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3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총리 추천’ 제안을 공식 거부했다. 대통령이 사실상 전권을 내려놓고 2선 퇴진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이 청와대와 국회가 대립하며 리더십 공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9일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예상을 뛰어넘고 당선됐다. 트럼프의 당선은 국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을 커지게 만들었다. 보수층의 결집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

9일 야3당은 박 대통령의 '국회 총리 추천' 제안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들은 1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민중총궐기대회’ 당력을 모아 참석,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강력한 검찰 수사 촉구 및 특별검사와 국정조사 신속 추진을 결의했다. 하지만 야3당은 그들이 주장하는 대통령 2선 후퇴의 선이 어디까지인지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진 못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JTBC<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확실하게 2선 후퇴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특별한 권한이 없는 총리를 국회가 추천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야 대선주자들도 8일 회동을 가졌지만 박 대통령의 ‘국회 추천 총리’ 수용이 미흡하다고 평가할 뿐, 이렇다할 대안을 내놓지는 못했다.

<미디어스>는 9일 한양대학교 김성현 제3섹터연구소 연구교수(사회학 박사)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박 대통령이 국회에 '책임 총리 추천’을 제안한 의미와 국민들의 박 대통령 ‘하야·퇴진’ 요구에 야당은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하는지 물었다. 김 교수는 파리 10대학에서 정지학 석사, 파리정치연구소 정치학 박사과정을 거쳐, 파리사회과학 고등연구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수여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운데),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왼쪽),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9일 국회 사랑재에서 야3당 대표 회담을 하기에 앞서 인사하며 밝게 웃고 있다.(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 야당에 자신감 있다

김 교수는 “박 대통령이 야당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야당이 대안이 없다고 감을 잡을 것”이라며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JTBC<뉴스룸>과의 인터뷰 내용만 봐도 야당은 방향과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야당은 박 대통령 ‘하야·퇴진’ 카드를 놓지 않으면서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압박하고 있다”면서 “당내에서 입장 정리가 안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청와대와 여권이 이를 감지하고 공을 국회에 던지며 선공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박 대통령이 야당의 요구를 조금씩 수용하는 것을 두고 “이건 결국 책임을 점점 야당에 덧씌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국민들에게 자신이 계속 양보해왔다는 것을 각인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모양새는 보수층의 결집을 노릴 수 있다. 실제로 대통령의 2차 대국민사과 이후 보수층이 결집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면서 “국정이 마비된 것은 대통령 본인도 알고 있으면서, 시간을 차츰차츰 늦춰 ‘시간벌기’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당, '대통령 2선 후퇴 선 정해' 압박할 때

김 교수는 이 같은 야당의 무능에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개인적인 생각으로 박 대통령은 ‘하야’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문제는 대의 정치를 끌고 가는 정치인들이라면 제도권 틀에 맞게 행위를 해야 한다는 점”이라 지적했다.

이어 “맨 처음 제일 먼저 했어야 하는 게 특검 합의였다. 제대로 된 조사를 할 수 있게 했어야 했다”면서 “야당과 국회는 기회를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대통령 2선 후퇴 얘기가 나왔다. 결국에는 정치 제도 내에서 해결하기 위해 분권형 대통령제 또는 의원내각제 얘기가 나올 것”이라며 “문제는 이를 위해선 개헌이 필요하고, 정치권에서 타협점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재 국회에 던져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여야가 합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야가 대통령에게 총리 권한을 정해달라고 요구할 게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총리는 이거다’라고 합의해서 청와대·대통령에게 역공을 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국회는 이 같은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야당을 향해 “대통령이 2선 후퇴 선을 정해주면 야당이 받아들일 것인가. 야당이 그 제안을 수용하면 체면이 서질 않는다”면서 “따라서 야당이 대통령 국정 관여 선을 정해서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개혁 앞둔 우리나라, '합의 정치문화' 필요

김 교수는 우리나라 중대한 정치적 실험을 앞두고 있다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으로 ‘합의의 정치문화’를 꼽았다. 그는 “정치개혁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합의’”라면서 “우리나라에는 합의의 정치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제는 승자독식이다. 분권형 대통령제, 의원내각제 개헌 얘기가 나왔다. 개인적으로 대통령 4년 중임제가 좋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상황에서 논의되고 있는 책임 총리는 결국 내각제나 분권형으로 운영될 수 밖에 없다"면서 "합의문화가 없는 우리 상황에서 매우 어려운 실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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