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속 세상과 현실을 오가는 <더블유 W>에 많은 이들이 환호하고 있다. 퓨전 사극인 <구르미 그린 달빛> 역시 그런 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큰 차이는 없다. 둘 다 시청자들의 호응을 받는 것은 바로 그 가벼운 재미 속에 있다. 여기에 주 시청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배우들의 등장은 화룡점정으로 다가온다.

보검 매직의 시작;
성균관 스캔들과 커피프린스 1호점을 보는 듯한 익숙함

<구르미 그린 달빛>은 익숙하다. 익숙함은 안정감을 준다. 남장 여자와 멋진 사내들의 이야기를 다뤘던 <성균관 스캔들>의 캐릭터를 그대로 이식받고, 브로맨스로 생각하다 그 사랑에 혼란스럽다 진짜 사랑을 깨닫게 되는 <커피프린스 1호점> 역시 그 안에 담겨 있다.

이영과 김병연, 그리고 김윤성으로 이어지는 꽃미남들은 한 남장 여자와 연결되어 있다. 어쩔 수 없이 남장을 하다 내시가 되어버린 홍라온의 이야기는 궁에서 본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좌충우돌하며 천방지축으로 궁을 헤집고 다니는 라온은 영에게는 특별한 존재다. 영이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자유로움이 라온에게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동생으로 인해 우연히 만나 악연으로 시작되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쉽게 내칠 수 없는 매력은 그들을 인연으로 만들어간다.

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라온은 어쩔 수 없이 내시가 되어 궁에 남게 된다. 여러 악재가 다가오기도 했지만 억세게 운이 좋은 라온은 모든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라온에게 억세게 좋은 운이란 바로 영의 존재이다. 그 감정이 우정인지 단순한 호기심인지 알 수는 없지만 영은 점점 라온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를 도왔고 궁에 남을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구르미 그린 달빛>에도 대립 구도는 존재한다. 영의 아버지인 왕은 왕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지만 허수아비일 뿐이다. 대리청정을 하다 왕이 된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의지대로 일을 해본 적이 없다. 그를 움직이는 거대한 힘의 중심에는 영의정인 김헌이 있다.

영의정이지만 왕 위의 존재로 군림하고 있는 김헌은 자신의 딸을 두 번째 중전으로 내세웠다. 회임을 한 딸 중전 김씨를 통해 모든 권력을 차지하려는 김헌의 탐욕은 끝이 없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서는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잔인한 권력자 김헌으로 인해 영은 의도적으로 허술하고 엉망인 존재로 살아야만 했다.

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자신이 왕이 될 자질을 갖췄다는 평가가 내려진다면 죽을 수도 있는 운명이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영은 거짓된 삶을 살아야 했다. 그리고 아무런 역할도 해주지 못하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만 키우며 살아야 했다. 그런 그가 숨겨둔 발톱을 꺼내기 시작했다.

왕이지만 왕이 아닌 아버지의 허탈한 고백은 그를 깨웠다. 그렇게 영은 탐욕스러운 권력자들의 눈을 피해 은밀하게 대리청정을 준비했다. 분노하며 왕위를 내려놓으려는 왕을 보면서 비웃던 신하들은 영이에게 대리청정을 시키겠다는 말도 그저 자신을 알아달라는 투정 정도로 생각했다.

대리청정은 왕의 분노가 만든 갑작스러운 선택이 아니었다. 영이 왕에게 제안을 해서 준비한 전략이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을 통해 변화를 이끌지 않는다면 모든 권력을 쥔 그들에게 당할 수밖에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영은 그렇게 발톱을 숨긴 채 힘을 키웠고, 모두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는 순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구르미 그린 달빛>은 3회 극적인 변화를 이끌었다. 라온은 내시가 되어 궁에 남았고, 영이의 편이 될 수밖에 없는 조건 속에서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는 존재가 되어 활약한다. 영과 라온이 운명처럼 하나가 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었다.

드라마의 이야기 구조와 흐름이 특별하지는 않다. 다만 박보검과 김유정이라는 투톱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은 사실이다. 3회에서는 박보검이 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부드러움 속에 강렬함을 감춘 이영이라는 캐릭터를 그는 완벽하게 보여주었으니 말이다.

자신을 최대한 낮춘 채 살아가야 했던 세자의 나약함과,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강한 왕이 되어가는 과정을 박보검은 마치 마술처럼 보여주고 있다. 보검 매직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다가올 정도로 표정만으로 모든 것을 정의해낸 박보검은 이젠 믿고 봐도 좋을 배우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극의 흐름보다는 박보검의 연기가 더 궁금해지는 <구르미 그린 달빛>이 과연 어떤 흥미로운 요소를 만들어낼지도 기대된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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