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가습기살균제 청문회 중계를 요청받았지만 준비할 시간 부족 등의 이유로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공영방송의 책무를 저버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KBS가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청문회 등을 생중계해 온 전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준비할 시간 부족 등의 거부 이유는 동의 가능한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청문회가 진행되는 같은 시각 KBS 채널에는 드라마 재방송이 편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9~30일 국회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 특위는 옥시 경영진과 김앤장 관련자 등 핵심 증인들을 출석시킨 가운데 청문회를 개최했다.

여의도 KBS 사옥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에 따르면 국회 가습기살균제 특위 우원식 위원장이 직접 KBS 방송본부장에게 청문회 생중계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청문회가 열리는 월요일로부터 이틀이 채 남지 않은 토요일 오후 국회로부터 중계 요청이 들어왔고 중계 실무진은 시간이 촉박해 중계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KBS본부는 “‘안방의 세월호 사건’이라고도 불리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국민적 공분이 높은 사건인 만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는 시청자들의 알 권리를 위해 생중계하는 것이 공영방송 KBS의 책무”라며 “국회 요청이 올 때까지 손을 놓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KBS는 책임을 벗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KBS본부는 “가습기살균제 청문회는 이미 지난달 개최가 확정됐고 청문회 일주일 전인 지난 22일 청문회 일정까지 최종 확정된 상황이었다”며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해당 사안을 취재해 온 보도본부와, 국민적 행사 중계를 책임져온 방송본부 모두 생중계 검토와 대비를 하지 못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밝혔다.

그 동안 KBS는 국민적 관심사가 집중된 국회 청문회를 중계해온 전례가 있다. 지난 2013년 국정원 대선 댓글공작 의혹을 조사한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의 청문회와 2008년 한미 쇠고기협상 국정조사 특위의 청문회를 생중계했다.

그러나 KBS는 최근 들어 가습기살균제 청문회 이외에도 두 차례 열린 세월호 특조위 청문회도 생중계하지 않았다. 3차 세월호 특조위 청문회가 하루 뒤인 9월 1일 열리지만 KBS가 아닌 TBS에서 생중계를 진행한다.

KBS본부는 “청와대 서별관회의 의혹 청문회와 백남기 농민 사건 관련 청문회가 예정됐다”며 “KBS가 이번에도 생중계를 외면한다면,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를 내던진 것은 물론 정권을 비호하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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