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가 맨유를 상대로 4-0 완승을 했다. 두 팀이 박빙의 승부를 벌일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는 점에서 경기 결과는 충격적이다. 무리뉴로서는 자신을 첼시에서 내쫓은 선수들을 상대로 복수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지난 시즌 노골적으로 보이는 항명에 의해 무리뉴는 불명예 퇴진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전략 전술도 존재하지 않은 맨유 무리뉴, 그는 더 이상 스페셜 원이 아니다

무리뉴의 현실은 참혹하다. 이 정도면 그저 평범한 감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엄청난 자본이 집중된 맨유라는 팀을 이끌면서도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단 사실은 처참하다. 무리뉴에게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에는 힘겨워 보인다.

맨유는 해마다 엄청난 자본을 쏟아 붓는다. 그런 엄청난 돈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엄청난 수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챔스 리그 출전이 좌절된 상황에서도 맨유의 수익은 1위다. 그만큼 맨유라는 브랜드 가치는 높다. 그 엄청난 가치는 결국 우승을 해야 유지될 수 있다.

맨유가 무리뉴를 선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그 어떤 감독이 맨유에 오더라도 한계는 분명하다. 거대한 구단에서는 감독 마음대로 선수단을 장악할 수 없다. 자본의 논리에 이끌리는 구단에서 감독의 영향력은 일정부분 부여되기는 하지만 그게 절대적일 수는 없다.

조제 모리뉴(왼쪽) 맨유 감독과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AP=연합뉴스 자료사진]

초반 연승을 하며 지난해와는 다른 맨유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도 있었다. 무리뉴 효과가 다시 한 번 맨유를 통해 발현되는 듯했다. 하지만 그런 효과는 잠시였다.

스페인에서부터 앙숙 관계였던 펩이 맨시티에 부임하며 이들의 대결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펩이 이끄는 맨시티에 완패한 후 무리뉴의 맨유에 대한 평가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까지 그들은 상위권 도약을 하지 못하고 있다. 맨시티전 패배 후 현지에서는 맨유가 우승권에 들지 못한다는 평가를 내렸다.

첼시의 홈구장인 스탬포드 브릿지에 입성한 무리뉴는 복잡했을 듯하다.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무리뉴라는 이름을 널리 알리게 해준 곳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굴욕을 안긴 곳도 바로 스탬포드 브릿지였다. 그곳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싶었을 것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조제 모리뉴 감독 (AP=연합뉴스)

누구보다 첼시와의 경기에서 이기고 싶었던 무리뉴의 바람은 경기 시작 1분도 되지 않아 무너졌다. 간결한 패스로 전방에 있던 페드로에 연결된 공은 골키퍼 데 헤아마저 제치고 골로 연결되었다. 무리뉴의 맨유가 완벽하게 무너지는 과정은 그렇게 처참하게 시작되었다.

오늘 경기에서 맨유는 그 무엇도 하지 못했다. 수비는 엉망이고 공격 역시 단조로운 상황에서 첼시를 뚫어낼 만한 능력은 없었다. 중원까지 완벽하게 첼시가 장악하며 맨유와의 스탬포드 브릿지 대결은 너무나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그 어떤 전략도 존재하지 않은 맨유는 마치 아마추어 팀처럼 첼시 앞에 흐느적거릴 뿐이었다.

말도 안 되는 비용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 포그바의 능력은 언제나처럼 리그 경기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줄라탄도 존재하지 않았다. 맨유의 양 윙을 책임지는 린가드와 래쉬포드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처럼 엉망이었다. 파워와 높이를 갖춘 팰라이니와 최고가 선수인 포그바는 중원 장악에 실패했다. 첼시의 캉테에게 철저하게 막힌 중원은 좀처럼 공격 루트를 만들어내지 못했으니 말이다.

맨유의 조제 모리뉴 감독(왼쪽)이 경기 종료 뒤 첼시의 안토니오 콘테 감독과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AP=연합뉴스)

시종일관 경기를 지배한 첼시는 4-0이라는 완벽한 스코어로 무리뉴를 참혹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퇴진이 잘못되었음을 증명하고 싶었던 무리뉴는 자신의 영광이 새겨진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굴욕적인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펩이 이끄는 맨시티 역시 최근 다섯 경기 무승으로 주춤하다. 물론 그래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중위권으로 밀리기 시작하는 무리뉴의 맨유보다는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다. 아직 초반이라는 점에서 이후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지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지난 시즌의 그림자가 무리뉴를 덮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는 반가운 일이 될 수는 없다.

구겨질 대로 구겨진 무리뉴가 과연 맨유를 통해 다시 한 번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을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 무리뉴의 전술이 이제는 먹히지 않아 보인다. 과거 상대를 완벽하게 제압해내던 기고만장하던 무리뉴는 더는 보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에서 무리뉴의 맨유는 올 시즌도 우승과는 멀어져 가는 듯하다.

그 어느 해보다 치열해지고 있는 EPL, 우승을 어느 팀이 차지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챔스 진출이 걸린 4강 싸움도 어떤 팀이 차지할 것이라고 쉽게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열하다. 펩과 무리뉴의 구도는 이미 깨지고 있고, 첼시 콘테와 리버풀 클롭의 존재감은 경기를 하면 할수록 더욱 높아지고 있다. 과연 EPL 4강 싸움의 주인공은 누가 될지 시즌 초반부터 후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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