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코의 여신 공효진이 돌아왔다. 여기에 조정석이 함께하는 <질투의 화신>은 그 중의적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흥미로운 재미를 품고 시작되었다. 방송국에서 벌어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대립과 갈등을 풍자하며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왁자지껄한 사랑까지 품은 <질투의 화신>은 흥미로운 시작을 선보였다.

엄마 가슴 닮은 화신;
자리라는 단어로 풀어낸 갈등과 사랑, 서숙향의 흥겨운 갑을 로맨스가 시작되었다

인간의 내면을 흥미롭게 풀어냈던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을 날씨를 관장하는 것으로 패러디한 도입부, <질투의 화신>은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에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갑을 관계마저 품고 시작했다.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단기직 기상캐스터로 살아가는 표나리의 등장은 반가웠다.

기상캐스터인 나리는 속물 피디 최동기의 요구를 다 들어주며 예보를 한다. 가슴과 엉덩이를 강조하라는 최 피디의 지시를 그대로 따르는 나리에게 불가능은 없다. 예보를 끝낸 후에도 나리의 일은 끝나지 않는다.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는 나리는 같은 기상캐스터들에게는 비난의 대상이다.

나리의 행동에 분노가 치민 동료 기상캐스터들은 아나운서로서 품위를 제발 지키라고 말한다. 하지만 날씨를 전달하는 아나운서라는 동료 기상캐스터들의 분노에 나리는 "우리 아니잖아. 우리 아나운서 아니잖아"라는 말로 정리해버린다. 과도한 나리의 행동에 분노했지만 너무 현실적인 답변에 답답한 것은 그들이다.

SBS 새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

아나운서 같이 행동한다고 누가 우리를 아나운서로 봐 주냐는 나리의 반문에 할 말이 없다. 그저 뉴스 한 번에 7만 원 받는 비정규직일 뿐이라는 나리의 지적에 대응할 말이 없는 게 현실이다. 아나운서 같이 행동해도 분명하게 나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경계는 좁힐 수 없는 게 사실이니 말이다.

아나운서 채용 마지막 최종 면접까지 올라갔던 나리는 4명 중 탈락한 2명이 되며 좌절하고 말았다.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던 나리. 가난은 그녀를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도록 강요했다. 그렇게 기상캐스터가 된 그녀이지만 아나운서로서 신분 상승은 좀처럼 쉽지 않았다.

남동생 학원비를 위해 말도 안 되는 제안까지 받은 나리에게는 그 흔한 자존심도 무의미했다. 태국으로 향하던 나리는 옆자리에 앉은 남자에게 한눈에 반하게 된다. 그 남자가 향후 자신에게 어떤 역할을 할지 알지 못한 채 사랑에 빠진 나리는 그 남자의 여유로운 태도가 반가웠다.

태국에서 특파원으로 있는 이화신은 현재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 부잣집 아들에 좋은 학벌 뛰어난 능력으로 모든 것을 다 갖춘 이 남자는 그 자신만만함이 모든 것을 뒤틀리게 만들었다. 형 회사를 망하게 만드는 기사를 내보내 집과 과거 형수들과 적이 되어버린 화신은 그렇게 태국으로 쫓겨나야 했다.

SBS 새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

화신의 오랜 친구이자 재벌가 아들 고정원은 친구와 커피 한 잔을 하기 위해 태국으로 급하게 떠났다. 그렇게 정원과 나리는 운명과 같은 첫 만남을 가졌다. 나리가 정원에게 첫눈에 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가 재벌이어서가 아니다. 이코노믹을 타는 재벌은 존재하지 않는단 점에서 의심할 여지도 없다.

나리가 이 남자에게 호감을 보인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자리' 때문이었다. 나리가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녀에게 항상 "그 자리는 네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오 국장도 한심한 최 피디도 언제나 그녀의 자리가 아니라고만 말하는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이 남자는 자신에게 좋은 자리를 양보했다. 그것도 너무나 쿨하게 말이다.

3년 만에 다시 만난 나리와 화신. 공채 아나운서 채용 홍보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태국까지 달려오기는 했지만 관계는 여전하다. 메이크업, 헤어, 의상 담당자도 없이 이 모든 것을 나리가 도맡아 하는 상황은 화신에게는 황당하게 다가올 뿐이다.

자신을 감히 이 정도로 취급하는 방송사에 분노한 화신은 반복해서 나리가 모든 일을 도맡아 하는 상황을 보고 허탈하게 웃을 뿐이다. "메이크업 들어오라고 해" "헤어 들어오라고 해"라고 해보지만, 문이 열리면 등장하는 이는 나리일 뿐이다. 그런 모습에 자조적인 웃음을 짓는 화신은 이런 상황이 익숙하게 다가왔다.

SBS 새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

계성숙과 방자영, 두 전 형수는 모두 중요한 자리에 있는 선배다. 그들에게 찍힌 화신은 형을 망하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부자인 엄마의 지원까지 끊어 버렸다. 중과부적 상황에서 태국 특파원으로서 유유자적하듯 시간을 보냈지만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화신은 여전히 마초였다.

나리는 촬영을 준비하면서 화신의 가슴을 만져본다. 이 황당한 행동에 놀란 화신은 왜 자신의 가슴을 만지고 있는지 놀라지만 나리는 너무나 진지하다. 태국으로 오기 전까지 자신을 짝사랑했던 나리가 이제는 노골적으로 자신을 탐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나리는 태국에서만이 아니라 국내로 복귀한 화신을 만나자마자 다시 가슴에 집착한다. 이 황당한 상황을 단순하게 성희롱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방송사 로비에서 자신의 가슴을 만지는 나리의 행동에 황당한 화신은 끝내 분노하고 만다. 나리가 화신의 가슴에 그렇게 집착한 것은 그가 좋아서가 아니다. 유방암을 앓았던 엄마의 가슴과 같은 화신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왁자지껄한 첫 회, 중요한 등장인물들이 전부 등장했다. 나리 남매가 살고 있는 락 빌라에 거주하는 인물들의 면면과 함께 방송사에서 앙숙이 된, 한 남자를 사랑했던 두 여자의 대립관계 등은 이후 <질투의 화신>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 수밖에 없다.

SBS 새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

일면 막장적 요소를 품고 시작한 <질투의 화신>은 매력적이다. 공효진이 로코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첫 회만으로도 충분했다. 구제불능 마초 조정석과의 조합도 의외로 잘 맞았다는 점은 반갑다. 또한 서숙향 작가의 작품에 항상 등장하는 갑을관계가 여기에서도 변함없이 등장하며 다른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엉뚱하게 '가슴'에 집착하는 이상한 여자로 분위기를 몰고 가다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한 첫 회의 이야기는 <질투의 화신>을 볼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마초 화신은 당연하게 나리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을 것이라 확신하지만 이미 그가 아닌 절친인 정원을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며 질투를 하게 되는 화신.

빌라 주인인 락에게 한 "안녕하세요 세프"라는 인사는 <파스타>의 공효진을 떠올리게 하는 잔재미였다. 첫 회부터 다양한 재미와 함께 등장인물들을 모두 끄집어내서 집중하도록 만든 <질투의 화신>은 "하늘에서 구름 똥 싸는 기분"이라는 나리의 표현처럼 시청자들 역시 그런 감정을 느꼈을 듯하다. 역시 공효진은 언제나 옳았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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