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선택은 ‘믿음의 야구’였습니다. 다가오는 국제 야구대회, WBC 1라운드는 우리나라 ‘고척돔’에서 펼쳐집니다. 첫 국내 경기이기도 한데요.

지난해 개장과 함께 첫 경기도 우리 대표팀과 쿠바의 맞대결로 치렀던 고척돔. 당시 ‘프리미어12’를 준비하던 사령탑인 김인식 감독이 내년 WBC도 맡기로 했습니다.

야구의 여러 위기감이 커지는 요즘, WBC에 대한 기대감과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좋지 못한 성적에 대한 부담은 그 어느 때보다 큰 국제대회가 바로 이번 2017 WBC인 것 같습니다.우리 나이로 70대에 접어든, 김인식 감독이 사령탑을 맡아야 하는 건 어쩌면 우리 야구의 다소 서글픈 현실입니다.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감독으로 선임된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KBO에서 2006년 1회, 2009년 2회에 이어 세번째 WBC 사령탑을 맡게 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한때 그때그때 감독이 바뀌던 대표팀에서는 좋지 못한 성적과 여러 비협조가 난무했죠. 소속팀은 물론 본인에게도 남겨둔 팀에 대한 부담이 있다 보니 현직 감독들은 불편해하고, 맡아하겠다고 나서는 이들도 없다 보니 전임감독에 대한 요구는 그만큼 높아졌는데요. 영광은 선수에게, 비난은 감독에게 향하는 것이 사실 이 야구대표팀의 패턴이었죠.

현 프로야구 구단의 감독들이 거절했던 지난 프리미어12의 감독선임이 대표적. 심지어 당시 대표팀은 역대 가장 약한 팀으로 분류됐습니다. 그런 팀 구성에도 우승을 일궈낸 건 여러 노력들 사이에 김인식 감독의 몫이 컸습니다.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미국을 8-0으로 완파하고 우승컵을 들어 올린 한국 야구대표팀 [연합뉴스 자료사진]

급히 다시 우승감독인 김인식 감독을 부른 현실, 여전히 제대로 된 전임감독 시스템은 없습니다. 감독 선임의 새로운 방식으로 한때 쓰였던 "전년도 우승팀, 준우승팀 감독 순으로 임명" 이란 규약. 우승팀 감독들에게 무덤이 됐던 이 규약이 사라지며 사실 더 어려움을 겪은 끝에 결국 늘 쓰던 카드의 유혹에 무너지고 만 우리 야구계. 차라리 이런 현실이라면 제대로 된 ‘전임감독’으로 대우라도 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호성적을 기대하면서도 그만큼의 협조나 노력이 없다면 우리 야구계의 반짝 성공은 잠시에 그칠 터, 이번 대표팀 감독의 선임 과정엔 아쉬움이 많습니다. 어려운 청을 받아들인 김인식 감독께 감사하는 것만으로 넘어가서는 부족하다는 거죠.

야구의 내일을 위해서, 또 원로들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대표팀이 잘하길 바라는 만큼의 깊은 고민의 준비와 과정, 또 결과를 야구계가 함께 고민하고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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