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 문화와 노량진이라는 공간을 하나로 묶어낸 <혼술남녀>는 무척이나 흥미로운 전개를 가져갔다. 하지만 이 드라마 역시 주인공들이 사랑에 빠지며 초반의 분위기가 많이 희석되는 분위기다. 시트콤 같은 엉뚱한 재미도, 현대인의 외로움과 청춘 잔혹사도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삼각관계 아니면 안 되나;
혼술도 노량진도 결국은 어쩔 수 없는 사랑 갈구하는 삶의 연장선

우리의 현재를 극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두 개의 단어가 모였다. 혼술과 노량진이라는 문화와 공간은 현재 우리의 삶을 엿보게 하는 데 최적이다. 그렇게 외로움에 지친 혹은 스스로 외로워지고 싶은 이들의 혼술 문화는 사회의 변화를 그대로 담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가온다.

노량진이라는 공간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점쳐보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공간이다. 그곳에는 재수생과 공시생들이 가득하다. 고시를 준비하던 이들이 터를 잡았고 재수생과 공시생들이 들어와 이제는 주인이 되어버린 공간은 우리의 현재이자 미래이기도 하다.

주변국들은 창업 열풍에 청년들이 동참하고 있지만 대한민국 청년들은 공무원이 되기 위해 집중한다. 이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극명한 차이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현재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청춘들은 미래 세대 주역이 될 수 없다. 물론 청년들의 잘못이 아닌 국가 시스템의 몰락이 만든 결과이지만 공시생 열풍은 결국 대한민국의 미래가 아주 어둡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tvN 월화드라마 <혼술남녀>

노량진에서 생활하는 강사와 학생들의 이야기를 통해 <혼술남녀>는 무엇을 보여주려 하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초반에서 중반까지는 현실을 직시하고 그들의 아픔을 공감하게 해주었다. 청춘들이 왜 노량진에서 공부만 하는 신세가 되었는지, 깊지는 않았지만 공감을 유도했기 때문이다.

인간들이 사는 사회에서 사랑은 당연하다.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존재하지만 서로 사랑하고 헤어지는 과정은 너무나 익숙한 하나의 행태이다. 누군가는 새로운 사랑을 하고 반대편에 있던 이는 그 사랑에 울어야만 한다. 누군가는 짝사랑을 하고 다른 이는 서로 첫눈에 반해 사랑을 하기도 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래서 위대하기도 하고 어처구니없어 보이기도 하다. 예측 불가능성을 언제나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랑이라는 감정을 이야기로 담는 것은 그래서 흥미롭다. 하지만 익숙한 방식의 답습은 반가움이 아닌 식상하게 다가올 수밖에는 없다.

tvN 월화드라마 <혼술남녀>

주인공들은 어차피 사랑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수밖에 없다. 일타 강사 진정석의 기고만장과 이제 막 노량진에 입성한 강사 박하나의 사랑은 그런 점에서 흥미롭다. 극과 극이 연결되어 사랑하는 관계가 되어 간다는 사실은 알면서도 웃게 만드니 말이다.

주인공들의 사랑만으로는 부족하니 주변 사람이 언제나 이들의 사랑에 끼어들어 다각관계를 만들어낸다. <혼술남녀>에서는 형제가 하나를 서로 사랑하며 삼각관계를 구축하게 되었다. 정석의 동생 공명은 공시생이지만 그저 짝사랑하는 하나와 사귀기 위한 목표 외에는 없다. 그에게는 현재 청년들이 느끼는 중압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공명을 짝사랑하는 채연은 그런 그가 강사 박하나를 짝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 홀로 술을 마신다. 우수한 성적에 좋은 학교를 나와도 취직하기 어려워 공시생이 된 그녀에게도 사랑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공시생이라고 사랑을 해서는 안 된다는 법은 없을 것이다. 그들도 사랑할 자유는 있으니 말이다.

tvN 월화드라마 <혼술남녀>

종반으로 향하는 <혼술남녀>는 혼술이 조금씩 사라지며 초반 견지하고 있던 현실감이 무뎌지기 시작했다. 사랑으로 동맹을 맺듯 엇갈린 사랑의 작대기를 한탄하며 술을 마시는 그들의 모습에서 애틋함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만큼 공감대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을 품고 풀어가는 에피소드는 여전히 재미있다. 이미 구축된 캐릭터와 작가의 장점인 웃기는 능력은 뛰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헛헛한 웃음 속에 익숙해진 다각관계는 큰 감흥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청춘들의 현실은 사라져가고 오직 사랑이라는 감정만 집중하게 되면서 많은 것들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혼술남녀>에는 이제 혼자 술을 마셔야만 하는 그럴듯한 이유도 사라져가고 있다. 여기에 노량진은 사랑의 전쟁터로 변모한 채 청춘들의 고뇌 역시 사랑에만 집중되어 버렸다. 사랑마저 저당 잡힌 청춘들의 현실은 사라진 채 '사랑 예찬론'으로 흘러버린 <혼술남녀>는 그만큼 매력이 줄어들고 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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