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우주를 여행하는 꿈을 꾼 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주항공분야가 워낙 우리나라와는 거리감이 있어, 이내 더 가깝고 현실이 될 만한 꿈으로 덮여진 꿈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두려움도 분명 있지만, 할 수만 있다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도전이자 설렘이 될 우주여행.

요즘 <무한도전>은 전부터 공언해오던 우주여행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과연 어디까지 이 프로젝트가 진행될 수 있을지는 모른다. 아무리 <무한도전>이라 할지라도 우주라는 주제는 워낙에 제약이 많다. 다른 프로그램을 여럿 하는 멤버들에게 주어진 물리적 시간도 이 프로젝트에 제한을 주겠지만 무엇보다 큰 걸림돌은 돈이다. 아무리 <무한도전>이라 할지라도 돈 문제를 극복할 수는 없는 것이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그래비티 편

그렇지만 어디까지 이 프로젝트가 갈지 모른다는 것은 조금은 다른 의미다. 그런 눈에 훤히 보이는 제약에도 불구하고 <무한도전>이 정말이지 어디까지 도전의 한계를 넓혀갈지 모른다는 뜻이다. 많은 불가능한 것들을 지레 포기하지 않고 끝끝내 시도하고, 곧잘 성공도 맛본 <무한도전>이기에 이번 프로젝트의 끝을 미리 짐작하기 어렵다는 것이며, 동시에 또 기대를 걸게 된다는 의미다.

일단 가시화된 우주 프로젝트의 첫걸음은 무중력 체험이었다. 나사(NASA)가 아닌 러시아 가가린 우주인 훈련센터인 것이 오랜 정서에는 조금 의아한 일이었지만, 굳이 그 이유까지 알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어쨌든 가가린 훈련센터에 도착한 <무한도전> 멤버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감개무량했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그래비티 편

방송이라는 것이 본래 시청자에게 어떤 환상과 대리만족을 주는 것이기는 해도 이번처럼 부러움의 크기가 컸던 때는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어지간한 것은 어떻게든 무리를 해서라도 이룰 수 있는 정도지만 우주여행이라면 ‘꿈’이라는 단어에서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멤버들이 무중력 체험용 비행기를 타고 실제로 무중력 상태를 겪는 그 생생한 모습들을 보면서는 롤러코스터를 탈 때만큼이나 심장이 뛸 정도 놀랍고, 신기했고 결정적으로 부러웠다. 또한 고마웠다. 언제 또 누가 이렇게 우주인들의 훈련코스를 이렇게 실감나게 보여줄 수 있겠는가.

여섯의 멤버들은 참 다양한 모습으로 무중력 상태를 맞았다. 대한민국 대표예능답게 그 장면에서 충분한 웃음도 주었지만 웃기보다는 감탄하는 일이 먼저였고, 더 컸다. 아무리 예능이고, 예능을 하려도 이 꿈 같은 장면에 그저 입이 벌어지는 감탄만이 가능했을 뿐이다. 이쯤 되면 <무한도전>은 예능이 아니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그래비티 편

예능이 대부분이지만 이럴 때는 예능 이상이라고 해야 맞다. 어떤 예능도, 다큐도 엄두를 내지 못할 일을 지금 <무한도전>이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뿐만이 아니라 자주 그랬지만 그때마다 참 학습되지 않는 감동을 받게 된다. 그런 <무한도전>을 그저 예능이라는 흔한 단어에 가두는 것이 왠지 못마땅해지는 이유다.

그러나 아직 어디에도 예능 다음의 개념은 없다. 언젠가 이경규가 예능의 끝은 ‘다큐’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꼭 그대로는 아니어도 <무한도전>이 또 다른 10년을 바라보며 그리는 새롭고 큰 그림과 유사해 보인다. 그렇게 오랫동안 바뀌고 또 새로워지는 <무한도전>이기에 10년이 지나도 다시 또 10년을 기대하게 되는 것 같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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