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는 순간 대한민국은 나락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이미 이명박으로 인해 망가진 대한민국을 더 추락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독재자의 딸이 청와대에 들어선 순간 이 모든 사태는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상실의 시대, 아니 순실의 시대;
차분하게 묵직한 울림 주었던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 숲>은 국내에서 <상실의 시대>라는 다른 이름으로 출간되었다. 이후 원제목으로 다시 출간되기도 했지만 왜 하필 <상실의 시대>였을까? 책 내용을 직설적으로 담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되었었다. 그리고 우린 이제 <순실의 시대>와 마주하고 있다.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에선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와 이를 패러디한 <순실의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원제목인 <노르웨이 숲>으로 출간되었을 때 관심이 없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 소설은 <상실의 시대>라고 이름을 바꾼 후에야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했다.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 상실의 시대, 아니 '순실의 시대' (뉴스화면 갈무리)

손 앵커가 주목한 것은 '상실'이라는 단어에 있었다. 잃어버린 뭔가를 치유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제목이 전달하는 가치는 예상보다 컸다는 의미가 된다. 많은 것들을 잃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이 책은 내용만이 아니라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그 가치를 전달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순실의 시대> 패러디도 동급으로 다가온다. 상실과 순실을 절묘하게 연결한 제목의 힘은 과거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강렬한 가치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20년이 훌쩍 넘은 이 책은 여전히 이렇게 회자된다. 한 국가를 휘두른 최순실이라는 자로 인해 대한민국 국민들은 모두 상실감에 빠져버렸다.

"상실이란 단어가 마음을 울린 이유는 뭐였을까. 각자 자신이 잃어버린 무언가를 치유하지 않았을까. 2016년 가을, 상실은 또 다른 무게로 사람들의 마음을 누르고 있다. 우리는 어떤 나라에서 살고 있는가. 우리는 며칠 사이에 분노보다 자괴를 느꼈다. 영문도 모른 상처를 입어야 했다. 최고 권력자가 고개를 숙였지만, 그 사과를 바라보면서 또 느껴야 했던 상실감, 그 갈증과 상실감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손석희 앵커의 이날 앵커브리핑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우리는 어떤 나라에서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묵직함으로 우리를 흔들고 있다. 우리는 정말 어떤 나라에 살고 있는 것일까? 민주주의 국가라고 하지만 과연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는가?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 상실의 시대, 아니 '순실의 시대' (뉴스화면 갈무리)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이 언급했던 "봉건시대에서도 볼 수 없는 일"이 실제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 비서실장은 다시 국회에 나서 "청와대와 대통령도 피해자"라는 말도 안 되는 발언을 하고 나섰다. 이들이 얼마나 국민들을 개돼지보다 못한 존재로 생각하고 있는지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국정농단을 일삼은 자들은 반성을 하지 않는다. 95초 사과문을 읽고 급하게 사라진 대통령. 그것마저 녹화 방송으로 대체하고 이제 자신의 할일은 다했다는 듯 아무렇지 않은 대통령의 이 기막힌 태도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대학생들은 거리에 나가 시국선언을 했다. 이제는 교수들이 그 시국선언에 참여할 예정이다. 오는 주말에는 국민 시국선언이 예정되어 있다.

독일로 도주한 최순실은 대통령의 행동에 맞춰 발 빼기에 여념이 없다. 주변 사람을 이용해 자신이 무척이나 당황하고 황당해하고 있다는 말을 퍼트리고,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모든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증거로 등장한 태블릿PC가 자신의 것이 아니니 검찰이 철저하게 조사를 해야 한다는 막말까지 하고 있다.

시민단체 '6월민주포럼' 회원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서 '최순실 의혹'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했다. Ⓒ연합뉴스

검찰이 자신의 편에 서서 이들을 엄단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느낌이다. 두 재단 역시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말도 안 되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면서 지금 당장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최순실은 여전히 당당하다. 현재의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린 손석희 앵커의 말처럼 다시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다. 그 상실을 순실이 만들고 있는 이 엄혹한 현실에서 국민들은 다시 한 번 일어서기 시작했다. 단순히 감성적인 울컥함이 아니라 국민을 개돼지 정도로 인식하는 정치꾼들을 향한 분노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대학생으로 시작한 시국선언은 이제 국민들의 시국선언으로 확대되고 있다. 여전히 자신들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인지하지 못하는 이 황당한 상황에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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