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가는 길> 이 드라마가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았다. ‘그래봤자 불륜 드라마’라는 선입견이 우세했다. 그리고 몇 주가 지났다. 많은 것이 변화하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그 중에서 가장 큰 변화는 이 드라마를 향한 시선이 ‘불륜’에서 ‘위로’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위로에 목말라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불륜보다 이 드라마 안에서 벌어지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어떻게 위로가 되어주는지에 더 몰두하게 된 것 같다. 매우 설득력 있는 대본과 외모부터 연기까지 받쳐주는 배우들 그리고 작가와 배우에 지지 않는 빼어난 감성 연출까지, 3박자를 고루 갖춘 보기 드문 완성형 드라마이기에 당연한 결과라고 해야 할 것이다.

KBS2 수목드라마 <공항 가는 길>

그렇게 보는 시선이 달라지면서 파생된 변화는 더 있다. 다른 멜로가 싱거워졌다는 것이다. 오해는 말자. 불륜이라 더 자극적이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 감정이 들어서고 자라는, 그 미묘하고 혼란스러운 감정까지 대단히 섬세하게 파고들어 드러내는 것이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변화도 있다. 이 드라마의 느릿한 어투에 묵묵히 경청하던, 그러면서도 경계의 자세는 애써 유지하던 시청자로 하여금 서도우와 최수아의 감정이나 행동이 격해지는 순간에는 마치 공범처럼 감정적으로 개입을 한다. 두 사람이 남에게 들키지 말았으면 하고 있다는 것이다.

KBS2 수목드라마 <공항 가는 길>

장례식장 밖에서 벤치에 앉아 있는 서도우를 발견하고는 달려가 소년처럼 우는 어른남자를 감싸 안은 것은 3무에 속하지 않는 위로라는 것을 시청자는 안다. 그래서 이들의 그 순수한 부대낌이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지켜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마치 누가 보나 망을 봐주는 심정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지켜보게 된다.

사실 시선이 많이 변화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이성으로는 이들의 관계를 용납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3무 사이’를 더욱 지지하고픈 마음이 컸을 것이다. 어차피 연애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 하지 않기로 한 것의 유혹과 동기는 더욱 강해질 수밖에는 없지 않은가.

그 마음이 하는 일을 잘 알기에 최대한 아무도 모르게 두 사람의 관계가 전개되기를 바라지만, 사실 그렇게 해도 이 드라마는 잘될 것 같지만, 결국 그 비밀스러운 관계는 지켜지지 않을 것이다. 벌써부터 서도우의 아내 김혜원이 거의 확신을 하게 됐고, 최수아의 남편 박기장도 조금씩 주변으로부터 소문을 접하기 시작했다.

KBS2 수목드라마 <공항 가는 길>

그와 동시에 김혜원과 박기장의 문제들도 커지고 있다. 특히 김혜원이 피해자이면서도 전혀 동정 받지 못할 모습들로 치닫고 있어 주목하게 된다. 어린 딸의 죽음에도 오직 자신을 돌보려 했던 김혜원은 남편과 다른 여자와의 수상한 모습까지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용하려는 비상식적인 반응을 보였다. 도대체 김혜원의 문제는 무엇일까? 작가가 서도우와 최수아의 위로 뒤쪽에 김혜원이라는 수상한 인물을 배치한 이유가 점점 더 궁금해진다.

어쩌면 이 드라마를 지지하는 시청자라면 서도우와 최수아의 결말, 그 최선은 아마도 로버트 드 니로와 메릴 스트립이 출연했던 오래 전 영화 <폴링 인 러브> 정도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3무 사이’ 어쩌고 했을 때만 해도 그렇게 될 것 같았지만 두 사람의 배우자들 특히 김혜원이 너무 수상해 그런 결말을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김혜원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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