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공공성 훼손하는 대선 공약 철회하라"
"삼성 비자금 의혹 보도 외면하는 언론은 각성하라"

4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대선미디어연대'가 일부 대선후보의 반공공적인 미디어 공약과 삼성 비자금 논란과 관련해 '침묵'하고 있는 언론 현실을 규탄하고 나섰다.

대선미디어연대는 5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 허용, KBS 2TV 분리와 MBC의 단계적 민영화를 찬성하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입장은 미디어의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대선 후보들은 시민사회가 제시한 언론개혁 과제를 가감없이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 대선미디어연대는 11월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미디어 공공성 파괴 저지와 17대 대선 미디어 개혁과제 수용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언론노조
대선미디어연대는 또 "최근 삼성그룹의 비자금 비리 실태가 백일하에 드러났으나 일부 언론의 봐주기식 보도 태도는 부정부패를 눈감아주는 수준을 뛰어넘어 자본과 권력을 옹호하는 지경에 다다랐다"며 "이러한 모습은 족벌언론의 여론 독과점을 묵인하고 자본권력으로부터 언론의 독립성을 지켜내지 못한 과거 잘못된 미디어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언론 공공성 강화'를 언론개혁 과제의 최우선 과제로 상정하며 신문방송 겸영과 KBS 2TV·MBC의 민영화 정책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은 "이번 대선은 언론개혁과 언론 공공성 강화에 있어 아주 중요한 시점"이라며 "공영방송 체제를 흔드려는 세력, 언론개혁을 후퇴시키려는 세력을 상대로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특히 "신문방송 겸영으로 여론을 독점하는 보수독점 재벌에게 방송을 넘기는 일, KBS2TV·MBC의 민영화를 통해 공영방송을 무시하고 상업방송 체제로 재편하려는 자본의 이익 추구를 결코 좌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언론연대 양문석 사무총장도 "현재의 민영방송이 공영방송 수준의 질을 그나마 담보하는 것은 다공영 체제의 견인력과 구심력이 있기 때문"이라며 "방송을 삼성과 현대, LG와 같은 재벌의 밥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도록 둘 수 없다. 공영방송을 재벌에게 넘겨주려는 이명박 후보의 미디어 정책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대선미디어연대 정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강택 언론노조 민실위원장도 이명박 후보를 겨냥해 "대선 국면에서 공약화를 시키고 내년 2월에 신문과 재벌에게 방송을 넘긴 다음 모든 규제를 풀어 자본과 보수우익의 세상을 만들겠다는 노골적 심사를 드러냈다"며 "언론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대선미디어연대의 13대 미디어개혁 과제를 정면으로 역행한다면 낙선투쟁까지 벌여나가겠다"고 경고했다.

인터넷기자협회 이준희 회장은 삼성 비자금 보도와 관련해 포털의 뉴스편집 실태를 지적했다. 이 회장은 "삼성 비자금 문제에 대다수 언론이 침묵하고 있고 포털도 예외는 아니다. 네이버의 뉴스편집 화면을 보면 삼성 비자금 관련 뉴스는 한두개에 불과하고 그것도 심야 시간대에 잠깐 올리는 식으로 면피하고 있다"며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포털 역시 사회적 책임을 져야하고 언론개혁 측면에서도 수용자의 목소리를 외면해선 안된다. 앞으로 포털의 공공성 강화 문제를 주요하게 제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선미디어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각당 후보 캠프를 방문해 지난달 25일 발표한 13대 미디어개혁과제를 전달하고 각 후보의 미디어 공약과 현안을 묻는 질의서를 전달했다.

다음은 대선미디어연대가 발표한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일부 대선후보의 반공공적인 미디어 공약을 규탄한다!
-대선후보들은 시민사회가 제시한 언론개혁과제를 가감 없이 수용하라-

대통령 선거에 나선 일부 후보들의 미디어에 대한 무지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언론의 공공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론다양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인사가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는 게 우리사회 현실이다. 당혹스럽고 참담하다. 4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대선미디어연대는 반공공적인 미디어 공약을 버젓이 내미는 대선후보들을 엄중히 규탄한다. 그리고 시민사회가 제시한 13개 언론개혁과제를 한 줄의 가감 없이 대선공약에 반영할 것을 촉구한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최근 언론을 통해 언론매체 간 교차소유를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디어 기술이 발달하면서 신문과 방송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덧붙였다. 우리나라 신문시장의 여론독과점 실태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인식수준에서 비롯된다. 이 후보는 신문시장 8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족벌보수신문들이 방송매체까지 손아귀에 넣고 여론을 쥐락펴락하는 상황을 상상이나 해보았는가? 우리는 신문방송 겸영과 교차소유를 허용하자는 주장이야 말로 언론개혁의 역주행을 불사하겠다는 무모함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반 공공적인 행태의 극치를 보여주는 처사이다.

