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늘 ‘매직’을 카운트하던 팀. 하지만 올해는 참 어울리지 않는 넘버, 가을야구 탈락을 뜻하는 ‘트래직 넘버’를 지금 이 순간 카운트하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의 가을은 상당히 낯설고 어색하기만 합니다.

이미 두산은 매직넘버를 소진했고, KIA가 자력으로 4승만 추가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는 ‘트래직 넘버’이겠습니다만, 삼성은 최근 그래도 희망을 느꼈습니다.

14일 오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2회말 무사 상황에 타석에 들어선 삼성 이승엽이 한일통산 600홈런을 친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대기록들로 높아진 집중력과, 강팀이었던 과거에서 벗어나 어느덧 약한 팀으로서의 처지와 그 경기력을 각성했을까요?

9월의 2연전을 돌이켜 보면, LG에 당했던 2연패만 없었다면 연패도 없이 좀 더 희망이 있었을 삼성의 가을 입구의 야구. 아직까지도 트래직넘버는 ‘4’로 어찌 보면 6위 아래 팀들 가운데 가장 많습니다. 우승이 아닌 탈락이 기준점인 트래직넘버는 많을수록 좋은 넘버라는 점, 아이러니하네요.

지난해까지는 남은 넘버 소진에 모든 것을 걸었던 이 계절, 삼성의 야구! 하지만 이젠 남은 숫자를 부여잡고 애쓰는 상황, 처절한 희망은 분명 아직 숨 쉬고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은 지금 삼성의 야구가 ‘정신승리’라는 의미에 멈춰있다고 여깁니다. NC와의 3연전, 그리고 KIA-LG-SK와의 대결들이 남겨졌는데요. 상대 전적에서 앞섰던 기억이 있는 팀들, -NC에겐 7승 6패, SK에겐 8승 7패, LG에겐 8승 6패였고, KIA와는 7승 7패, kt와 같은 5할이죠.-

힘겨웠던 상대 한화-롯데, 그리고 두산이 빠진 남은 일정에서 KIA의 부진이 더해진다면, 아직은 삼성의 희망은 유효하지 않을까요? 마산에서 경기를 펼치지만, 광주도 지켜봐야 할 삼성의 입장! 내일까지 승패가 엇갈린다면 정말 알 수 없는 5위 싸움이 되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봅니다.

가을야구가 없는 가을을 아직까지 받아들이지 못한, 답답하고 미련한 출입기자의 가능성 투정입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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