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오디션은 끝물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하락세임에 틀림없다. 아마도 올해가 지나면, 오디션은 원조였던 슈퍼스타K만 남을 전망이다. 그런 와중에 JTBC가 새롭게 오디션 프로그램을 런칭했다. 물론 슈스케나 팝스타K와는 많이 다른 색깔의 오디션이다. 다르다는 것은 틈새에 적중하면 큰 성공으로 이어지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낯선 등장과 익숙한 퇴장의 결과를 낳기 마련이다.

11월 11일 시작된 JTBC <팬텀싱어>는 지금까지 어떤 오디션에도 없던 남성4중창을 뽑는 오디션이다. 방송에서 하는 것이니 완전한 클래식도, 뮤지컬 넘버도 아닌 크로스오버일 것인데 굳이 남성중창을 목표로 한 것이 좀 의아하다. 그 점이 다소 아쉽지만 분명 뭔가 생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막상 방송이 시작되자 그런 아쉬움은 참 쉽게 사라져 버렸다. 무엇보다 <팬텀싱어>의 시청 포인트이자 최고의 즐거움은 당연히 명곡들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악이든 뮤지컬이든 비싼 돈을 들여야 들을 수 있는 최고의 노래들을, 이 오디션을 위해 갈고 닦은 우수한 인재들의 최선을 다한 노래들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JTBC <팬텀싱어>

요즘 음악예능이 어느 때보다 많기는 하지만 가요가 아닌 클래식과 뮤지컬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오디션에 지친 시청자에게는 조금은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으며, 금요일 밤 맥주나 조금 더 투자해서 와인이라도 한 병 준비해서 기다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첫 회니까 당연히 우수한 참가자들을 배치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점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이 <팬텀싱어>에 도전하는 참가자들의 수준이 매우 높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었다. 그들이 언젠가 화음을 맞추고 대중 앞에 서게 될 때의 감동을 생각하면 전율이 먼저 느껴질 정도다.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소위 전공자들만을 위한 무대도 아니었다. 예컨대 음악을 전공하지도 않고, 전문적으로 배운 적도 없는 연극배우 이벼리가 전공자들과의 경쟁에서 당당히 합격했다. 아마도 그런 반전이 이번이 유일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이 방송 오디션의 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JTBC <팬텀싱어>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공정하다고 치켜세울 수도 없었다. 심사위원으로부터 혹평을 듣고, 실제로도 별로였던 참가자가 합격하는 경우도 있었다. 언제나 오디션에서의 문제가 그것인데, 참가자의 기본 실력을 아는 심사위원이 존재하는 데 따른 부작용이다. 한 번의 실수로 진짜 실력자를 놓치지 않는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를 모르는 시청자에게는 의구심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오디션은 어제까지가 아니라 심사를 하는 해당 무대의 결과로써 평가하는 것이 가장 공정한 것인데, 어쨌든 사람이 하는 일이라 완벽하지는 못한 것 같았다. 그런 아쉬운 평가는 지양하는 것이 필요해 보였다. 그런 부분적인 아쉬움을 빼고는 <팬텀싱어>는 분명 성악과 뮤지컬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매우 반갑고, 고마운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비록 남성4중창이라는 전제 때문에 탈락했지만 카운터테너를 지망하는 중3 이준환 군의 존재도 무척이나 신선했다.

수많은 오디션을 겪고, 더 많은 노래예능을 매주 보면서 더는 노래로 놀랄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팬텀싱어>는 그것을 깨버렸다. 덕분에 금요일, 우리의 밤은 조금 우아한 분위기를 맞을 수 있을 것 같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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