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원초적 소재로 빵 터트리더니, 이번에는 교정브라로 모두를 까무러치게 만들었다. 로코 여신 공효진마저 밀어낼 정도로 모든 지분을 장악해버린, 이 말도 안 되게 집착 강한 마초 남자 조정석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작두 탄 조정석;
마초이기에 더 쉽게 망가진 화신, 이제 본격적인 질투의 화신으로 거듭난다

고정원은 훅하고 표나리에게 다가왔다. 모든 것을 가진 재벌 3세 정원이 왜 아나운서도 아닌 나리를 좋아하는지 알 수는 없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 무엇으로 간단하게 표현하고 정의할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뻑에 빠진 마초 화신의 질투는 그래서 더욱 찰지게 다가왔다.

유방에 집착하던 시작부터 그리고 그 집착이 결과적으로 진정한 사랑이라는 가치를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는 사실은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설마하고 찾았던 병원에서 유방암이라는 진단을 받은 화신은 당황했다. 여자의 전유물이라고만 생각했던 유방암이 남자가 그것도 마초 중의 마초인 자신에게 찾아왔다는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

말도 안 되는 상황에 현실을 부정해보기도 하지만 암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국내에도 남자 유방암 환자가 100명 정도 된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고 입원했지만 2인실에 함께하는 존재가 바로 표나리라는 사실이 화신을 다시 한 번 당황하게 한다.

3년 동안 자신을 멀리서 지켜보며 짝사랑 하던 나리가 여전히 자신에게 집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태국에서도 돌아온 후에도. 하지만 과거의 나리가 아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절친인 정원과 함께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불안하게 다가온다.

모든 것이 자신의 마음대로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엇나가기 시작한 상황이 화신을 더욱 조바심 나게 했다. 유방에 집착해준 나리로 인해 초기에 유방암 진단을 받고 완치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고맙고 감사했다. 그 마음이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전이되는 것 역시 자연스러웠다.

과거 있었던 보도 하나가 화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렸다. 친형의 프랜차이즈 고기집 문제를 보도하며 모든 것이 무너졌다.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회사에서 더는 버틸 수 없어 알아서 태국으로 가야했고, 사랑하는 조카 빨강이에게는 원수가 되어버렸다.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

한번 꼬이기 시작한 인생에서 유방암이라는 사실이 더 큰 의미로 다가오지도 않았다. 여자들만 가득한 곳에 홀로 입원한 화신은 커튼의 장막 뒤에서 나리와 정원의 다정함을 그대로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상황에서 심술이 난 할머니 화신의 방귀는 모두를 자지러지게 만들었다. 가장 원초적인 웃음을 완벽한 방식으로 풀어낸 화신은 마초여서 더 강렬했다.

정원은 적극적으로 나리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이마 키스를 하며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 정원은 진정으로 나리에게 다가섰다. 서럽고 힘들게 살아야만 했던 나리에게 "고생했어요. 그동안"이라고 위로를 건네는 정원의 말에 울컥 눈물을 쏟아내는 나리는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어머니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나리는 정원에게 진정한 위로를 받고 그렇게 조금씩 사랑이라는 감정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병실에서 화신과의 관계는 티격태격이다. 수술 후 교정을 위해 나온 브라에 집착하는 화신은 왜 자신에게는 주지 않느냐고 간호사에게 따지기 시작한다.

남자용은 존재하지 않는단 말에 분노하며 자신도 해야겠다며 나리에게 대신 사달라는 화신에게 화답을 해줬다. 교정 브라를 한 화신을 촬영한 나리를 붙잡고 제안을 한다. 사랑해주겠다며 제안을 해온다. 3일이 3년으로 늘어나버린 제안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도 짝사랑 받아보고 싶다는 나리의 말을 거부하지 못하는 것은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

교정브라가 이후 얼마나 큰 문제가 될지도 모른 채 오지 않는 나리를 찾아 로비로 나간 화신은 그곳에서 후배 혜원을 만나게 된다. 청와대 홍보수석의 딸인 혜원 앞에서 유방암 수술을 했다고 할 수 없었던 화신은 '댕기열'에 걸렸다고 거짓말을 한다.

'댕기열' 핑계는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블랙코미디다. 말도 안 되는 변명에 '댕기열'을 언급하며 그 상황을 그대로 재현하며 비틀어대는 장면은 <질투의 화신>이 품은 재미의 코드가 무엇인지를 엿보게 했다. 완벽하게 무너져 재미로 승부하겠다는 이 드라마의 가치가 모두 드러났으니 말이다.

입원한 형에게 "보고 싶다"는 전화를 받은 화신은 그게 마지막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형의 장례식장을 찾은 화신을 누구도 환영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분노와 빨강이의 싸늘한 눈빛. 그 모든 것이 화신을 향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유방암 수술을 했다는 사실을 알릴 수도 없는 화신은 교정브라를 한 자신을 변태 취급하며 분노하는 어머니로 인해 다시 한 번 망신창이가 되어 버렸다.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

화신 형의 죽음은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을 알렸다. 파편화된 관계들이 하나로 모아지고 그렇게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갖춘 그래서 마초가 될 수밖에 없었던 화신은 <질투의 화신>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례식장에서 분노해 때리는 엄마에게서 수술한 가슴 부위를 자연스럽게 감싸는 화신 조정석의 생활 연기는 정말 대단하다. 질투에 빠진 마초남을 조정석처럼 잘할 수 있는 존재는 결코 없음을 그는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형의 죽음에 서럽게 울면서도, 정원과 행복하게 웃는 나리를 보면서, 착한 형을 돌려주고 자신을 대신 데려가라고 오열한다. 그러면서 덤으로 나리도 데려가겠다는 화신의 그 오열 장면은 압권이었다.

조정석이 아니면 결코 해낼 수 없는 이 연기는 결국 <질투의 화신>을 값지게 만들고 있다. 생활 연기란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준 조정석이 향후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가 궁금하다. 세상 그 누구보다 마초인 화신이 사랑에 질투하고 망가질 대로 망가져가는 모습이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되니 말이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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