이명박 후보는 또, 방송산업 전반의 구조개편이라는 미명아래 우리나라 공영방송 체제를 흔들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시대적 추이라며 KBS2TV를 KBS에서 분리하고, MBC를 단계적으로 사영화해야 한단다. 어이없는 발상이다. 이 후보는 '왜 우리나라 방송이 다공영방송 체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가?'에 대해 단 한번도 고민을 해 본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상업성으로 치닫는 방송환경에서 그나마 공영방송은 청정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공영방송은 유료방송이라는 핑계를 들어 일부 채널이 보이고 있는 천박한 상업주의를 견제할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이다. 이명박 후보는 막개발 논리를 앞세워 청정지대를 갈아 엎어보겠다는 천박한 자본주의를 버려야 한다.

한나라당은 방송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를 가로막고 서 있다. '방송구조개편' 운운할 때가 아니다. 국회에 제출된 TV수신료 인상안을 처리하는 일이 급선무다. TV수신료 인상은 대한민국의 방송구조를 한 층 튼튼하게 만드는 시금석이다. TV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사가 제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밑거름이다. 한나라당은 TV수신료 인상안 처리에 협조함으로써 공영방송 발전에 최소한의 의지가 있음을 보여야 한다.

최근 삼성그룹의 비자금 비리실태가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 누구보다 눈을 부릅떠야 할 언론이 보여주는 모습은 한심함 그 자체이다. 우리나라 언론이 거대 족벌자본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일부언론의 봐주기식 보도태도는 부정부패를 눈감아주는 수준을 이미 뛰어 넘어, 자본과 권력을 옹호하는 지경에 다다랐다. 대다수 언론이 이미 삼성 품안에서 생활하는 삼성가족임을 자처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모습들이 과거 잘못된 미디어정책에서 비롯되었다고 판단한다. 족벌언론의 여론독과점을 묵인하고, 자본권력으로부터 언론의 독립성을 지켜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선미디어연대가 대통령후보들에게 제시한 13개 언론개혁과제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언론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독립성을 보장함으로써 수용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제들을 망라했다. 현업언론단체, 수용자단체, 언론시민단체, 학계 전문가 등이 참여해 수차례 뜨거운 논의를 거쳤다. 그 결과 제17대 대선 미디어 개혁과제(별첨)를 도출, 지난 10월 25일 발표했다.

13대 개혁과제에 담겨있는 △시민 직접참여를 통한 미디어의 공공성의 강화와 권리보장, 정보인권의 실현 △한미FTA로 인한 미디어 시장 개방 반대 △정보공개 확대와 알권리 신장 △신문의 공공성 강화와 정상화 △인터넷 포털의 사회적 책무 강화 △방송의 공공성과 경쟁력 제고 등의 과제는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들이다. 특히 세부 44개 항목은 우리 사회가 당장 풀어야 할 시민참여와 미디어교육의 문제, 신문시장을 정상화해야 하는 과제, 인터넷 미디어권력인 포털의 문제 등을 자세히 포함하고 있다.

대선미디어연대가 제시한 언론개혁 과제에는 그동안의 활동과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철저히 수용자 주권을 앞세웠다. 이를 위해 언론의 공공성, 독립성을 강화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정치권은 이제 미디어정책에 관한한 진보·보수의 이념적인 문제를 걷어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 미디어 주권만을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우리가 제시한 13개 개혁과제로 눈길이 모아질 것이다. 늦지 않았다. 대선후보들은 대선미디어연대가 제시한 13개 언론개혁과제를 한 치의 가감 없이 공약에 반영하라! 국민들에게 실천을 약속하라!

2007년 11월 5일
대선미디어연대 49개 참여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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