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은 자타공인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전문방송이다. 그렇지만 온전하지는 않다. 거기에는 바로 한국음악 다시 말해서 국악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의무는 아니다. 상업방송인 엠넷이 단지 한국이기 때문에 국악 프로그램을 만들 리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엠넷이 하겠다고 나선 국악 예능에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10월 14일, 그런 엠넷이 마침내 국악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온갖 방송사들이 피 터지게 경쟁하는 금요일 심야에 편성했다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보는 시선에 따라 패기와 포기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만큼 국악이라는 주제가 갖는 현실의 위치가 위태롭다는 의미이다. 정규 편성이 됐지만 항상 파일럿일 수밖에는 없는 것이 이제 막 시작된 <판 스틸러>의 태생적 운명이라 할 것이다.

Mnet 국악 예능 <판 스틸러- 국악의 역습>

그나마 이렇게라도 국악 예능이 생길 수 있었던 것은 가야금 전공자로서 미스코리아, 배우로서 성공한 이하늬가 있었기 때문이다.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국악을 전공한 연예인이 더러 있지만 누구도 이하늬처럼 자주 국악을 거론하고, 실제로 국악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

누가 봐도 이 예능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이하늬가 일반적인 캐스팅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국악의 대중화에 대한 갈증과 사명을 갖고 시작한다는 점에 이 예능이 성공할 수 있을 거란 희미한 기대치에 무게를 더해준다. 많이 알려졌다시피 이하늬는 3모녀가 모두 가야금을 전공한 국악가족이다.

어머니는 인간문화재이자 대학교수이고, 언니 이슬기는 KBS국악관현악단에 재직하고 있다. 이하늬만 국악계를 떠나 연예계에 몸담고 있다. 아마도 이하늬가 다른 국악 전공 출신 연예인들보다 유독 국악에 애정을 보이는 배경을 설명해주는 것은 역시 특별한 가족 구성에 있을 것이다.

Mnet 국악 예능 <판 스틸러- 국악의 역습>

그래도 본인이 싫으면 어쩔 수가 없는 것인데, 이렇게 예능까지 시도한 것을 보면 그녀의 국악 대중화에 대한 열망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런 부분 말고도 이하늬가 판소리며, 한국무용까지 두루 섭렵한 것들을 보면 그 열정은 더욱 분명해 보인다.

그렇게 이하늬와 엠넷이 손을 잡고 국악대중화를 위한 길에 나섰는데, 묘하게도 엠넷이기에 기대가 더 된다. 그렇다고 <쇼미더머니>나 <언프리티랩스타>처럼 될 것이란 과도한 희망을 갖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소위 악마의 편집으로 소문난 엠넷의 솜씨라면 어쨌든 이 <판 스틸러>를 여느 국악 프로그램들처럼 존재감 없이 끝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기에 충분하다.

과연 기본적인 시놉시스는 그런 기대를 부추겼다. 이하늬와 정말로 믿고 듣는 프로듀서 윤상 그리고 강남에 젊은 국악연주자 두 명 등 총 다섯 명으로 구성된 <판 스틸러>는 최종 공연을 위해 네 가지의 규칙에 따라 다른 뮤지션들과 대결을 펼치게 된다. 타이틀대로 이들은 총 4번의 판을 훔쳐야(이겨야) 하는데 그 상대가 결코 만만치 않은 대중가수들이다.

Mnet 국악 예능 <판 스틸러- 국악의 역습>

매번의 승부에서 이길 경우 상대했던 뮤지션들을 최종 공연에 사용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리게 된다. <판 스틸러>들이 판을 훔쳐야 하는 이유가 더 있는 것이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대결 구도로 만든 것이 우선 영리하면서도 당연한 선택이었다. 대결구도라면 절대로 대충 하지 않을 엠넷인 것을 알기에, 각 대결마다의 음악적 수준에 대해서는 국악이라고 해서 딱히 염려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이하늬와 엠넷의 야심찬 그러나 어쩌면 무모한 도전은 시작됐다. 그러나 당연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것이지만 가장 낯설고 어색하다며 계속해서 외면한다면 결국 더 멀어질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판 스틸러>가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아니 기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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