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이 사드배치 반대를 위해 성주에 다녀온 후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라 예감했다. 직후에 여당 모 의원은 방송 퇴출을 거론하기도 했으니 그 불안이 현실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였었나 보다. 7일 경향신문은 김제동의 SBS <미운 우리 새끼> 하차를 크게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김제동 하차를 사드 반대 여파로 보는 편이었다.

그러자 외압은 없었다는 담당 피디의 해명도 이어 기사화됐지만 그대로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김제동이 바빠서 촬영을 할 수가 없다는 이유 때문에라도 더욱 신빙성은 느껴지지 않는다. 김제동은 현재 JTBC <김제동의 톡투유 - 걱정 말아요 그대> 하나만 진행하고 있다.

SBS 예능 프로그램 <다시 쓰는 육아일기-미운 우리 새끼>

물론 방송 외적으로 얼마든지 바쁠 수는 있겠지만 프로그램을 포기할 정도로 바쁘다는 것은 전혀 해명이 되지 않는 이유로 보인다. 설혹 바쁘다고 하더라도 미리 촬영할 시간을 조정해놓지 않았을 리가 없다. 방송 처음 하는 초보도 아니고 나름 방송 베테랑인 김제동이 갑자기 정신이 어떻게 되지 않는 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심지어 파일럿 방송에서 김제동이 아니라 제작진이 자막으로 “나, 하나도 안 바쁨!!”이라고 친절하게 김제동의 스케줄을 확인해준 바 있으니 믿고 싶어도 믿을 수가 없다. 결정적으로 믿을 수 없는 것은 파일럿 때 촬영해둔 잔여 분량마저도 방송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미운우리새끼’가 정규편성된 이후 김제동의 어머니가 계속해서 패널로 출연했었다는 것도 김제동의 방송 분량이 있었음을 의미한다. 결국 그마저도 볼 수 없다면 이번 하차는 김제동은 물론이고 노모에게도 큰 상처가 될 수밖에는 없는 처사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김제동 본인이 상주에 내려가서 사드 반대 발언을 할 때 후환을 예감하고, 그 두려움을 드러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강연하는 김제동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제동은 “그 다음에 이렇게 이야기해 놓고 나는 겁 안 나는 줄 압니까. 내 억수로 겁납니다. 내 어디서 세금으로 털지, 여자로 털지 억수로 겁납니다. 그래도 죽을 때 이런 이야기 안 하면 쪽팔릴까 봐 그럽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김제동이 말한 세금이나 여자가 아니라 밥줄이 끊긴 것이 다를 뿐이다. 그것도 하필 모처럼 출연하게 된 지상파 예능이라는 것이 공교롭기만 하다. 물론 담당 피디 말대로 외압은 없었거나 혹은 증명하지 못할 수 있다. 문제는 이를 외압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는 것이다.

<미운 우리 새끼>가 정규편성이 되고도 김제동이 등장하지 않아 그렇잖아도 이상하다 생각하던 차에 결국 하차로 매듭이 지어진 것이 참 얄궂다. 아들 장가보낼 생각에 열심히 녹화를 했던 김제동 노모의 상심은 또 얼마나 클지 남일 같지 않은 심정이다. 그렇지만 김제동이 틀렸던 것은 아닐 것이다. 하수상한 시절이 문제일 뿐.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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