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열렸던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의 광주지역공청회는 일정대로 마쳤을 뿐이지 내용상으론 파행에 가깝다.

방청객에게 듣기 싫으면 나가라는 한나라당측 공술인, 신문시장의 불공정거래행위 방지 조항인 신문법 10조 2항 삭제에 대한 질문에 “ABC제도에 조 중 동이 참여하면 된다”는 한나라당측 위원의 동문서답, 광주지역민의 공분은 컸다. 이는 당초 미디어위가 계획한 지역공청회를 통한 국민 여론수렴의 현주소로 보인다. 한나라당측 반대로 여론조사 실시 여부까지 난항이라고 한다. 종착점으로 다가가는 미디어위의 구성 취지는 점점 그 의미를 잃어간다.

이날 광주지역공청회 초기부터 한나라당측 공술인 구성에 대한 광주지역민의 지적은 거셌다. 심지어 “광주가 인터넷도시냐”라고 하는 비난이 제기되기까지 했다.

한나라당측은 이날 공청회 공술인 4인 모두를 사이버모욕죄 신설의 당위성을 주장할 인사들로 채웠다. 적어도 재벌과 조중동의 방송 진입이라는 한나라당의 언론관계법에 대한 지역민의 의견을 구할 공청회 구성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대다수의 방청객이 항의했지만 되돌아오는 것은 “듣기 싫으면 나가라”는 한나라당측 공술인의 답변이었다. 본질적인 문제를 제처두고 편향된 공술인 구성 문제로 적지 않은 시간이 소비됐다. 때문에 이날 공청회는 파행에 다름 아니다.

사이버모독죄 신설에 치중된 한나라당측 공술인 구성 논란은 이미 예견된 문제였다. 지난 15일 열린 미디어위 전체회의는 이번 광주공청회에서 인터넷 법개정을 포함해 언론관계법에 대한 전반적인 발표와 논의가 가능한 여야 공술인 구성을 하도록 결론을 맺었다.

당시 한나라당에서는 사이버모욕죄 신설에 중점을 둬 공술인 구성을 마친 상황이었지만 언론관계법 전반으로 주제를 확대하고 몇몇 공술인도 변경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다. 하지만 광주공청회에서 한나라당이 보인 성의(?)는 달랐다. 사이버모욕죄 일색의 공술인 구성이었다.

이처럼 이미 합의해놓고도 정작 지키지 않는 태도는 일종의 미디어위에 대한 무력화 기도로도 보이지만, 지역에 대한 배려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점이다.

이와 관련해 한 방청객은 “여당측이 성의가 너무 없다. 광주공청회를 어떻게 계획했는지 이해 못하겠다”면서 “(공술인 구성 문제는) 여당이 추진하고자 하는 (언론관계법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당측 근거에 대해서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학계 관계자가 없기 때문에 다른 성격의 사람들이 나와서 공술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방청객의 잇따른 항의로 한나라당측 간사인 최홍재 위원의 유감발언이 이끌어졌으며, 한나라당측 위원이 답변을 대신하기로 했지만 동문서답의 수준을 넘지 못했다.

▲ 최홍재 여당측 간사가 방청객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미디어스
한 방청객이 ‘대기업이 방송에 진출하면 과연 일자리가 늘어나느냐’라고 질문하자, 최홍재 위원은 구구한 설명 끝에 “공영은 공영방송대로 하고 수신료를 높이고, KBS 광고시장이 줄어들어 전체 광고시장은 커지고, 콘텐츠가 만들어지면 유효 광고시장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방송 진출은 어딘가 사라지고 일자리 창출은 공영방송을 공영방송답게 해야 가능하다는 이해하기 힘든 일종의 선문답이었다. 이 때문에 내용상에 있어서도 이날 공청회는 파행이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미디어위를 코미디 프로그램인 ‘봉숭아학당’에 빗댔다. 국민이 봉숭아학당에 기대하는 것은 웃음이다. 그러나 미디어위를 보고 있자면 쓴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게 사실이다. 미디어위가 목적한대로 순항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았다. 미디어위가 국민에게 줄 수 있는 게 쓴웃음이라니 문제의 심각성은 더하다. 지금 상황에서 합의 가능한 미디어위의 국민여론 수렴안이 나오리라고 예상하는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한나라당측은 여론조사까지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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