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항간에 떠돌았듯 영화판으로 만들어졌어도 좋았겠단 생각도 해본다. 영화 제작 방식으로 촬영이 이뤄진 만큼 기존 TV 방송에서는 볼 수 없었던 뛰어난 영상미까지 함께한다는 점은 장점이다. 김은희 작가를 왜 대단하다고 하는지 첫 회 방송은 명확하게 증명해냈다. 오르골에 담긴 그 죽음의 진실은 강렬하다.

김은희 장항준의 위험한 회사원;
첫 회부터 강렬하게 이어진 오르골에 얽힌 진실, 변주와 오마주로 완성해낸 극적인 재미

무한상사에서 기묘한 사건이 줄지어 일어난다. 부서는 다르지만 회사 안에서 3명이 연이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나고 유 부장마저 교통사고를 크게 당하며 어수선한 상황에 처하고 만다. 사고와 자살로 위장되기는 했지만 단순사로 볼 수 없는 이 사건의 중심에는 오르골이 있었다.

홀로 회사에 남았던 유재석 부장은 회사를 나서며 뭔가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 그의 불안처럼 누군가가 그를 뒤쫓고 있었고, 엘리베이터에 탄 남성 둘을 보며 유 부장의 긴장감은 극에 달할 수밖에 없었다. 양복 차림에 운동화를 신은 그들이 무한상사 직원이 아니라는 사실만은 명확했기 때문이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2016 무한상사- 위기의 회사원’

그들을 피해 비상계단으로 도주하기 시작한 유 부장과 뒤쫓는 사내들. 처음엔 두 명이던 그들이 점점 숫자를 늘리며 유 부장을 압박하기 시작한다. 겨우 힘겹게 주차장을 빠져나오기는 했지만 그를 기다린 것은 트럭이었다. 안심하는 순간 트럭은 유 부장을 덮쳤다.

오르골을 손에 쥔 채 피투성이가 된 유 부장은 한 달 전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랐다. 모든 사건은 한 달 전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평범했던 무한상사는 언제나처럼 적당히 분주하고 번잡하기도 했다. 영업 3팀은 유 부장보다 늦게 출근하며 걱정이 많았다.

어떻게든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으면서도 지각을 무마시키려 노력하는 사원들에게 화를 내기보다, 올해 최고의 수익을 내서 보너스와는 물론 가족 모두 크루즈 여행을 가게 되었다고 말하는 유 부장으로 인해 지각은 잊혀지고 환호성이 터져 나오는 상황으로 변모했다. 물론 그 모든 상황이 답답한 유 부장의 역설적 분노였지만 말이다.

영업 3팀은 언제나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러운 죽음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 시작했다. 자원팀 전 대리(전석호)가 갑작스럽게 술집에서 숨진 채 발견이 되더니, 화학 2팀의 손 부장(손종학)은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숨졌다. 이런 상황에 유 부장의 입사동기였던 영업 2팀의 김 과장(김희원)은 뺑소니 사고를 내고 잠적했다는 소문까지 들린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2016 무한상사- 위기의 회사원’

두 명의 죽음까지는 그럴 수도 있다는 분위기였지만 김 과장의 자살은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뭔지 모를 불안감을 느낀 유 부장은 김 과장의 전화를 받고 그의 집을 찾는다. 자신이 뺑소니 사고를 내지 않았고 자신은 다 알고 있다는 묘한 말을 남긴 김 과장을 찾아 집으로 향한 유 부장은 끔찍한 모습을 보게 된다.

일련의 죽음을 통해 이상한 느낌을 받은 유 부장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다가서기 시작한다. 그 진실에 조금씩 다가설수록 죽음은 더욱 가깝게 다가선다. 유 부장의 사고로 인해 어수선해진 상황에서 의외의 변수를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은 바로 정준하 과장이었다.

정 과장은 유 부장이 사고 당할 때 손에 쥐고 있었다는 오르골에 집착하게 된다. 그 오르골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된 정 부장의 추리는 진실을 향해 다가서기 시작했다. 김 과장의 죽음과 관련된 수사를 하고 있는 경찰을 만난 정 과장과 하 사원은 그렇게 자신들이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담당 형사의 모습이었다.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듯했던 박 경위(이제훈)는 사실 이 거대한 음모에 개입되어 있던 존재였다. 유 부장을 완전히 제거하고 어설픈 추리를 하는 두 회사원들까지 없애라는 지시를 내리게 된다. 그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마키(쿠니무라 준)이 있었다.

마키 상이 붙여놓은 사진들 속 인물들은 모두 죽어 있었다. 마치 데스노트 속 존재들처럼 사진 속 인물들의 죽음은 마키와의 연관성을 높여 준다. 왜 그들은 죽어야 했는지 그리고 손 부장이 선물했던 그 오르골의 정체는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 안에 모든 사건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2016 무한상사- 위기의 회사원’

죽은 이들에 대한 괴소문들은 마키 상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백마진을 통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내용이었다. 그 수상한 소문들 속에 진실을 찾으려는 영업 3팀의 활약은 이제 그렇게 시작하려 한다. 유 부장의 교통사고로 촉발된 의심은 결국 거대한 사건을 모두 해결하게 하는 단초가 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오르골은 마키 상과 무한상사의 죽음을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이다. 그리고 소문으로만 돌고 있는 백마진의 진실을 밝혀줄 유일한 증거이기도 하다. 여기에 유 부장의 동기인 김 과장의 사원증 끈에 달고 다니던 USB는 결정적인 증거로 다가올 것이다. 그 안에 모든 사건을 추격할 수 있는 결정적인 그 무언가가 담겨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말이다.

<2016 무한상사-위험한 회사원>은 흥미롭게 이어졌다. 드라마 <미생>, <시그널>과 영화 <곡성>을 절묘하게 끄집어들여 새롭게 변주해 비틀어내는 방식은 익숙하면서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박해경 경위와 외지인의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와 반전을 주며 극의 중심으로 이끌게 하는 과정은 재미있었다.

<무한상사>와 <곡성>을 절묘하게 결합하고 <시그널>을 중심에 두고 뒤틀어 변주시키는 김은숙 작가의 능력은 역시 뛰어나다. 그리고 장르 영화의 공식을 그대로 인용하며 흥미롭게 담아낸 장항준 감독의 연출도 매력적이었다. 예능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이 기묘할 정도로 매력적인 <2016 무한상사-위험한 회사원>은 그 자체로 무모했지만 매력적인 도전이 되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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