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이틀이 아주 아주 천천히 흘러가게 해주세요”

<청춘시대>에 출연 중인 박혜수가 자신의 SNS에 남긴 글이다. 이제 <청춘시대>가 종영까지 단 하루가 남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아주 많지는 않겠지만 이 드라마의 열혈 시청자라면 드라마 속 명대사처럼 공감하고 함께 그 쓸쓸함을 만지작거릴 만한 말이다. 무릇 좋은 드라마라면 이런 증상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청춘시대>는 좀 이상하다. 시청률은 낮은 편인데 의외로 화제성은 매우 높다. 금토 드라마는 유일하게 비지상파 방송사인 tvN과 JTBC만이 경쟁하는 틈새시장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말이 경쟁이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tvN의 독주였다. 이번에도 시청률만 놓고 보면 그렇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

그런데 화제성은 <청춘시대>가 tvN의 <굿와이프>를 크게 앞서고 있다. <굿와이프>만이 아니다. <청춘시대>는 지상파 드라마들도 제치고 드라마 화제성에서 3위를 차지할 정도다. 그런 정도면 시청률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이 드라마가 사랑받고 있음을 확신할 수 있다. 그나마 참 다행인 점이다. 이 드라마를 비운의 명작이라는 평을 이제는 수정을 해야 하고, 그럴 수 있어 또 참 다행이다.

막장이거나 연애가 아닌 드라마를 만나기가 지극히 힘든 환경 속에서 <청춘시대>는 갈증을 풀어준 시원한 생수 같았다. 셰어하우스 벨 에포크에 동거하는 다섯 명의 청춘들을 만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수확이다. 은재 역의 박혜수, 진명 역의 한예리, 이나 역의 류화영, 예은 역의 한승연 그리고 이번 드라마를 통해 급 애정하게 된 지원 역의 박은빈.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

한예리를 빼놓고는 <청춘시대> 전에는 잘 몰랐거나 알았어도 연기자로서는 잘 알지 못했던 얼굴들이다. 걸그룹 출신 2명과 가수 오디션 출신 한 명이 더해진 조합은 사실 불안해 보였지만 이들은 <청춘시대> 안에서 마음껏 연기로 활보했다. 그렇게 가수 출신들이 나름의 포텐을 터뜨릴 수 있도록 원래부터 연기 잘한다는 소릴 듣던 한예리와 아역부터 연기를 쌓아온 박은빈이 듬직하게 버텨주었다.

이미 그들에 대한 칭찬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했지만 그래도 더 하고 싶을 정도로 짙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처음에는 그저 작가 박연선의 이름 하나 믿고 보기 시작한 드라마였지만, 차츰 낯선 배우들의 연기가 점점 더 선명해지면서 배우들의 존재가 훌쩍 커버린 성장도 겪을 수 있었다. 물론 작가와 연출의 덕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

그리고 이제 종영을 앞둔 시점에서 전부터 담아두고 있었던 기대 하나를 말하고 싶다. 바로 <청춘시대>의 시즌제 제작이다. 비록 시청률은 떠들썩하게 높아본 적이 없지만 적어도 이 드라마의 완성도는 다른 히트작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다섯 캐릭터들의 성장 스토리가 무궁무진하다는 점이 시즌제를 기대하는 결정적 이유다.

배우가 바뀌는 한이 있더라도 윤진명, 유은재, 강이나, 정예은, 송지원의 이야기들은 드라마가 끝나고도 여전히 궁금할 것 같다. 지금까지도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아직 소개에 그쳤을 뿐이라는 결론밖에 나지 않는다. 방송사로서는 생각지도 않는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껏 쌓아온 화제성으로 봐서는 이 드라마는 시즌제로 만들어질 때 더 성공확률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청춘시대> 시즌2를 기다린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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