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 2016>이 예상 외로 혹은 예상대로 조용하게 전개되고 있다. 2회 때 참가자의 아버지 직업에 호들갑을 떠는 심사위원들 모습에 잠시 논란도 있었고, 시골 청년 김영근의 감성이 화제가 된 적도 있지만 여전히 예전처럼 뜨거워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제작진으로서는 상당히 조급해지는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슈퍼위크 대신에 도입했다는 지목 배틀도 생각보다 흥행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3회에 이어 4회에도 이어진 지목 배틀은 합격의 기준이 너무 느슨해 보였다. 그뿐 아니다. 무엇보다 실컷 혹평을 하고 합격시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시청자로서는 서바이벌의 묘미를 잃게 하고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시청자 눈에 확 띄는 유망주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싶다. 20초 배틀 때에 다 보여주지 않고 이번 지목 배틀부터 노출시키는 참가자들도 새로이 보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20초 배틀 때 주목받았던 참가자들을 뛰어넘는 다크호스의 출현은 없었다.

Mnet <슈퍼스타K 2016>

그렇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분명 깜짝 놀라게 할 히든카드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렇지 않다면 정말로 슈스케의 남은 여정이 너무도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슈스케가 예전만 못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가을이면 슈스케 없이 지나기는 뭔가 허전하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지난 7년의 학습효과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슈스케는 원조 오디션으로 장수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반전 카드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이번 슈스케는 그저 김영근의 독주로 끝날 공산이 너무도 크다. 또한 개인적으로 가장 주목하는 참가자는 오디션과는 참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이세라이다. 첫인상에서 이세라는 오디션이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가창력이라는 덕목을 배제한 듯한 모습이었다.

20초 배틀에서 이세라는 밥 딜런의 노래를 들고 나왔다. 마침 13일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이 벌어졌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 층에게 밥 딜런은 그다지 친숙하지 않은 존재이다. 과거 통기타부대가 주류를 이루던 시대라면 몰라도 아이돌 팬덤이 가요계를 좌지우지하는 요즘이라면 밥 딜런은 여전히 낯선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외국인에 불과할지도 모를 일이다.

Mnet <슈퍼스타K 2016>

그래서 오디션에 밥 딜런의 노래를 들고 나온다는 것은 상당히 무모한 모험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비록 올패스로 합격했지만 심사위원들조차 그런 이세라에 대한 평가가 갈렸다. 김범수는 “이 노래만 그렇게 부를까봐 걱정”이라고 한 반면, 거미는 반대로 모든 노래를 이렇게 부를까봐 문제라는 식의 의견을 보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세라의 매우 독특한 음색은 밥 딜런의 노래를 아주 잘 소화해냈다.

그래서 이세라의 다음 노래가 정말 궁금했다. 마침내 지목 배틀 무대에 섰고, 이세라는 이문세의 <옛사랑>을 선택했다. 이번 지목 배틀로 적어도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해졌다. 이세라는 모든 노래를 “그렇게” 부른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이세라의 <옛사랑>이 그 많은 참가자들 중에서 김영근의 <바보처럼 살았군요>와 함께 음원으로 발표가 된 것이다.

그것은 슈스케 제작진도 이세라의 가능성에 힘을 실어보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김영근 외에는 이렇다 할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한 슈스케의 미봉책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세라가 은근히 주목받는다는 사실이 흥미롭기만 하다. 과연 이세라가 어디까지 자신의 매력을 이어갈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