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이 특종기사를 내기 전에 <한겨레>가 먼저 특종을 터뜨릴 순 없었을까? 왜 기자회견을 먼저 하고 이를 받은 형식으로 처리한 걸까? 혹시 삼성에 대한 눈치보기가 은연중에 작용한 건 아닐까? 보통 연말에 집중되는 삼성의 협찬광고와 관련된 문제는 아닐까?”

‘삼성비자금’ 보도와 관련해 “한겨레가 삼성을 봐주려 했다”는 언론계 루머에 대해 전국언론노조 한겨레지부(지부장 김보협)가 최근 노보를 통해 해명했다.

지난 1일 발행된 한겨레 노보 ‘한소리’는 보도과정을 다음과 같이 시간순으로 정리했다.

▲ 11월1일자로 발행된 한겨레노보 <한소리>.
김 변호사가 처음 양심고백을 결심하게 된 것은 지난 10월 초. 삼성의 압력으로 법무법인 서정에서 더 이상 일할 수 없게 된 뒤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심이다. 김 변호사는 먼저 <한겨레>의 한 기자에게 이 내용을 밝혀왔다. 본인이 기획위원으로 있기도 하고 삼성으로부터 자유로운 거의 유일한 주요 언론사라 생각했기 때문인 듯하다. 김 변호사는 검찰에 고소장을 접수하고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했다.

놀라운 사실을 접한 <한겨레> 기자와 이를 보고 받은 편집국장단은 고민에 들어갔다. 우리가 바로 터뜨리면 매머드급 이슈로 번질 수 있을까? 우리만 죽어라 떠들고 나머지는 침묵하는 건 아닐까? 제보자가 <한겨레> 기획위원인 점은 바깥에서 어떻게 받아들일까? 폭발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은 없을까? 결국 우리 혼자 특종보도하고 흐지부지 되는 것보다 무게감 있는 시민사회단체화의 결합을 통해 사안에 대한 관심과 폭발력을 극대화하는 방안이 더 효과적일 거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김 변호사는 지인의 소개로 사제단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사제단과의 깊은 논의 끝에 삼성 의혹 리스트를 만들고 비자금 의혹부터 순차적으로 하나하나 공개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한겨레>는 전적으로 사제단이 기자회견을 한 뒤 이를 기사화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김 변호사와 사제단은 신속하지만 차분하게 일을 준비해나갔다.

그런데 일이 꼬이기 시작한 건 <시사인> 기자가 사제단 일에 끼어들면서다. 사제단의 함세웅 신부 쪽이 개인적인 연으로 이 기자에게 실무 일을 도와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물론 비보도를 전제로 말이다. 이 기자는 김 변호사와 사제단의 만남에 동석해 녹취․정리하는 일을 맡았다.

기자회견을 얼마 앞두고 <시사인>이 삼성 기사를 먼저 내보낸다는 소문이 돌았다. 26일 밤 이는 사실로 확인됐다. 긴장한 <한겨레>는 고민 끝에 <한겨레21>을 통해 먼저 기사를 내보내기로 했다.

27일 밤 김 변호사를 긴급 인터뷰했고, 마감까지 늦춰가며 표지기사로 올렸다. 원래 표지기사는 들어냈다. 내용은 다음날 기자회견에서 밝힐 비자금에 관련된 것으로 국한했고, 잡지 배포는 기자회견 이후에 하기로 했다.

반면 <시사인>은 그동안 김 변호사가 사제단에 고백한 내용 전체를 축약해 기사화했다 ……

요약하면, 한겨레가 ‘폭발력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을 때 이미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 결합해있던 시사인 기자가 한 발 앞서 기사를 내보냈다는 것이다.

'한소리'는 “한겨레가 애초 삼성 비자금 기사를 먼저 터뜨리지 않은 이유를 <진보언론>은 이해한다. 광고 따위에 대한 걱정 때문이 아니었음을 안다. 사사로운 특종 욕심보다는 삼성 문제에 대한 사회여론을 이끌어내고 바람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온 점을 평가한다”고 정리했다.

'한소리'는 “문제는 앞으로”라면서 “혹여나 광고나 삼성에 대한 눈치보기 때문에 일부러 특종을 안했다는 의혹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면, 힘있고 당당한 지면으로 보여줄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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