렇다. 맥주병을 마트에서 얼마씩 주고 되사는지를 안다는 것은 단지 기억력이 좋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마트를 자주 간 증거가 될 수도 있다. 아마도 봉태규가 맥주병 재활용 가격을 아는 것은 후자의 이유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2회를 맞아 <살림하는 남자들>은 왜 남자들(혹은 여성이라도)이 이 예능을 꼭 챙겨봐야 하는 이유를 말해주었다. 그것은 바로 쓰레기 버리기였다. 바빠서 혹은 환경에 대해서 무관심해서 몰랐던 올바른 쓰레기 버리기의 꿀팁들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얼마 전 <언니들의 슬램덩크>가 재활용 쓰레기가 실제로 재활용되지 못하고 일반쓰레기로 버려지는 안타까운 현실을 알린 바 있었다.

이 <살림하는 남자들>은 재활용 쓰레기가 말대로 재활용되게 하기 위해서 가정에서, 사무실에서 꼭 해야 할 세밀한 부분을 알려주고 있다. 이제 이 글의 제목을 왜 ‘집밥보다 집쓰레기가 더 중요하다’고 했는지 말할 차례다. 집밥도 물론 소중하다. 혼자라도, 여럿이라도 가족 구성원이 건강하고 만족스러운 식탁을 맞는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KBS2 예능프로그램 <살림하는 남자들>

그렇지만 집쓰레기는 하나의 가구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 더 나아가 지구 전체를 살리는 환경운동의 가장 작은 단위이자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OX퀴즈로 까다로운 음식물 쓰레기 분류를 알려준 것은 멋진 한 끼 식사를 가능케 하는 간단 레시피보다 더 소중한 정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맞벌이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사회에서 남자가 쓰레기 분리 배출을 아는 것 역시 선택은 아닐 것이다.

그 OX퀴즈 중 하나를 옮겨와 본다. 고추장은 음식물 쓰레기일까 아닐까?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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