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산술적으로는 kt를 제외한 팀들 모두가 ‘가을 야구’의 기대치는 가져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슬슬 가을 야구를 포기하고, 시즌 마감을 준비할 시점이 다가오죠.

9월의 입구까지도 희망이 있던 SK나 한화, 기대감은 이미 흐려졌지만 그래도 포기는 이르다 여겨졌던 롯데와 삼성 모두가 애매한 처지입니다.

삼성 라이온즈 선수단 [연합뉴스 자료사진]

시즌 홈 개막전 승리로 한때 단독 1위에도 올랐던 kt에게도 잔인한 가을이겠습니다만, 지난해 정규 시즌 우승 팀으로 8,9위를 오가는 삼성의 입장부터 처량함은 저마다 가득합니다. 2012년 경기당 2만 관중을 넘겼던 롯데는 월요일 2100여 명이 찾아 올해 최소를 기록하죠. 9월 중순까지 4위 자리를 지키던 SK는 연패 속 6위로 점점 굳어지고 있습니다. 올해만큼은 기대를 모았던 한화에겐 가장 깊은 논란의 시즌으로 남겨질 가능성이 높은데요.

지금 이 시점, 야구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가을 야구의 희망에만 가치를 둬야 할까요?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힘겨워지는 상황에 놓이면 야구는 그저 괴로움이 돼갑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야구 그 자체를 즐기자는 마음으로 지금부턴 경기에 그저 집중하는 편이 어떨까요? 경기마다의 포인트들에 감동하고 열광하는, 순수한 야구 관람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저 야구만을 즐기자는 겁니다.

늘어가는 빈 관중석은 표를 구하기 쉬어진 상황이라 여기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야구장에서 승패를 넘어 야구 그 자체를 즐기고 느끼는 겁니다. 소소한 경기의 재미로 말이죠. 물론, 그런 시간들이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순위표를 볼 때 희망을 가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반대로 이렇게 야구를 보다 보면 그 순위표에 실망감은 분명 덜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는데요.

우승의 꿈을 더해가는 두산부터 첫 우승을 노리는 NC와 넥센에겐 희망 가득한 가을이 기다리고, 폭풍 질주로 가을 야구를 향해가는 LG와 희망만큼은 아직 가장 큰 KIA에겐 더 복잡할지 모를 가을. 나머지라고 칭하기 미안한 다섯 팀. 희망이 아닌 야구를 보는 몇 경기가 되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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