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진짜 사나이>는 이시영 때문에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영화에서나 봤음직한 군인으로서의 완벽함. 지금까지 <진짜 사나이>에 이런 캐릭터는 없었다. 아무리 잘해도 신병이라는 압박감 때문에 뭐든 하나 못하거나 놓치기 일쑤인데, 이시영은 그런 당황함조차 보이지 않는다. 놀라고 또 놀라고 한없이 그녀가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함선에서의 생활이 본격화되고도 에이스 이시영의 활약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팔팔한 이십대인 남자 박재정이 끙끙대며 헤매는 포탄 들기도, 장전하기도 마치 오래 전부터 훈련해온 사람처럼 척척해내는 이시영의 모습은 두 번 말해도 아깝지 않은 걸크러시의 전형이었다. 그런가 하면 식사 때가 되면 엄청난 식탐을 보이는 등 예능적 기여도 여전했다.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2> 해군부사관 특집

그런데 그렇게 이시영이 화려하게 빛날 때 본의 아니게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이 하나 있다. 바로 이번 남녀동반 입대의 유일한 외국인 줄리안이다. 어쩌면 이번 특집의 진정한 에이스는 이시영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줄리안은 아주 최소한의 분량만 허락된 채 모든 시선의 중심은 이시영에게도 몰려 있다.

물론 하늘에 태양이 둘일 수 없듯이 두 명의 에이스는 존재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철저하게 제작진의 편집권한일지도 모른다. 거기까지 다 인정하고 이해한다고 치더라도, 갈수록 줄리안 분량은 그가 보이는 활약과 능력치에 비해 너무도 적다는 것만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줄리안은 이시영이 처음 주목받는 계기가 되었던 달리기에서도 결국 이시영을 추월한 유일한 후보생이었다. 또한 이함 훈련에서는 모두가 심지어 박찬호까지도 제대로 임무수행을 하지 못할 때도 역시나 줄리안만이 물에 빠진 동료들을 구해내는 침착함과 능력을 보여주었다.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2> 해군부사관 특집

보통 외국인들이 입대를 하게 되면 다른 모든 것이 완벽해도 최소한 언어적 장애라도 겪기 마련인데 줄리안에게는 그런 모습조차 없다. 이시영이 생각지도 못한 암기력으로 문무(?)를 겸비한 천생 군인상을 확립하는 동안, 줄리안은 그 어렵다는 모스부호나 기류신호까지도 완벽하게 암기하는 모습이 짜디짠 분량 속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그런 이유가 예능을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반면에 이미 캐릭터를 잡은 박찬호나 솔비가 이시영 부럽지 않은 분량을 유지하는 것에서 그 이유를 짐작하게도 한다. 그렇지만 줄리안이 진짜 예능감을 살리지 못했던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것을 확인할 만큼 충분히 그를 노출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지 그럴 수도 있다는 짐작뿐이다.

이번 특집을 위해 머리까지 자르고 임한 줄리안은 그 각오만큼이나 입소 후의 생활도 정말 열심히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충분히 알 수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그런 줄리안 입장에서는 상당히 억울할 수 있다. 아니 차별받고 있다는 인상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억측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다음 주부터는 줄리안에게 활약에 비례하는 분량을 보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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