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회 특집을 무도리 잡기로 한다고 했을 때 좀 의아했다. 그렇지만 10주년을 기념한 것도 그리 오래 되지 않아서 좀 소박하게 가려는가 싶었다. 그래도 무도 팬이라면 500회라는 의미를 너무 간소하게 보내는 것은 아닌가 싶어 서운함 마음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실망은 너무 일렀다.

증강현실이라는 첨단의 게임 방식에 담아낸 것은 무도의 역사였고, 추억이었다. 8일 방송에서는 1라운드와 2라운드 일부를 공개했지만 '무도리 GO' 게임이 진행될수록 시청자는 추억에 빠져들었다. 게다가 갑작스레 낮아진 기온 때문에 그 추억하는 감정이 더욱 애틋해지기도 했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무도리 GO’ 특집

'무도리 GO' 1라운드는 총 8마리의 무도리를 잡는 미션이었다. 새 멤버 광희와 양세형에게는 불리한 미션이었다. 예컨대 덕수궁의 궁밀리어네어 무도리를 잡으러 간 유재석은 곧바로 힌트를 찾아 정관헌으로 직진했다면 먼저 도착한 양세형은 그러지 못했다. 양세형은 아무것도 모르고 우연히 정관헌에 발길이 닿았고, 그래서 무도리를 운 좋게 잡았을 뿐이다.

그렇지만 광희 같은 경우에는 무도에 대해서 복습을 많이 했던지 아니면 멤버가 되기 전부터 진짜 무도팬이었던지 특집 내용을 확실히 양세형보다는 많이 알고 있었다. 100빡빡이의 습격이라든지 꼬리잡기 등의 내용을 비교적 자세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유재석의 <무한도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무도 지분이 높은 유재석의 기억은 소름 돋을 정도로 정확하고 섬세했다. 첫 번째 남산계단에서의 친해지기바래 무도리를 잡고 곧바로 여드름브레이크 무도리를 잡기 위해 남산시민아파트를 찾은 유재석은 이내 이번 특집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매 장소마다의 특집 내용을 회상하면서 본인 스스로 추억에 젖는 모습을 보였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무도리 GO’ 특집

실제로도 유재석은 혼자서 8마리의 무도리 중 3마리를 잡는 성과를 보였는데, 괜히 무도 10년을 끌어온 우등생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증명한 것이었다. 반면 박명수가 2마리의 무도리를 잡은 것 역시 눈길을 끌었다. 애초에 남산의 추억을 잘못 추리한 끝에 거의 기권 상태였던 정준하를 제외하고는 그래도 모두들 1마리 이상의 무도리를 잡았다.

그렇게 찾아간 서울 곳곳의 무도리 장소는 시간여행을 떠나는 플랫홈이었다. 남산계단, 남산 시민아파트, 여의도공원, 선유도공원, 성산대교 둔치, 덕수궁, 서대문형무소. 그냥 그 장소로도 서울의 명소지만 무도팬들에게는 많은 웃음이 쌓인 추억의 장소로 순식간에 이동하게 하는 장치였다.

이제 무도 제작진의 의도를 안 이상 ‘무도리 GO’는 더 이상 게임이 아니었다. 특히 2라운드에서 멤버들이 찾아가야 하는 조정, 댄스스포츠, 에어로빅 그리고 레슬링 등의 장소는 더욱 그랬다. 이곳들은 무도 장기프로젝트가 진행됐던 베이스캠프였고, 단순히 찾아만 간다고 무도리를 잡는 것이 아니었다. 해당 종목을 직접 당시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해결할 수 있는 미션이었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무도리 GO’ 특집

특히 무도의 장기 프로젝트마다 눈물의 아이콘이 되었던 정형돈의 부재가 더욱 아쉽기는 하지만 어쨌든 장기 프로젝트가 무도 멤버들에게 어떤 존재였던지를 새삼 알 수 있는 기회였다. 머리는 잊었지만 몸이 기억하는 반복된 훈련의 결과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또 다시 생고생을 해야 하는 멤버들의 비명과 땀 속에 당시의 추억도 더 생생하게 만져질 수 있었다.

역시 무도가 마음먹고 뭔가를 하면 참 다르다. 하도 많이 해서 또 하기 쑥스러운 것이 유재석과 김태호 피디 칭찬인데, 이번 500회 특집을 보면서 그 오글거리는 일을 또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 무도가 무도이고, 왜 유재석이 변함없이 부동의 1인자이고, 김태호 피디가 왜 천재 소리를 듣는지. 그 모든 것들의 이유를 다시 설명해주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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