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와 현실을 오가는 흥미로운 세계관을 갖춘 <더블유 W>가 종영되었다. 강철과 오연주가 실제 연인이 되어 함께하게 되었으니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만화 속 인물과 사랑을 하게 된다는 이 말도 안 되는 설정은 시청자들을 흥미롭게 이끌었다.

맥락을 위한 맥락 찾기;
같지만 다른 두 세계를 통해 증명된 송재정 작가의 도전은 언제나 흥미롭다

만화와 현실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고 경계를 오가던 이들이 마지막 한 회를 남기고 충돌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세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한철호가 최후의 악인으로 남게 되면서 이들의 대결 구도는 더욱 잔인하게 이어지게 되었다. 현실 속 연주와 성무, 그리고 만화 속 강철이 함께 행복해질 수 없다는 이 딜레마 속에서 선택은 더 힘들어졌다.

강철과 연주는 마지막을 준비해야 했다. 강철은 성무와 자신 중 하나만이 살아날 수 있다며 반지를 빼내며 이별을 이야기한다. 연주가 택할 수 있는 존재는 아버지일 수밖에 없음을 강철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연주를 만화 속 세상이 아닌 현실로 돌려보내기 위해서는 이 방법 밖에는 없었다.

MBC 수목미니시리즈 〈W〉

만화가 아닌 현실로 보내기 위해서는 선택이 필요했다. 강철의 생각과 달리 연주는 둘 모두를 살리고 함께 살 수 있기를 바랐다. 자신이 현실로 돌아가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그녀의 말처럼 그렇게 살아갈 수는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강철의 맥락 있는 마지막을 찾는 과정은 마지막 악당인 한철호와의 대결이었다.

도윤이 한철호에게 붙잡혀 있는 상황, 더는 도망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선택은 하나다. 피투성이가 된 도윤을 꺼내고 대신 홀로 그 앞에 선 강철은 하지만 그가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있는지 몰랐다. 두 개의 세계가 존재하고 이 세계 속 상황은 이제 종영을 앞두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주인공이든 악역이든 누군가가 죽으면 그대로 끝이다.

한철호에게 총상을 입은 채 도주한 강철은 버스 정류장 앞에서 연주를 기다린다. 힘겹게 연주에게 전화를 하고 피투성이가 되어 그녀를 기다리던 강철은 더는 움직일 힘도 없었다. 건너편에 연주가 어렵게 도착했지만 둘은 만날 수 없었다. 연주를 보고 그렇게 강철은 쓰러지고 말았다. 강철이 쓰러지자 연주는 소환되어 현실로 돌아갔다.

연주는 현실로 소환되고 강철은 한철호의 총에 맞아 숨지며 만화 <W>는 그렇게 종영되었다. 주인공의 죽음에 대해 독자들도 그렇게 큰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주인공이 꼭 행복할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사랑했던 남자를 잃은 여자의 슬픔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MBC 수목미니시리즈 〈W〉

만화는 끝났지만 만화 속 세상은 끝나지 않았다. 현실로 소환되지 않은 성무가 자신이 할 수 있는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시작했던 오성무는 그렇게 마지막을 자신의 손으로 정리하고 싶었다. 자신이 만들었던 캐릭터가 설정값을 넘어서며 뭔가에 궁금해 하기 시작하면서 모든 것이 뒤틀렸다는 사실을 경험한 성무는 한철호의 마지막을 완성해주었다.

자신의 정신병이 고칠 수 없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성무는 딸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희생을 선택했다. 강철에게 엮여진 수많은 죄들을 정리하고 맥락 있게 마무리한 이야기를 남기고 만화 속 세상에서도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만화 속 세상은 그렇게 오성무가 새롭게 정리한 내용대로 흘러갔고, 징역 2년형을 받은 강철은 그렇게 맥락 있는 마무리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

완벽하게 모든 것을 정리한 강철은 연주가 살고 있는 세상으로 소환되었다. 그렇게 그들은 함께하며 행복한 마무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송재정 작가의 <더블유 W>는 만화 속 주인공인 강철과 현실 속 연주가 만나 평범해서 특별한 결말로 마무리를 지었다.

송재정 작가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작가다. <인현왕후의 남자>와 <나인>에 이어 <더블유 W>로 이어지는 송 작가의 세계관은 국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에서 언제나 반갑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유사하지만 다른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설정은 오래 전부터 이어져온 상상의 이야기 중 하나였다. 실제 미국 드라마에서 이런 세계관을 기본으로 다양한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런 세계관을 접목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송재정 작가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MBC 수목미니시리즈 〈W〉

<나인>이 송재정 작가가 보여준 세계관의 절정이었다고 본다. <더블유 W>가 더 큰 세계관으로 확장되고 성장하기를 바랐지만 이번에도 미완의 대기로 남겨졌다. 우리에게 긴밀한 만화를 끌어들여 흥미로운 세계관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도 <나인>에서 보다 성장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송재정 작가의 세계관은 흥미롭지만 <나인>에 이어 이번에도 표절 논란이 떠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쉽다. 물론 <나인> 때와는 달리 중반을 넘어서는 수준에서 소멸되어 버린 듯했지만 여전히 아쉽기만 하다.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하나의 장르를 파고드는 송 작가라는 점에서 이런 표절 논란이 더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종석은 이번에도 성공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피노키오> <닥터 이방인>에 이어 <더블유 W>까지 이종석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드라마는 성공한다는 공식을 만들어냈다. 2, 30%를 넘어서는 엄청난 성공은 아니지만 이종석이 나오면 실패하지는 않는단 공식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그의 존재감은 더욱 강력해졌다.

송재정 작가의 다음 작품도 타임워프를 주제로 한 작품이 될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아직 그의 이야기는 그만큼 채워내야 할 것들이 많기도 하다. 초반 흐름에 비해 전지적작가 시점으로 흘러가며 맥락을 위한 맥락을 만드는 과정으로 흘러갔지만 송재정 작가의 다음 작품은 보다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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