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바다 씨와 차줌마가 뭍으로 왔으니 이제 정선의 서지니가 섬으로 갈 차례였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히 역할교대만 하고 말 나피디가 아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작지만 모터까지 달린 배 서지니호와 경량 오토바이를 개조한 삼륜차 에리카였지만, 근본적으로 이번 <삼시세끼> 득량도 편을 위해 나피디가 단단히 준비한 것은 바로 초심이었다.

굳이 출연자들을 괴롭히고 싶지는 않지만 냉장고에 가스레인지까지 갖춘 <삼시세끼>는 왠지 어색한 것은 분명하다. 만재도보다 더 작은 득량도는 그나마 슈퍼도 없는 30여 가구의 단출한 섬인데다가 거기에 자리잡은 세끼 하우스에 그런 것들이 어울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득량도에 도착한 서지니와 어부2호(에릭), 어부3호(윤균상)은 <삼시세끼> 처음이 그랬던 것처럼 아궁이부터 짓고 시작했다.

tvN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 어촌편3>

그렇게 초심으로 돌아간 <삼시세끼>가 얻은 첫 번째 이득은 바로 이서진의 진심이 담긴 투덜거림이다. 과거 <꽃보다 할배>부터 <삼시세끼>까지 경험으로 얻은 분명한 사실 하나는 이서진은 괴롭혀야 맛이고, 거기서 우러나오는 진심의 투덜거림이 진짜 재미라는 것이다. 느슨해졌던 원시적 자급자족의 울타리를 단단히 친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

그나마 수돗물이라도 나오는 것이 어디겠는가. 그렇게 다시 벽돌을 쌓아 화덕을 짓고, 뭐든 몸을 써야만 하는 시골살림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간 이서진의 <삼시세끼>는 그래서 더욱 반가웠다. <삼시세끼>의 원조는 이서진이고, 그 원조의 초심은 오랜 애청자를 웃게 했다. 또한 오랜 파트너였던 택연 대신 전혀 새로운 얼굴들로 구성된 세끼 형제들의 케미는 처음부터 마치 짜맞춘 듯이 호흡이 딱딱 맞았다.

tvN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 어촌편3>

그 중에서도 정말 놀랄 반전 매력을 드러낸 것은 에릭이었다, 얼마 전 드라마 <또! 오해영>에서 서현진과 좋은 호흡으로 호감도를 높인 에릭이 분명 이번 <삼시세끼>를 통해 그보다 훨씬 많은 호감을 끌어당길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뭔가 귀차니스트 같으면서도 바지런하고, 엉성한 것 같으면서도 똑 부러지는 결과를 내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차승원의 경우처럼 차마 에줌마라고 부르지 못할 이유가 있는 것이 더 흥미롭다. 에릭은 차승원처럼 빠릿빠릿하지 않았다. 사소한 것 하나를 하기 전에도 꼭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것이 마치 까먹은 레시피를 기억해내는 것 같기도 하고, 또 하기 싫어서 멍 때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막상 하는 것을 보면 결코 벼락치기로 요리를 배워온 것은 아니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또한 결정적으로 손에 뭐 묻히기 싫어하고, 설거지거리를 가급적 줄이려는 본능(?)적인 태도가 영락없는 자취하는 남자들의 모습이라는 데서, 그의 요리솜씨가 배운 것이 아니라 익힌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또 놀라게 된다. 처음부터 신화로, 주연 배우로 최상급으로만 살아온 에릭이 언제 저렇게 살림습관을 들였는지 말이다. 제작진은 에릭에게 천재라고 했지만 그건 좀 이른 감이 있고 대신 ‘창의적 귀차니스트’라는 별명부터 붙여주고 싶다.

tvN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 어촌편3>

그런가 하면 장신 막내 윤균상은 드라마에서 보였던 모습보다 더 친근한 빙구매력을 뽐냈다. 셋 중에 막내인 윤균상은 뭐든지 조심스러워 심지어 질문조차 하지 못하는 모습이 덩치에 맞지 않게 얼마나 귀여운지, 처음 본다는 생각을 깜빡 잊을 정도로 친근감을 주었다. 첫인상에 친해져버린 막내 윤균상이었다. 또한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가 보는 이를 기분 좋게 해주는지라 <삼시세끼>의 새 조합은 완벽한 성공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도 나영석 피디의 캐스팅과 전략은 옳았다. 새로운 예능이 생겨도 늘 그 얼굴이 그 얼굴이라 식상한 캐스팅들과 확연히 비교가 된다. 또한 당연하면서도 동시에 잊기 쉬운 초심을 떠올렸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있다. 왠지 멀리 떠났다가 돌아온 것 같은 나피디가 새롭게 다지는 각오가 이번 <삼시세끼>의 여러 곳에서 드러나는 것만 같았다. 새로이 장착한 초심과 새로운 멤버들이 주는 기대감으로 이번 득량도에서의 <삼시세끼>는 대박을 예감해도 좋을 것 같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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