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이어 아마도 이번 주 <썰전> 역시 엄청난 관심을 받았을 것이다. 또 그럴 필요도 분명하다는 것을 콘텐츠로서 증명했다. 처음에는 JTBC와 몇몇 언론들만 관심을 갖던 최순실 게이트는 이제 모든 언론사들의 공통 관심사가 됐다. 그러나 그것은 진실과 정의를 향한 욕구라고 다 믿기에는 다른 이유가 더 크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지난 몇 년 간의 보도행태가 그렇기 때문에 억울해 할 일은 전혀 없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가 정말 놀라운 것은 관련자들이 검찰에 소환되고, 구속돼도 계속해서 또 다른 의혹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순실 사건을 또 최순실 사건으로 덮는다는 말이 괜한 것이 아니다. 그러면서 도대체 오히려 지금의 현안이 대체 무엇인지에 대해서 정확히 정리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사건과 의혹이 많아져 버렸다.

지난주보다 그런 면에서는 이번 주 <썰전>이 더 유용했다고 할 수 있다. 불가피하게 최순실 이슈 하에서 실질적으로는 일주일을 거른 것이나 다름없었던 지난주는 분명 유시민과 전원책 두 패널 모두 격앙된 부분이 없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번 주에는 두 사람 모두 더 차분해지고, 준비도 더 많았다.

JTBC <썰전>

무엇보다 개별적인 사건과 의혹 그리고 현상들에 대한 논객다운 통찰을 보였다는 점이다. 우선 검찰의 하수상한 수사 태도는 구속영장에 기재된 혐의만 봐도 알 수 있다. 언론에서도 이미 지적한 바 있는 뇌물수수에 대한 부분이 빠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왜 뇌물죄가 적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감정이 아닌 팩트가 필요한 상황이다.

다시 말해서 최순실의 두 재단에 기금을 낸 기업들과 대통령 사이에 대가성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유시민은 이번에도 아주 명쾌한 해답은 내주었다. 유시민은 총체적으로도 개별적으로도 대가성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총체적으로는 대기업들이 원하는 쉬운 해고, 법인세 인상반대를 대통령이 강력하게 밀어붙였고, 개별적으로는 몇몇 기업들은 형사적 조처나 사면 등 민원해결을 위한 대가성 모금 의혹이 짙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포괄적 뇌물수수죄 적용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JTBC <썰전>

그리고 이날 <썰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내용도 유시민이 정리해주었다. 유시민은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이토록 긴 시간 동안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첫째, 실체를 알고 있었던 이들의 부역이고 둘째는 실체를 몰랐던 이들의 맹신. 이 두 가지가 합쳐져서 이 정부가 탄생했고, 이렇게까지 사태가 벌어진 것은 언론의 직무유기와 의도적인 여론조작이 큰 몫을 했다”라는 것이다.

물론 유시민은 부역은 누가 했고, 맹신은 누가 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렇게 정리해놓고 보면 누가 부역했고, 누가 맹신했는지는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너무 바빠서 현 사태에 대해서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했다면 요즘 <뉴스타파>에서 시리즈로 보도하고 있는 기사들을 참고해도 좋을 것이다.

JTBC <썰전>

<썰전>은 지난주에 전국 9.3%, 수도권에서는 10.1%를 기록하며 지상파 예능도 넘지 못하는 압도적인 인기를 과시했다. 사실 <썰전>은 김구라가 진행을 해도 딱히 예능이라 할 수는 없지만 대중에게는 예능으로 인식되어 있다. 예능이 아니지만 요즘 시국에 예능을 보면서도 마음 편히 웃지 못 할 때에 겨우 웃게 해주는 것은 사실 이 <썰전>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썰전>이 미리부터 존재했다는 것이 다행스럽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예능이 아닌 <썰전>이 이처럼 높은 인기를 얻고 또 어떤 면에서는 위안을 주는 시대라는 것이 서글프기도 하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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