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을 흔히 불금이라고 한다. 굳이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금요일보다 더 뜨거운 목요일이 계속되고 있다. 유흥가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최순실 게이트를 점화시킨 JTBC를 두고 하는 말이다. 8시의 <뉴스룸> 그리고 잠시 후의 <썰전>으로 이어지는 JTBC의 투톱이 만들고 있는 색다른 진풍경이다.

<뉴스룸>은 이후 굳건히 8%가 넘는 시청률로 KBS뉴스를 제외한 지상파 뉴스들을 더블스코어 차이로 앞서고 있고, 그렇지 않아도 JTBC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썰전>은 최순실 게이트를 맞아 가장 기대를 모은 뉴스 외 프로그램이다. 자연 목요일의 시사적 관심이 온통 JTBC로 쏠릴 수밖에는 없다.

물론 최근 들어 지상파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조금씩 가동되는 조짐을 보이기는 하지만, 워낙 긴 세월 동안 개점휴업 상태를 지속했기 때문에 그만큼 기대도 신뢰도 떨어진 상태이기에 대부분 큰 관심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그것은 비단 해당 프로그램만이 아니라 지상파 보도의 공정성 회복과 맞물려 있는 문제라 당장 해결될 수는 없을 것이다.

JTBC <썰전>

어쨌든 지난주에는 불가피하게 미리 녹화된 방송을 내야 하는 바람에 적극적으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다루지 못했기 때문에라도 이번 주 <썰전>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을 것이다. 다른 때와 달리, 아니 너무도 당연하게 이번 주 <썰전>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하나만을 다뤘다. 그리고 기다린 보람을 충분히 얻을 수 있었다.

<썰전>의 묘미라면 뉴스에서 다 말하지 못하는 것. 허허실실의 농담 속에 담는 촌철살인의 비판 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보도하는 <뉴스룸>의 손석희 앵커는 특히나 신중하게 ‘확인된 사실’만 보도하겠다고 여러 번 언급한 바 있다. 그것이 뉴스가 지켜야 할 신중하고도 진지한 무게감일 것이다.

JTBC <썰전>

그러나 <썰전>이라면 좀 다르다. 패널인 전원책 변호사가 입에 달고 사는 단두대 이야기라든지, 전직 장관인 유시민을 작가라고 부르는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자유롭게 현안을 다루고, 때로는 확인되지 않았더라도 패널들이 입수한 정보와 판단에 의한 발언이 가능하기 때문에 뉴스에서 느끼지 못할 시원한 배설의 쾌감을 얻게 된다. 그래서 또 <썰전>이기도 하다.

이번 주는 평소보다 그 썰의 청량감과 후련함이 훨씬 더 컸다. 물론 그 내용을 전혀 몰랐다거나 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이미 SNS상에서나 술자리에서 오가는 이야기들이라고 할 수도 있다. 단지 그것을 티비 속에서 툭 털어놓고 말하는 것을 듣는 것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대단히 크다는 것이다.

JTBC <썰전>

최순실이라는 거대한 이슈를 한 주 걸러야 했던 아쉬움 때문인지 전원책과 유시민의 발언은 어느 때보다 독하고, 거침없었다. 정말 시청자가 듣고 싶었던 말들만 족집게처럼 쏙쏙 뽑아서 말해주는 것이 정말로 우주의 기운이 돕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썰전>의 모든 말들이 부조리를 향해 칼처럼 날아드는 형국이었다. 말이 칼을 들자 가슴 속의 암덩어리 같은 울화가 풀리는 기분이 든다.

그것이 뉴스가 아닌 뉴스 리뷰를 보는 이유인 것은 틀림없다. <뉴스룸>이 다 말하지 못하는 것을 대신 말해주는 일종의 뉴스 애프터서비스이기도 하다. 비록 뉴스보다는 조금 타이밍은 늦지만, 늦은 만큼 더 깊이 파고드는 <썰전>의 파이터 근성은 진정 성역이 없다는 것의 실천을 보여주고 있다. 목요일이 어찌 뜨거워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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