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에서 돌아온 강정호가 한 경기 두 개의 홈런을 쳐내며 지난 시즌 자신의 최다 홈런인 15개를 넘어섰다. 부상과 성추문에 의한 부진만 없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더욱 크게 든다. 치열한 와일드카드 경쟁을 하는 세인트루이스는 극적인 역전 승부를 가져갔고 뒷문을 책임지는 오승환은 16세이브를 기록했다.

오승환에게도 홈런 뽑아낸 강정호, 두 개의 홈런으로 지난 시즌 개인 기록 넘었다

7연패 중인 피츠버그로서는 오늘 경기는 꼭 이겨야 했다.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른 상황에서 반등을 시작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세인트루이스 역시 모든 경기가 중요한 상황에서 포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시카고 컵스가 지구 우승이 거의 확실한 상황,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남은 경기들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늘 경기도 피츠버그는 초반부터 대량실점을 하며 힘들게 시작했다. 1회 실책까지 이어지며 4실점을 한 상황에서 승리는 어려워보였다. 하지만 이런 답답함을 풀어낸 것이 바로 강정호의 홈런이었다. 1-5로 뒤지던 피츠버그는 4회 강정호가 맞는 순간 홈런이라는 것을 알 수밖에 없는 강력한 한 방으로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솔로 홈런이기는 했지만 답답하게 흘러가던 타선을 깨울 수 있는 멋진 한 방이었다는 점에서 분위기 반전에는 최고였다. 세인트루이스 위버를 상대로 2B-1S에서 82마일 체인지업을 끌어당겨 좌측 펜스를 그대로 넘기는 추격포를 날렸다.

미국프로야구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강정호가 7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PNC 파크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경기 4회말 솔로 홈런을 터뜨린 뒤 공을 바라보고 있다. (피츠버그 AP=연합뉴스)

맞는 순간 홈런임을 모두가 직감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던 강정호의 이 한 방은 답답했던 피츠버그 타선을 깨우기에 충분했다.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반전은 언제나 이런 홈런 한 방이 절실하다는 점에서 강정호의 15호 홈런은 잠자던 피츠버그를 깨웠다.

3-5까지 추격하던 피츠버그는 5회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1사 1, 3루 상황에서 적시타가 절실한 상황에서 강정호는 상대 투수 맷 보우먼을 상대로 2B에서 93마일이 넘는 포심 패스트볼을 무리하지 않는 타격으로 중견수 앞 적시타로 4-5까지 추격하는 적시타를 때려냈다.

초반 대량 실점을 하며 연패가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강정호는 추격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었다. 병살이 나올 가능성이 높았던 1사 1, 3루 상황에서 욕심을 버리고 완벽하게 팀 타격을 한 강정호는 그래서 대단했다.

강정호는 5회 적시타에 이어 역전 득점까지 이어지며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7연패에 빠지며 무기력하게 무너지던 해적선을 완벽하게 끌어올린 강정호의 타격. 하지만 아쉽게도 9회 마무리를 하기 위해 올라온 왓슨이 홈런 3방을 내주며 4실점을 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7연패를 끊을 수 있는 확실한 상황에서 팀 마무리의 무기력한 투구는 아쉬움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중요한 시즌 상황에서 팀 철벽 마무리를 트레이드 해버린 피츠버그로서는 너무나 당연한 후폭풍이었다. 세인트루이스는 팀이 승리할 조건이 갖춰지자 고민 없이 오승환을 마무리로 올렸다.

9-6으로 역전을 한 상황에서 9회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해적선 선장인 맥커친을 상대로 3구 3진으로 돌려세우는 괴력을 발휘했다. 오른손 투수가 던지는 바깥으로 빠지는 강한 속구는 대단히 예리했다. 좌완 폴란코 역시 무기력하게 2루 땅볼로 물러난 상황에서 많은 한국 팬들이 기다리던 그 장면이 연출되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한국인 마무리 오승환.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오늘 경기 2안타 중 하나가 홈런이었던 강정호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오승환과 재회했다는 사실은 승패를 떠나 최고의 장면이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 승부에서 강정호는 맥커친을 잡았던 바깥쪽으로 빠지는 빠른 공을 선택했다. 천하의 맥커친도 속수무책이었던 그 공을 강정호는 쳐냈다.

9회말 2사 상황 2S에서 강정호는 오승환의 4구째인 95.6마일 포심 패스트볼을 공략해 가운데 펜스를 넘기는 솔로 홈런을 만들어냈다. 맞아도 홈런이 되기 어려운 공이었지만 가볍게 친 듯한 이 공인 우중간 펜스를 넘기는 홈런이 되자 오승환도 의아해할 정도였다.

오승환은 후속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팀 승리를 지키고 시즌 16번째 세이브를 기록하게 되었다. 강정호와 오승환의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의 대결에서 둘 모두 만족할만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물론 강정호는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팀 7연패를 끊어내지 못한 것이 아쉬웠겠지만 시즌 최다 홈런을 경신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하루였다.

오승환은 팀의 중요했던 승리를 지켜내며 점점 치열해지는 와일드카드 싸움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비록 강정호에게 홈런을 내주기는 했지만 팀 승리를 지키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두 선수 모두 올 시즌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다음 시즌이 더 기대된다.

강정호가 특별한 문제없이 내년 시즌을 시작부터 함께한다면 최소한 30 홈런에 도전해 볼 수도 있음을 그는 올 시즌 증명해내고 있다. 오승환 역시 쉽지 않은 상황에서 메이저 첫 해 전통의 강팀인 세인트루이스의 마무리 투수로서 확실한 입지를 다졌다. 내년 시즌 보직이 어떻게 바뀔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오승환의 메이저 적응은 완벽하게 끝났다는 사실만은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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